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10
지난 2010년 중국에서 대박을 터뜨린 애니메이션 영화 <희양양과 회태랑: 호호생위(喜羊羊與灰太狼之虎虎生威)>를 본 적이 있다. 당시 중국에서 애니메이션 영화 처음으로 1억 위안(약 200억 원) 이상의 흥행 수입을 달성해 화제가 됐다.
당시 ‘희양양’(喜羊羊)은 중국에서 한국의 둘리에 버금가는 ‘국민 캐릭터’로 떠올랐다. 어린이용 학용품이나 장난감에는 어김없이 희양양이 등장했다. 하지만 희양양은 단순히 내수용 작품으로만 성공했을 뿐이다. 게다가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에 그쳤을 뿐, 어른이 보기에는 다소 유치했다.
중국은 세계 2위 애니메이션 소비국이지만, 사실 미국이나 일본처럼 딱히 내세울 만화 캐릭터가 없었다. 오히려 미국 할리우드가 중국 문화와 색채가 담긴 애니메이션을 더 잘 만들어 성공했다. 이런 중국 애니메이션 업계에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중국에서 만든 애니메이션 영화 <나타지마동요해(哪吒之魔童鬧海, 나타: 요괴 소년의 바다 대소동)>(이하 나타 2)가 대박을 터뜨렸다. 중국 대륙뿐 아니라 북미, 호주, 뉴질랜드 등 해외에서도 개봉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뛰어난 특수효과와 제작 수준, 무엇보다 중국 전통 신화를 심도 있게 탐구해 현대적이면서도 독창적으로 재해석한 게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나타 2> 뿐만이 아니다. 최근 중국에서 제작된 애니메이션 대부분이 중국 고전을 바탕으로 중국만의 콘텐츠로 승부하는 게 눈에 띈다. 이는 최근 중국에서 성공하는 문화 콘텐츠의 성공 공식이기도 하다. 중국 전통 신화를 최신 디지털 기술로 부활시킨 애니메이션, 영화, 게임 콘텐츠를 대중에게 전달함으로써 ‘중국산 스토리텔링’도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서유기(西遊記)>를 모티브로 만든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검은 신화:오공(黑神話:悟空)’이 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게 대표적이다.
이를 두고 해외에서는 중국 내 애국주의 영향이 흥행을 이끌고 있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필자가 베이징(北京)에서 체험한 중국 문화산업은 애국주의 영향만으로는 설명하긴 힘들었다. 중국 문화산업의 발전 수준이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할 만큼 빠르게 진화하는 게 느껴진다.
글|배인선(한국), 한국 아주경제 베이징 특파원
올 춘절(春節, 음력 설), <나타지마동요해(哪吒之魔童鬧海, 나타: 요괴 소년의 바다 대소동)>(이하 나타 2)가 박스 오피스 고공 행진을 하면서 중국 애니메이션이 최고의 순간을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