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23
2023년을 중국 관광업 회복 원년이라고 말한다면 쯔보는 단연 문화관광의 다크호스라고 할 수 있다. ‘쯔보 사오카오(燒烤)’의 열기가 계속 상승하면서 불과 한 달 만에 쯔보는 비인기 관광지에서 신흥 인기 도시로 변모했고, 그 속도와 영향력은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했다.
2023년 ‘5.1’연휴, 쯔보 사오카오를 먹기 위해 몰린 관광객들 사진/중국공산당 쯔보시위원회 선전부
중국 각지에 고유의 특색 있는 사오카오가 있지만, 쯔보 사오카오만 파죽지세 속도로 인기를 끌며 현지 문화관광 소비를 떠받치고 있다. 단순히 운이 좋았던 것일까? 아니면 오래 전부터 계획된 것일까? 기자는 호기심을 품은채 여름이 끝나기 전에 쯔보행 고속철에 올랐다.
약속이 불러온 연쇄 반응
이야기는 2022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산둥(山東)대학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해 추가 확산 방지를 위해 1만2000여 명의 학생들이 쯔보 인근에 머물게 했다. 쯔보에 격리된 한 달 남짓한 기간 산둥대학 학생들은 현지 정부와 민중의 따뜻한 환대를 받았다. 그들이 떠날 때 쯔보 정부는 학생들을 위해 현지 사오카오 식당 전체를 대절했고, 학생들은 이듬해 봄 꽃피는 따스한 날이 오면 친구들과 함께 다시 방문할 것을 약속했다.
고기 꼬치를 구워 파와 함께 작은 밀전병에 싸먹는 것이 쯔보 사오카오의 특징이다. 사진/중국공산당 쯔보시위원회 선전부
그리하여 2023년 봄, 대학생들은 약속을 지켰다. 이들은 친구들과 함께 쯔보를 찾아 사오카오를 먹고, 웨이신(微信) 모멘트, 웨이보(微博), 더우인(抖音) 등 소셜 플랫폼에 자신의 경험을 공유했다. 이는 쯔보 사오카오 인기의 원천이 되었다.
이 젊은이들의 적극적인 홍보 아래 ‘대학생들이 쯔보에서 사오카오 먹기’가 더우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이내 많은 미식가들과 블로거들이 인증샷을 찍기 위해 빠르게 몰려들었다. 이들 모두는 쯔보 사오카오가 맛있고 저렴할 뿐만 아니라 쯔보 사람들의 열정, 친절, 정성이 사람들을 감동시킨다는 것을 발견했다. “외지 관광객이라는 말에 가게 사장님이 기어코 간식과 음료수를 선물했다”, “식사, 숙박, 교통 가격이 모두 착했고 모두가 친절했다”, “쯔보에서 길을 잃자 현지인이 직접 차로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었다” 등과 같은 호평이 수없이 쏟아지자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쯔보 사오카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러한 선순환은 쯔보 인기에 불을 붙이게 되었다.
쯔보 사오카오의 인기가 더해지자 현지 정부는 빠르게 반응하며 일련의 조치들을 잇따라 내놓았다. 21개의 맞춤형 ‘쯔보 사오카오’ 전용 버스 라인을 신설하고 ‘사오카오 전용 고속열차’를 개통했다. 쯔보사오카오협회를 설립하고 쯔보 사오카오 안내 지도를 발행하는 등 관광객에게 편리한 교통과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 외에도 쯔보시는 ‘쯔보 사오카오+’라는 특색 문화 관광 테마 제품을 출시하고 관광지 입장료 감면 및 우대 정책을 도입했다. 더 많은 관광객과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자격 조건에 달하는 청년과 학생이 쯔보에 관광, 구인, 취업 등을 하러 오면 무료 또는 반값 숙박을 제공했다. 이와 같은 다양한 조치들은 ‘쯔보 사오카오’라는 지역 브랜드 이미지를 더욱 향상시켰다.
올해 중국 ‘노동절(5월 1일)’ 연휴 기간 쯔보 관광의 열기는 절정에 달했다. 여러 예약 플랫폼의 데이터에 따르면 ‘노동절’ 기간 쯔보 관광 예약이 전년 동기 대비 2000% 이상 증가했으며 누적 방문객 수는 300만명을 넘어섰다. 열차 승차권, 호텔, 민박이 거의 모두 매진되었다. 많은 쯔보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자가용을 몰고 역에 가서 관광객에게 무료로 차량 픽업서비스를 제공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집을 온라인에 저렴하게 임대를 내놓아 관광 성수기의 숙박 부족을 크게 완화시켰다. 일부 집은 임대료를 1위안(약 180원)을 받으며 관광객에게 거의 무료로 숙박을 제공하기도 했다. 일련의 선행은 다시 한 번 관광객들, 나아가 전국 네티즌들에게 쯔보 사람들의 열렬한 환영을 충분히 느끼게 했다. 한 관광객의 다음과 같은 평가는 많은 네티즌들의 공감을 얻었다. “관광객으로서 어딜 가든 민심이 순박하고 성실하고 인간미가 넘치길 바란다. 이를 쯔보가 해냈기 때문에 인기가 있는 것이다.”
지금은 쯔보 여행의 절정기가 지나갔지만 쯔보행 승차권은 여전히 인기가 높다. 기자도 승차권을 미리 티켓팅했고 출발 전에 네티즌들이 공유한 핫 플레이스를 열심히 공부하며 이 핫한 도시를 하루 빨리 만나보길 손꼽아 기다렸다.
충분히 마음을 준비했음에도 불구하고 며칠간 쯔보를 둘러본 후 이곳의 열기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기차역부터 인기 명소, 사오카오 노점, 시장에 이르기까지,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모든 곳이 관광객들로 붐볐다. 비교적 한산했던 박물관도 지금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쯔보 사람들도 소문대로 열정적이었다. 핸드폰이 방전되면 낯선 이가 보조배터리를 내밀기도 하고, 쇼핑할 때면 가게에서 먼저 갖가지 선물을 주기도 했으며, 때때로 길가에 서서 잠시 쉬고 있으면 친절한 아주머니가 다가와서 도움이 필요한지 묻곤 했다. 확실히 쯔보의 온정과 인간미는 이 도시를 사랑할 수 밖에 없게 했다.
쯔보 치허후(齊河湖)의 야경 사진/중국공산당 쯔보시위원회 선전부
격조 속 내실 담은 천년 고성
“쯔보가 이렇게 번화한 모습은 제(齊)나라 이후 처음이다”. 현지인들의 이런 농담은 쯔보의 역사적인 내막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쯔보는 제나라의 수도이자 제문화의 발상지로, 지금까지 30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쯔보의 역사 발전과 문화 계승은 중국 전체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역사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중화 문명의 중요한 연원 중의 하나이다.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인 축구의 전신인 축국(蹴鞠)은 쯔보에서 처음 시작되었으며 쯔보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인정한 세계 축구의 발원지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 최초의 관립대학인 직하학궁(稷下學宮)과 ‘세계 제일의 병서’ <손자병법(孫子兵法)>, 유명한 지괴(志怪)소설집인 <요재지이(聊齋志異)> 등이 이곳에서 탄생했다. 이러한 역사 유산은 쯔보에 무한한 문화적 매력을 가져다 주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쯔보 관광 열기가 사오카오에서 시작했지만 근본은 도시 문화에 있다고 말한다. 그중에서도 부단히 혁신해온 도자기 문화가 중요한 촉진 작용을 했다.
쯔보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도자기 명산지 중 하나로 도자기 제품의 생산과 제작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도기 제작은 8000년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자기 제작의 역사도 이미 1000여 년이 되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쯔보의 도자기는 전통 기술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것을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개선되었다. 일상 도구에서 고급 예술품에 이르기까지 제작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되어 점점 더 많은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화광궈츠가 2018년 출시한 ‘첸펑추이서(千峯翠色)’ 시리즈 청자 식기, 상하이협력기구 칭다오 정상회의 공식 식기이기도 하다. 사진/중국공산당 쯔보시위원회 선전부
기자는 이번에 특별히 쯔보화광궈츠테크문화유한공사(淄博華光國瓷科技文化有限公司, 이하 화광궈츠)를 방문했다. 이곳은 예술 도자기, 생활 도자기, 기능성 도자기를 주로 생산하는 업체다. 쑤퉁창(蘇同強) 회장은 기자 일행을 반갑게 맞이하고 화광궈츠문화예술센터 전시장으로 안내했다. 전시장에는 상하이(上海)협력기구 칭다오(青島)정상회의 공식 식기, 베이징(北京) APEC 정상회의 공식 식기와 같은 국빈 연회용 자기와 고급 자기, 다양한 스타일의 채색 도자기 작품, 국가 특허를 받은 무연 항균 자기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정교하고 아름다우며 창의적인 자기 하나하나가 매우 인상적이었으며 모두 예술품이라 부를만했다.
중국뿐 아니라 화광궈츠의 제품들은 유럽과 한국, 일본 등지로도 판매되고 있다. “우리 제품은 해외에서도 환영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의 많은 박물관과 예술관에서 화광궈츠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쑤퉁창 회장은 이렇게 말하면서 중국 당대 도자기를 세계 무대의 중심으로 복귀시키는 것이 그의 꿈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화광궈츠의 제품은 중국인뿐만 아니라 외국 친구들에게도 사랑 받아야 하며, 제품 하나에서도 중국 도자기의 매력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쑤퉁창 회장의 소개로 중국 도자기의 예술 대가이자 화광궈츠 예술총감독 허옌(何巖)이 도자기를 디자인하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었다. 허옌 예술총감독은 50년 이상 도자기 산업에 종사해왔다. 올해 70세 가까이 되었지만 여전히 도자기 디자인 일선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는 “도자기는 나의 가장 경건한 신앙”이라고 말한다.
생활 도자기를 디자인하는 것은 허옌 예술총감독의 주요 업무 중 하나이자 그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업무이다. “밥그릇, 물컵은 사람들의 일상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다. 이런 용기는 공산품이자 예술품일 수 있다. 기능적 요구를 충족시키면서 최대한 조형과 장식을 통해 더 아름답게 만들어 내어 사람들이 사용할 때 기분 좋도록 해야한다. 이것도 내 일이 주는 즐거움이다.” 허옌 예술총감독의 말이다.
쑤퉁창 회장, 허옌 총감독 등과 같은 도자기 종사자들의 오랜 노력으로 쯔보 도자기의 아름다움이 점차 대중들에게 알려졌다. 그들의 뛰어난 기예와 도자기 예술에 대한 사랑은 쯔보의 도자기 제품을 시장에서 돋보이게 하고 주목 받게 했다. 오늘날, 쯔보의 지명도가 점차 높아지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쯔보 도자기를 관광 기념품으로 고향에 가져가 친척과 친구들에게 이 독특한 예술적 매력을 알리고 있다. 이는 도자기 전통 문화의 계승과 발전을 더욱 촉진할 것이다.
쯔보 제문화박물관 전경 사진/중국공산당 쯔보시위원회 선전부
도시 문화관광 발전의 모범사례
오늘날 쯔보의 인기는 더 이상 사오카오에 국한되지 않는다. 유구한 역사와 문화, 인간미가 넘치는 도시 분위기, 세계적으로 유명한 도자기 공예 등은 쯔보가 관광객들에게 선사하는 놀라움이자 쯔보 문화 관광 상승세의 밑거름이다. 이 도시의 성공 경험은 다른 도시에도 모범 사례와 시사점을 제공한다.
마궈칭(馬國慶) 제문화연구원 부원장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쯔보의 인기는 결코 우연이 아니라, 시대의 필연이자 역사의 필연이다. 쯔보 사람들은 역사와 문화에서 물려받은 인문학적 코드를 찾아내 ‘쯔보 사오카오’가 세간의 이목을 끌게 했다. 제문화를 예로 들자면 인본(人本), 변혁, 개방, 실용, 포용이 제문화의 정수이며, 이는 쯔보 사람들의 문화 유전자에도 새겨져 있다. 풍성한 문화가 누적, 전승, 해석된 인문 정신이 쯔보의 폭발적인 인기를 이끌었다.”
한 관광객이 말했듯이, 쯔보는 많은 관광 애호가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했으며, 이제 관광은 더 이상 자연 환경과 경제 조건에 국한되지 않는다. 앞으로도 관광객들은 여전히 쯔보를 찾을 것이다. 쯔보 사오카오를 맛보는 것 외에 쯔보의 역사와 문화도 큰 가치가 있을 것이다.
글 | 왕윈웨(王雲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