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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당가(對酒當歌)’, 하늘과 땅 사이에서 누리는 즐거운 인생


2024-04-10      



중국은 술의 나라다. 중국의 술 문화는 역사가 깊을 뿐더러 예로부터 술은 중국인에게 생활 필수품이었다. 기나긴 중국 역사 속에서 술의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옛 사람들에게 술을 마시는 것은 단순히 입을 즐겁게 하기 위함이 아니라, 술을 빌려 마음의 자유와 세속을 뛰어넘는 고요함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서였다. ‘대주당가’는 이러한 경지의 실현을 의미하는 성어로, 술을 앞에 두고 노래한다는 뜻이다. 인생은 짧으니 제때에 즐겨야 한다는 의미로 자주 쓰인다. 이들에게 술은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내면을 치유하는 처방과도 같다.


문인과 술

술에 대해 이야기할 때 고대 문인들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주로 술을 마시고 시상이 떠오르는 대로 생각과 감정을 써내려갔다. ‘대주당가’라는 성어는 조조(曹操)의 <단가행(短歌行)> 중 ‘술을 마주하고 노래하세(對酒當歌), 인생 그 얼마나 되리오(人生几何). 마치 아침이슬 같이 순식간이지만(譬如朝露), 지나간 나날 고난이 적지 않았지(去日苦多)’에서 나왔다. 조조는 삼국시대 최고의 군사 전략가이자 시인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동 시대 문인을 대표하는 인물로 <단가행>에서 연회의 노래를 통해 인재에 대한 갈망과 천하통일을 실현하겠다는 야심을 표현했다.


중국의 술 문화에서 ‘자유’는 핵심이자 본질이다. 자유의지에 대한 체험과 깨달음은 중국 문인들이 창작하는데 가장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술 문화의 정신은 도가 철학에서 탄생했다. 예를 들어 장자(庄周)가 말하는 ‘물아합일(物我合一)’, ‘천인이유(天人而游)’는 진흙탕에서 머리와 꼬리를 흔드는 거북이가 될지언정 사람의 속박 아래서 머리를 들고 걸어가는 천리마는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자유를 추구하고 정의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은 중국 술 문화 정신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문인과 술의 인연은 자못 깊다. 옛 문인들은 함께 술을 마시며 시 읊는 것을 좋아했다. 조조의 <단가행> 외에 대표적인 시가 바로 이백(李白)의 <장진주(將進酒)>이다. ‘그대는 모르는가(君不見). 황하의 강물이 하늘에서 내려와(黃河之水天上來) 바다로 쏟아져 흘러가서 돌아오지 않음을(奔流到海不復回).’ 쏜살같이 흐르는 시간 속에 시인은 한번 바다로 흘러 들어간 강물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인생의 굴곡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는 ‘모름지기 인생은 마음껏 즐길지니(人生得意須盡歡), 금 술통 빈 채로 달을 거저 대하지 말라(莫使金樽空對月)’고 한다. 이백은 조조와 같이 호방한 인물로 불확실하고 희미한 삶 속에서 제때 행복을 즐기며 인생을 추구해야 한다고 노래한다. 송나라 대문호인 소동파(蘇東坡)는 술을 잘 마시진 못했지만 술을 좋아했다. 그는 ‘밝은 달은 언제부터 있었는가(明月幾時有), 술을 들고 하늘에 물어본다(把酒問青天)’라고 했다. 술은 그리움의 안식처이며 달빛아래 슬픈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존재다. 시인은 고도의 상상력을 발휘해 인간 세상에서 하늘 그리고 다시 하늘에서 인간 세상에 이르기까지 아름다운 삶을 동경하며 행복을 추구하는 마음과 소망을 시 한 수에 담았다.


중국 문학의 세계에서 술이 주제로 자주 등장한 것은 셀 수 없이 많다. 흘러가는 세월에 탄식하거나 인생의 덧없음에 슬퍼하기도 하고, 호기로운 인생의 기개와 달빛 아래 혼술의 외로움을 읊조렸다. 그들이 마신 것은 술이지만, 진정 맛본 것은 유유자적한 인생이라 할 수 있다.


중국 각지의 술 문화

중국은 술의 고향이다. 전국 각지에 다양한 형태와 색채를 띈 여러 품종의 술들이 즐비하고 생산량도 풍부하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바이주(白酒)다. 총 56개의 중화 민족 중 이슬람교를 따르는 후이족(回族) 등 일부 소수민족을 제외한 나머지 민족들은 모두 술을 즐기며, 각 민족마다 고유한 음주 풍습과 독특한 스타일이 있다.


한족의 술 문화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바로 ‘술이 없으면 잔치도 없다(無酒不成席)’이다. 초창기 술은 제사나 중요한 의식 때에만 정해진 법례에 따라 나눠 마셨으며, 동시에 귀신에게 먼저 술을 바쳐야 했기에 일반 백성이 술 한 병 조차 마실 기회는 드물었다. 최초의 술 예법이나 관련 도구들은 연회 규범에만 적용됐으며 예절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었기에 당시 술은 고귀한 신분과 지위를 상징했다. 시대의 흐름은 의식의 변화를 가져왔고 양조 기술의 발달까지 더해져 일상에서 술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졌다. 지역과 민족 간 문화 차이를 반영해 다양한 예법이 형성됐고 이에 따라 술은 차츰 대중의 삶 속으로 파고 들어갔다.


소수민족들은 대부분 손님 맞이를 좋아하는데 그중 대표적인 민족이 바로 먀오족(苗族)이다. 먀오족에게는 ‘하늘과 땅은 두렵지 않지만, 길을 막고 주는 술을 다 못마실까 두렵다’는 말이 있다. 길을 막고 서서 손님에게 술을 권하는 의식은 먀오족의 중요한 술 문화 중 하나로, 가장 격식있는 귀빈 환영식이기도 하다. 친구나 친척이 방문할 때 먀오족들은 길가로 나와 손님을 환영한다. 생황(笙簧)을 불고 북을 치며, 소뿔을 잔으로 삼고 항아리에 맛좋은 술을 담아 노래하고 춤추며 손님의 길을 막고 술을 권한다. 주인집에 닿기도 전에 이미 술기운이 온몸에 퍼진다.


몽골족의 술 문화 역시 흥미롭다. 이들은 술을 매우 중요시하며 최고의 음료로 여긴다. 호탕한 그들의 성격처럼 몽골인이 손님에게 술을 권하는 예법 역시 격식있고 열정적이다. 주인은 은잔에 술을 따르고 긴 하다(哈達, 경의나 축하의 뜻으로 쓰는 비단 수건)를 사용해 손님에게 올린다. 이렇게 공손한 태도로 연속 세 번 술을 권한다. 술을 받는 사람은 먼저 오른손 중지 끝에 술을 조금 묻혀 하늘과 땅에 한번씩 뿌리며 경의를 표한 뒤 술을 마신다. 이 석 잔의 술은 모두 손님이 마시는데, 주인에 대한 감사와 진심어린 우정을 전하는 것이다.


오늘날 중국은 8대 명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해외에서도 명성이 자자하다. 현대인들에게 술은 사교적 요소 덕분에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새해를 보내거나 파티에 손님을 초대할 때 술은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친구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장벽을 허물고 거리도 좁힌다. 산과 물에 마음을 실어 표현하던 옛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어느 시대나 술 문화는 자유와 즐거움으로 통하고 있어 오랜 세월 사랑받고 있다.

 

글|칭산(靑山)

사진 | 인공지능(AI)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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