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8-10 글|랴오슈팡(廖秀芳)
당나라의 찬란한 번성에 대해 이야기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시(詩)’이다. 그 화려한 당시의 시단(詩壇)에서, 서기 701년에서 762년 사이에 살았던 이백(李白)은 의심할 여지없이 가장 눈부신 스타였다. 세속을 초월한 것만 같았던 그에 대해 사람들은 하늘에서 내려온 선인(仙人)이라고 칭송했다. 또한 시작(詩作) 능력이 워낙 뛰어났기에 후대 시인들을 그를 ‘시선(詩仙)’으로 부르며 존경을 표시했다. 그의 시는 중국 뿐 아니 해외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 천년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은 이백의 시를 읽으면서 여전히 그와 가까워지고, 그의 인격과 시대를 이해하고 싶어한다. 최근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장안삼만리>는 아름다운 화면 속에 고전 시를 담고 이백의 삶과 창작, 당나라의 번영과 쇠락을 이야기한다.
영화는 이백의 이야기를 바로 풀어나가는 대신, 노년의 고적(高適)이 그의 시각에서 젊은 시절을 회상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한다. 비슷한 연령대인 이백과 고적은 소년 시절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찾기 위해 같이 장안(長安)으로 간다. 당시의 장안은 당나라 정치 중심지로, 상업과 문화가 번성하여 각지의 인재가 모이는 곳이었다. 명성이 자자한 시인들, 전국적으로 유명한 음악가들, 대대로 이름을 남긴 서예가들, 독자적 일파를 이룬 화가들이 있었다. 또한 수없이 많은 맛있는 음식과 술, 화려한 노래와 춤이 있었다. 이렇게 활기찬 시대 속에서 이백은 조금도 근심이 없는 듯 자유롭게 삶을 즐겼다. 하지만 신분을 중시하는 시대였기에, 아버지가 상인이었던 이백은 그 넘치는 재능을 어디에서도 펼칠 수 없었다. 그가 마음껏 술을 마시고 음악을 즐기던 것은 낙천적인 성격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가 해탈을 찾는 방식이기도 했다.
이백과 고적이 청년에서 노년에 이르는 기간은 당나라가 번영에서 쇠퇴로 접어드는 시기이기도 했다. 영화 <장안삼만리>는 이백과 고적의 인생을 다루면서 동시에 당나라 역사의 광활한 모습을 그려낸다.
사실 이백의 삶에도 많은 빛나는 순간들이 있었고, 권력가의 환영을 받은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이백의 공허함과 몰락에 의미를 두고 초점을 맞췄다. 고민 끝에 굴욕을 참고 어쩔 수 없이 재상가의 사위가 되는 길을 선택한 이백. 하지만 불운하게도 결국 정치의 길에서 앞날을 찾지 못한다. 결혼생활도 순탄치 못했다. 말년에는 어지러운 정국에서 줄을 잘못 선 바람에 사형의 위험에 처하기까지 한다.
이 영화를 통해 우리는 중국 역사상 호방하기로 유명한 대시인 이백이 사실은 해탈을 갈망하고, 세상 일을 묻지 않지만 현실에서는 많은 투쟁과 고통을 겪는 사람이었음을 엿볼 수 있다. 그래서 그의 시는 초연하지만 그 밑바닥에는 검은 그림자가 있었다. 격양적이고 호방한 가운데 지울 수 없는 근심이 느껴진다. 이것은 이백의 복잡함이고 역사의 깊음이다.
글|랴오슈팡(廖秀芳)
2023 서울국제도서전(SIBF)이 2023년 6월 14~18일까지 한국 코엑스에서 열렸다. 필자는 도서전 개막일과 폐막일 두 차례 방문해 무더운 여름날 사람들의 독서 열정을 깊이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