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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발하는’ 중국 과학기술 굴기 10년


2022-04-07      


2021 12 19 촬영한 '중국 톈옌(天眼)' 전경 모습 사진/XINHUA


운전석에 앉아 있는 안전요원은 아예 팔짱을 끼고 있었다. 운전대에 손을 대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읽혔다. 안전요원의 자신감대로 차량은 좌·우회전에 거침이 없었다. 옆 차선에서 달리던 다른 차량이 순식간에 앞으로 끼어들자, 긴급히 속도를 줄이며 차선을 바꾸기도 했다. 교차로에 대기 후 좌회전하려던 때는 맞은 편 도로에서 불법 유턴하는 차량이 위협했고 횡단보도가 아닌 곳을 느긋하게 가로지는 보행자도 있었다. 그래도 자율주행차량은 스스로 능숙하게 대처했다. 때로는 안전거리 이상을 유지하며 사고를 막았고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깜박이를 켜고 빠르게 차선을 바꾸거나 속도를 줄이기도 했다.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에서 맞물릴 경우 상황에 맞춰 양보와 우선 진입을 번갈아했다.


미국의 테슬라나 애플 차량 얘기가 아니다. 베이징(北京) 특파원으로 부임한 이듬해인 2021년 5월 베이징경제기술개발구에서 경험한 취재 내용이다. 중국 스타트업체 샤오마즈싱(小馬智行, 포니닷AI)의 자율주행 시스템 적용 차량은 ‘자율주행=미국’ 등식을 갖고 있던 인식을 완벽하게 바꿨다.


중국이 ‘과학기술 굴기’를 외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자립(自立)과 자강(自强)을 토대로 한 과학기술강국 건설을 여러 번 강조한 바가 있다.  시 주석은 “과학기술 혁신은 종합국력을 향상하는 중요한 지탱 역할을 하며 사회 생산방식과 생활방식 변혁 및 발전을 이루는 강력한 인솔 작용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과학기술을 장악하는 것은 선점과 우세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중국의 과학발전은 단기간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중국 지도자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국가의 원로급 과학자들을 각별히 대우하면서 과학기술과 이공계를 중시해왔다. 중국 특유의 장기적인 발전 계획이 성실히 쌓이면서 서서히 빛을 발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토대를 바탕으로 중국 과학기술은 빠르게 발전해왔다. 세계지식재산권기구가 발표하는 <2021년 글로벌 혁신지수 보고서>에서 중국은 혁신능력 종합 순위 12위로 전년도보다 2단계 상승했다. 중국은 지수에서 2013년부터 9년 연속 순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해엔 성과가 두드러졌다. 화성 탐사선 톈원(天問) 1호가 화성에 착륙했고, 우주정거장의 핵심 모듈 톈허(天河)를 발사했다. 올해 안에는 독자적인 우주정거장 톈궁(天宮)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또 시속 600km 고속 자기부상 열차 시험 주행 성공, 신에너지 자동차 생산 판매 세계 1위, 구형전파망원경(FAST) ‘톈옌(天眼)’이 감지한 세계 최대 ‘고속 전파 폭발(FRB)’ 샘플, 고성능 섬유 리튬 이온 배터리의 대량 생산, 마리아나 해구에서도 수영이 가능한 자체 구동 소프트 로봇 등 중국이 자랑하는 과학기술은 수두룩하다.


관영 신화(新華)통신은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등의 연구결과를 인용, 2019년 중국이 과학연구의 성과를 측정하는 주요 지표에서 미국을 넘어섰다고 지난 3월 16일 보도했다. 과학계에선 통상 한 논문의 피인용 횟수가 많을수록 관련 분야의 영향력이 커지며 상위 1%에 들면 수준 높은 연구로 간주된다. 미국·중국·네덜란드 연구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19년 중국 저자가 발표한 논문 중 1.67%가 전 세계 피인용 횟수 상위 1%에 오르며 미국 1.62%를 웃돌았다.


현대는 흔히 ‘과학기술의 시대’라고 부른다. 현대사회를 지탱하고 발전을 이루는데, 과학기술은 핵심 분야라는 것을 압축하는 호칭이다. 중국의 과학기술 시대 진입 속도가 이런 속도라면 세계 과학기술 강국으로 건설 완성되는 것도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글|정지우, 한국 파이낸셜뉴스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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