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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 통해 인류 기원 연구하는 중국 과학자 이야기


2023-08-10      

2023년 6월 19일, 중국과학원 고대척추동물과 고대인류연구소 연구원 푸차오메이(付巧妹)가 프랑스 유엔 유네스코 본부에서 수여하는 ‘유네스코-알 포잔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분야 젊은 과학자 진흥을 위한 국제상(알 포잔 상)’을 수상했다. 고대 게놈을 통한 유라시아 대륙 초기 인류 유전 역사를 구축해낸 획기적인 업적으로, 진화론 관점에서 인류의 건강과 적응 문제에 새로운 견해를 제시한 창조적인 업적을 표창한 것이다.


푸차오메이는 국제 고대 유전학 분야를 선도하는 과학자 중 한 명으로, 전 세계 2500명의 후보 중 두각을 나타낸 그녀는 이 상을 받은 첫 중국 과학자다.


푸차오메이가 무균실에서 샘플 분쇄 과정을 관찰하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또래의 청년 과학자와 비교해 푸차오메이의 성장 과정은 조금 특별하다. 그녀는 1998년 중학교를 졸업하고 부모의 뜻에 따라 중등사범학교에 진학해 3년간 공부한 뒤 초등학교 교사로 임용될 예정이었다. 이 때 그녀는 문득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다. “내 인생을 이렇게 살아도 되나? 평생 이렇게만 살 것인가?” 그녀의 대답은 “아니오”였다. 그렇게 ‘지루하고 끝이 뻔히 보이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 대신 흥미롭고 재미있는 일을 해야 하며 대학에 진학해야 했다. 그래서 푸차오메이는 가족을 설득하고 일반 고등학교로 편입해 다시 공부했다. 그녀의 담임 교사였던 돤더밍(段德銘)은 중등사범학교와 일반 고등학교의 커리큘럼이 매우 다른 탓에 고등학교 2학년에 편입한 푸차오메이가 처음에는 매우 힘들게 공부했지만, 열심히 끈기 있게 노력한 결과 두 달여 만에 학급에서 중위권까지 올라왔고, 2년 후 시베이(西北)대학 문화재보호학과에 입학했다는 것을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다.


푸차오메이는 “나는 그때 정말 어리벙벙했고 나중에 뭘 해야 할지 잘 몰랐다. 그렇지만 내 마음 속에서 ‘나를 흥분시키는 일을 해보자’는 솔직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서 여러 시도를 해봤다”고 말했다. 그 후 그녀는 전공을 두 번 바꿨는데, 석사 단계에서는 문화재 보호에서 고인류 식단 연구로, 박사 과정에서는 유전학 분야로 들어가서 고대 DNA 연구를 전공했다.


고대 DNA 연구는 고대 인류와 동식물의 유골에 보존된 DNA 분자를 추출하고 현대 분자 생물학을 통해 분석하여 인류의 기원과 이동 경로, 인류 유골의 성별 식별 등을 연구하는 것이다. 이전에는 인간의 진화를 연구하는 두 가지 주요 방법이 있었는데, 하나는 체질 인류학 방법이고, 또 다른 하나는 현대인의 DNA를 사용하여 고대 인류의 진화를 추론하는 것이었다. 고대 DNA 기술은 차세대 유전자 시퀀싱 및 빅 데이터 분석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해 전통적인 방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많은 과학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개인의 DNA 정보를 분석할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인간 집단의 진화를 연구할 수 있다.


현재 푸차오메이와 그녀의 연구팀은 국제 고대 DNA 연구의 최전선에 서 있다. 고대 DNA 연구에 대해 그녀는 종종 ‘흥분’과 ‘호기심’ 같은 단어를 사용하여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 푸차오메이는 “전공을 바꾸는 일에 있어 나는 항상 마음의 소리에 응했고, 고등학교 때부터 생물에 관심이 많았다. 처음에는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가 아니었지만 나중에는 갈수록 노력하게 되었는데 그런 일을 할 때마다 너무 설레었던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포함해 모두가 나를 즐겁게 해주는 일들이다. 이런 상황이야말로 더 깊은 연구를 할 수 있는 더 큰 동기가 생기게 해준다”고 말했다. ‘우리가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를 알아내는 것이 그녀의 과학 연구 목표이자 고대 DNA 연구의 가치다. “인류의 기원을 연구하는 것만큼 우리를 궁금하게 만들고 탐구하는 것은 거의 없다”고 그녀는 말한다.


빙하기 북방 동아시아인의 개념도



동아시아인의 유전적 진화를 탐구하며

고대 DNA 기술은 21세기 초기부터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 기술이 뒷받침되더라도 고대 인류의 DNA를 해독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푸차오메이는 잘 보존된 것처럼 보이는 뼈일지라도 종종 안에 있어야 할 유기물과 DNA가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전히 많은 경우에 인체 골격 샘플이 ‘오염’된 것을 발견한다. 오래된 인류 잔해나 화석에서 DNA를 추출하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고 토로한다.


2013년, 푸차오메이의 연구팀은 공동 연구를 통해 고대 DNA 포집 기술을 개발해 현대인의 DNA를 자석 같은 프라이머로 만들고, 토양 박테리아 DNA를 다량 함유한 불순물에서 겨우 0.03%를 차지하는 인간의 DNA를 흡착, 농축하며 ‘낚아’올렸다. 이는 환경에 의해 심각하게 오염되고 활용도가 낮은 고대 인류의 DNA의 난관을 극복하고 고대 인류의 전체 게놈에 대한 대규모 연구를 가능하게 했다.


이 기술로 푸차오메이는 베이징(北京)에서 출토된 약 4만년 전의 톈위안둥런(田園洞人) 화석을 연구할 때 베이징원인의 DNA를 추출하는데 성공했고, 톈위안둥런은 최초로 핵 DNA를 얻은 초기 현대인이 되었다. 그는 “톈위안둥런과 고대 유전성분이 혼입되지 않은 유럽인의 게놈 데이터를 비교해보니 4만년 전 톈위안둥런은 이미 아시아인의 유전적 특징을 보이고 있었으며 특정 고대 유럽인과 특별한 유전적 관계를 가지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2017년, 이 중요한 연구 결과는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되었다. 중국에서 발표된 최초의 인간 고대 게놈이자 지금까지 동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현대인 게놈으로 사이언스(Science)지는 “동아시아의 지리적 및 시간적 규모의 큰 격차를 메웠다”고 평가했다.


푸차오메이가 중국과학원 고대척추동물과 고대인류연구소 고대 DNA 실험실 주임이 된 이후, 그녀가 이끄는 연구팀은 중국 고대 인구 샘플의 고대 게놈을 실험 및 연구하고 동아시아 인류의 유전적 진화를 연구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2021년, 푸차오메이는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초기 인류 샘플에서 고대 게놈 데이터를 확보해 동아시아 북부 인류의 적응 유전자를 탐색하기 위한 새로운 증거를 제공했다. 그녀는 “3만여 년 전의 헤이룽장 인류와 4만년 전 톈위안둥런들은 동일 집단의 사람들이다. 우리는 또한 의도치 않게 아메리카 원주민의 동아시아 유전적 요소의 가장 직접적인 기원이 1만4000년 전 헤이룽장성 인류와 가장 관련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아시아 인구의 이동, 분화 및 융합의 역사가 밝혀지고 있는 것이다.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 푸차오메이는 신장(新疆), 칭짱(青藏) 고원과 같은 변경 지역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현지 고대 인류를 대상으로 대규모 및 체계적인 고대 게놈 연구를 수행하여 지역 인류의 진화 역사를 밝혀낼 것이다. 2022년 4월, 사이언스지는 온라인으로 푸차오메이 팀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즉 유전학적 수단을 통해 5000년 동안 고대 신장 지역 사람들의 유전적 진화와 교류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복원하여 신장이 고대부터 아시아와 유럽 대륙의 다양한 문화 교류의 융합지였음을 증명했다는 것이다. 2023년 3월, 칭짱 고원 사람들에 대한 연구가 다시 한번 학계를 뒤흔들었다. 푸차오메이 연구팀은 칭짱 고원의 고대 인류 개체 97명의 핵 유전체 연구를 통해 칭짱 고원 사람들의 고유한 유전자 구성이 5100년 전에 형성되었음을 발견했다. 지난 5000년 동안 칭짱 고원의 내부 및 외부 지역에 존재했던 복잡한 교류 역사를 밝혀낸 것이다.


푸차오메이가 자동화 작업실에서 샘플을 준비하고 있다.


‘비인기’ 학과에 쏟은 열정

고대 DNA 연구는 첨단 연구이자 일반인의 눈에 ‘비인기’ 분야이기도 하다. “어떤 사람은 화석을 연구하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또 어떤 사람은 ‘당신의 연구가 어떤 쓸모가 있느냐’고 묻기도 한다”고 그는 말한다. 하지만 푸차오메이는 자신의 연구 분야가 ‘비인기’ 분야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국가 수요 측면에서 보면 확실히 ‘비인기’ 분야지만, 학과와 개인의 관점에서 보면 각 학과마다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고, 이 분야에는 저의 영혼과 열정이 깃들어 있으며, 또 그것을 사랑해서 한자리에 모인 종사자들이 있다.” 푸차오메이의 말이다.


푸차오메이는 이런 예를 들었다. 대중은 유럽인은 줄곧 흰 피부에 푸른 눈을 가졌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이 두 유전자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녀와 그녀의 팀원들은 2016년 연구에서 유럽인들은 이르면 1만4000년 전에야 푸른 눈을 가지게 됐고 그 전엔 짙은 눈동자였음을 밝혀냈다. 그리고 푸른 눈을 갖게 된 뒤에도 피부는 여전히 짙은 색이었으며, 밝은 피부색은 푸른 눈보다 더 나중에 등장했다. 그녀는 “물론, 당신이 이것들을 모르는 것이 당신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처음 진실을 알았을 때 놀랍고 신기하다고 느끼지 않나? 이런 정신적 쾌감은 일종의 행복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푸차오메이는 이런 정신적 즐거움과 행복감이 그녀가 연구에 종사하도록 하는 중요한 동기 부여라고 본다. 그녀는 “너무 많은 공리심을 가져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만약 모든 일은 경제적 가치로 판단한다면 인류 사회는 사라질 것이라고 그는 단언했다.  



글|본지 편집부, 사진 | 중국과학원 고대척추동물과 고대인류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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