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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우와 직녀의 작교상회, 중국인의 독특한 낭만


2023-08-21      글|칭산(靑山)



올해 8월 22일은 음력 7월 초이레로 중국의 전통 명절인 ‘칠석절(七夕節)’이다. 중국 민간에서는 칠석절 낮에는 까치를 찾아보기 어려운데 밤이 되면 무리를 이룬 까치가 은하수에 오작교를 놓아 견우와 직녀를 만나게 한다는 전설이 있다. 견우와 직녀의 이야기는 중국 4대 민간 애정 고사 중 하나로 변하지 않는 사랑을 칭송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사성어인 ‘작교상회(鵲橋相會)’도 연인이나 부부가 오랜 이별 뒤에 만나는 것을 말한다.


수천년 전해온 ‘러브 스토리’

아주 먼 옛날, 남양성(南陽城)에 견우라는 청년이 살았다. 비천한 신분에 조실부모한 그는 어릴 때부터 형수에게 학대를 당했고 친구라고는 소뿐이었다. 형수에게 쫓겨난 견우는 소와 함께 생활하게 됐다. 어느 날 밤, 외양간에 들어갔는데 갑자기 “견우야!” 하는 소리가 들렸다. 희미한 등불로 비춰보니 소가 말을 한 것이었다. 소는 견우에게 다음날 황혼이 지면 산 너머에 있는 호수에 가보라고 했다. 매일 저녁 일곱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와 그 호수에서 목욕을 한다는 것이었다. 선녀들이 벗어 놓은 옷 중 하나를 훔치면 그 선녀는 하늘로 돌아갈 수 없어 견우의 부인이 된다는 것이었다.


다음날 견우는 소의 말에 따라 산을 넘어 호수로 찾아갔다. 정말로 선녀 일곱이 목욕을 하고 있었다. 견우는 선녀의 옷을 하나 숨기고 선녀들이 목욕을 끝내고 하늘로 돌아가길 기다렸다. 가장 어린 직녀가 자기 옷이 없어진 것을 발견했다. 이때 견우가 옷을 들고 다가갔다. 직녀는 우직하고 건실한 견우의 모습에 지상에 남아 견우의 부인이 되기로 결정했다.


결혼한 두 사람은 견우는 농사를 짓고 직녀는 베를 짜며 생활하면서 1남 1녀를 낳고 행복하게 살았다. 그러나 좋은 날은 오래가지 않았다. 천제(天帝)는 직녀가 인간 세상에 남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서왕모(西王母)는 직접 인간 세상에 내려가 직녀를 강제로 데리고 오게 됐다.


직녀는 하늘로 올라갔지만 견우는 하늘로 올라갈 길이 없었다. 그때 소가 견우에게 자신이 죽으면 자신의 가죽으로 신발을 만들어 신으면 하늘에 갈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견우는 소가 한 말 대로 소의 가죽으로 신발을 만들어 신고 아들딸을 데리고 구름을 타고 하늘로 직녀를 따라갔다. 직녀를 거의 다 따라잡은 순간, 서왕모가 꽂고 있던 금비녀를 뽑아 휘둘렀다. 그러자 거대한 물결이 일더니 은하수가 생겼고 견우와 직녀는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갈라져 서로에게 다가갈 수 없게 됐다. 이후 두 사람은 은하수 양쪽에서 서로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흘러 견우와 직녀는 은하수 곁에서 견우성과 직녀성이 됐다.

그들의 굳건한 사랑에 감동한 까치들이 무리를 지어 날아와 다리를 놓아주었고 두 사람은 이 오작교 위에서 만날 수 있었다. 서왕모는 이를 갸륵하게 여겼고 이로써 두 사람은 매년 7월 7일 오작교에서 만나게 됐다. 고사성어 ‘작교상회’는 여기에서 유래됐다.


이후 매년 음력 7월 초이레가 되면 연인들이 포도나무 덩굴 아래서 하늘을 바라보며 은하수 양쪽에 있는 견우성과 직녀성을 찾아 일 년에 한 번 둘이 만나기를 기원했고, 이렇게 칠석절이 탄생했다.


전설에서 사랑의 상징이 되기까지

칠석절은 걸교절(乞巧節), 여아절(女兒節), 칠저절(七姐節) 등으로 불리는 중국의 민간 전통 명절이다. 중국에서 오랜 세월 발전을 거친 칠석절은 ‘견우와 직녀’라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더해져 사랑의 상징이 되는 명절이 됐다. 더불어 중국에서 가장 낭만적인 색채를 띤 전통 명절이 됐다. 당대에 이르러서는 ‘중국의 발렌타인데이’라는 문화적 함의도 내포하게 됐다. 십 리 마다 풍습이 다르다고, 중국 각지에서는 지역별 독특한 민속 활동도 생겼다.


베이징(北京) 토박이들은 칠석 당일에 ‘배쌍성(拜雙星)’, ‘설과과(設瓜果)’, ‘흘교식(吃巧食)’, ‘주교과(做巧果)’ 풍습이 있었다. ‘쌍성’이란 견우성과 직녀성으로 사람들은 하늘의 견우와 직녀와 소통하려고 향을 피웠다. 칠석날 밤에 향을 피우고 별에 제사를 지내는 것이 의식의 중요한 부분이었다. 보통 향안(香案) 위에 향로를 놓고 향을 피웠는데 그 옆에 생화를 꽂은 꽃병을 놓기도 하고, 직녀에게 바치는 연지를 놓기도 했다. 탁자 위에 과일을 조각한 ‘화과(花瓜)’를 놓거나 복숭아와 다른 제철 과일을 올리기도 했다. 사합원에 사는 여성은 밀가루로 토끼, 쥐, 고슴도치 등을 만들어 쪄서 마당에 놓으면 직녀가 와서 누가 더 잘 만들었는지 평가한다고 생각했다.


저장(浙江)성의 항저우(杭州) 사람들은 ‘새교(賽巧)’를 하고 진화(金華) 사람들은 수탉을 잡으며 취저우(衢州)에서는 목욕을 한다. 사람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이 오래된 명절을 축하한다. 원저우(溫州) 지역에서는 ‘흘교식’이라고 칠석절 명절 음식을 먹는 풍습이 있다. 베이징과 다른 점이라면 원저우 지역의 ‘교식’은 미펀(米粉, 쌀국수)에 흑설탕과 참깨를 뿌려 만들고 혀 모양과 손가락 모양 등이 있다는 것이다. 밤이 되면 오작교를 만드는 까치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교식’을 지붕에 던지면서 인간 세상에도 복을 많이 주라고 기원한다.


광둥(廣東)성에는 ‘칠랑회(七娘會)’라는 풍습이 있는데 민간에서는 흔히 ‘배칠저(拜七姐)’라고 한다. 칠석날 당일 종향(宗鄕)회관에 모여 다양한 종이 향안을 차려 놓고 견우와 직녀에게 제사를 지낸다. 향안 위에 생화와 과일, 연지분, 종이로 만든 소형 꽃 옷, 신발, 일용품 등을 선물로 올렸다. 사람들은 이런 풍습을 통해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을 기원했다.


후세에 널리 전해진 작교상회 전설에는 견우와 직녀의 애달픈 사랑에 대한 안타까움과 아름답고 행복한 사랑에 대한 기대가 담겨있다. <고시십구수(古詩十九首)>에는 ‘초초견우성, 교교하한녀(迢迢牽牛星, 皎皎河漢女)’라는 그리움의 구절이 담겨있다. 이 이야기는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오늘날 칠석절의 다양한 민속활동으로 발전했고, 이는 중국인만의 독특한 낭만이다. 

글|칭산(靑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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