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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기술로 만나는 둔황의 옛 선율


2025-02-24      

2024년 12월 15일, 상하이 메르세데스 벤츠 문화센터. 뮤지컬 <수도소환·둔황>의 상하이 세 번째 공연이 막을 내리면서 2024년 공연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사진/국가연극원 제공


둔황 막고굴 제206굴의 노목(눈을 부릅뜨고 화난 표정) 금강이 20세기 프랑스 거리를 활보한다. 공양인이 ‘벽화에서 걸어 나와’ 관객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살타나태자(薩埵那太子)가 호랑이를 향해 몸을 던진 감동 이야기는 백 년의 간극을 뛰어넘어 두 세대의 마음을 연결한다. 뮤지컬 <수도소환·둔황(受到召喚·敦煌, 부름을 받아·둔황)>은 2035년의 중국 둔황과 1935년의 프랑스 파리를 배경을 오가며, ‘둔황 수호신’ 창수훙(常書鴻)과 둔황 디지털연구센터 인턴 장란(張燃)의 이야기를 담았다.


최근 문화와 과학기술을 융합한 문예 작품이 늘면서 우수한 전통문화가 현대적으로 재해석돼 관객들을 만나고 았다. 중국 국가연극원의 뮤지컬 <수도소환·둔황>은 무대 서사의 힘을 빌려 천 년을 이어온 둔황 문화와 오늘날 사람들의 정신세계와 긴밀하게 연결한다. 백 년의 시공을 뛰어넘는 대화를 통해 문화유산이 문예 창작 속에서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하고 있다.


강인한 힘과 불멸의 지혜를 가진 금강은 인물이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다리 역할을 한다. 사진/궈사사(郭莎莎)


시공을 초월한 서사, 마음을 울리다

<수도소환·둔황>은 1935년 프랑스 파리와 2035년 중국 둔황이라는 두 개 시공간을 넘나든다. 극 중 청년 배우 장이싱(張藝興, 레이)이 둔황 예술 연구소 초대 소장 창수훙과 2035년 둔황 디지털 연구센터 인턴 장란으로 분해 그들이 마주한 사랑의 난제를 연기했다.


2035년 둔황 디지털 연구센터에서 일련번호 206번 노목 금강이 말을 하기 시작한다. 그의 지시에 따라 장란은 <창수훙 자전: 둔황을 위해 이번 생을 불태우다(常書鴻自傳: 願為敦煌燃此生)>를 연결 고리로 삼아 둔황의 장엄함과 개인의 사랑 사이에서 해답을 찾으려 한다. 평행 시공간 속에서 그는 악준(樂僔)이 막고굴을 건설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경이로우면서도 감동적인 둔황의 옛이야기에 끌려 창수훙의 시공간으로 들어간다.


1935년 파리, 청년 예술가 창수훙은 우연히 둔황 화첩을 접하고 정교한 벽화와 채색 조각에 매료된다. 이듬해 창수훙은 둔황 예술에 대한 열망을 안은 채 귀국한다. 항전의 혼란스러운 시절, ‘국립 둔황 예술 연구소’ 건립 사명을 맡은 창수훙은 우여곡절 끝에 1943년, 마침내 둔황 막고굴에 도착한다. 이후 창수훙은 자신의 평생을 둔황 석굴 보호와 연구 사업에 바친다. 파리에서 둔황까지, 청년 시절부터 노년까지, ‘파리 몽마르트르의 화가’에서 ‘둔황의 수호신’으로, 창수훙의 이야기를 통해 장란은 둔황 수호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다.


두 사람의 스토리 라인은 백 년을 뛰어넘어 둔황이라는 문화적 매개체를 통해 연결된다. 뮤지컬은 역사적 부름이라는 개념을 절묘하게 차용했다. 무대에 둔황 공간을 설치해 역사 인물에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하고 관객에게는 전통문화와 공감하는 계기를 마련해 줬다.


뮤지컬 <수도소환·둔황>의 연출과 극본을 맡은 중국 국가연극원 톈친신 원장 사진/국가연극원 제공

무대에서 주인공 장란(장이싱 분)이 2035년 둔황 디지털연구센터에서 노래로 공연을 시작하는 모습이다. 장란 뒤 배경은 디지털 기술로 복원한 둔황 조각상 모습이다. 사진/국가연극원 제공



혁신 속에서 역사의 문맥을 잇다

음악과 춤은 둔황 문화를 구성하는 중요한 부분으로 벽화 속 비천(飛天)은 마치 그림에서 음악이 흘러나오는 듯한 느낌을 준다. 뮤지컬 <수도소환·둔황>의 연출과 극본을 맡은 톈친신(田沁鑫) 중국 국가연극원 원장은 둔황을 주제로 한 극에서 음악은 필수라고 생각했다. 뮤지컬 <수도소환·둔황>에는 20여 곡의 다채로운 음악이 사용되는데, 중국풍과 프랑스풍을 넘나들며 이별의 슬픔을 노래하는 발라드부터 장대한 스케일의 곡까지 다양하다. 이 뮤지컬의 오리지널 음악을 작곡한 진페이다(金培達)는 호기심을 가지고 임했다. “음악은 감정을 강렬하게 표현하는 도구다. 우리는 음악을 통해 인생에서 특별한 소명을 발견하길 원한다.”


“감정을 조절하는 부분이 뮤지컬보다 더 정확해야 해서 이것이 내게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진페이다 작곡가는 “<구문(叩問)>은 이 뮤지컬의 클라이맥스로, 역사와 감정의 변화를 노래하면서 동시에 종교적 뉘앙스도 있어 감정을 물결 치듯 연결해야 했다”면서 “둔황은 문화가 합류하는 곳이기 때문에 뮤지컬 음악도 다원적 특성을 띄어야 한다”라고 소개했다. 진 작곡가는 다양한 참여자들과 상호작용이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다 생각하고, 장이싱에게 창작에 참여해달라고 요청해 몇몇 곡에 드라마틱한 감정과 세련된 느낌을 동시에 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뮤지컬에서 눈에 띄는 점 중 하나는 무대 디자인이다. 2D 애니메이션, 3D 특수효과, AI 기술, 즉석 촬영, 애니메이션과 실제 배우의 결합 등 멀티 미디어 기술을 활용해 막고굴 벽화와 채색 조각상의 세밀한 문양과 화려한 색채를 재현했다. 미래 지향적이면서도 문화의 깊이가 있는 ‘극적 메타버스’를 구축했다.


“체육관에 극 예술과 음악을 결합해 무대가 상자처럼 열리게 했다. 폐쇄적이 아닌 개방적인 설계로 관객을 끌어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데, 실제로 설치한 것이 아니라 멀티 미디어 영상과 AI 등 최신 기술을 통해 구현해 스토리 흐름에 맞춰 전개했다.” 무대 디자이너 왕천(王琛)은 “무대 배경에 미래 디지털 박물관의 불상, 금강, 보살, 비천을 사용했다. 출처는 둔황의 조각상, 벽화, 색채로 연기자가 그 안에서 공연하고 실시간 촬영을 더했다. 인간과 배경, 환경이 유기적으로 결합돼 연극과 음악, 현장의 경계를 허물고 과거와 현재, 미래를 융합했다”라고 말했다.


톈친신 감독은 디지털 기술이 전례 없는 힘으로 문화 전파 공간을 다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고대 장인들은 비범한 예술 창작 능력으로 둔황 문화를 창조했다면, 오늘날 우리는 현대 과학기술을 융합해 둔황 문화를 무대에 재현했다. 이는 또한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문예’를 사전에 준비하는 것이다.”


2024년 12월 15일, 뮤지컬 <수도소환·둔황>의 상하이 세 번째 공연이 막을 내리면서 2024년 공연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사진/국가연극원 제공


청춘의 열정으로 시대에 응답하다

노래와 춤 요소가 많아 이 뮤지컬은 예술대학교에서 뮤지컬을 전공한 청년 연기자가 많다. 그들은 청춘의 활력과 진지한 연기로 이 작품에 영혼을 불어넣고 있다. 뮤지컬 배우들은 ‘막고정신(莫高精神)’의 부름과 예술 선배들의 지도로 뜨거운 열정 속에서 웅장한 구상이 감동적 예술로 형상화되는 과정을 목격하고 이 작업에 직접 참여한 것이 매우 소중한 성장의 경험이라고 입을 모았다.


중화 문맥을 이어가려면 예술적 방식으로 중화 우수 전통문화를 창조적으로 전환하고 혁신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수도소환·둔황>의 감동적인 부분은 문화 전승 주제에 대한 해석이다. 둔황 문화 보호를 위한 창수훙의 헌신에서 둔황 문화로 인해 둔황 보호의 의의를 깨달은 장란까지, 이 작품은 우수한 전통문화가 각 세대 사람들의 노력을 통해 어떻게 이어나가는지 보여준다. 한 관객은 “문화에는 우리 모두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생명력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예술과 과학기술, 청춘과 이상, 전통과 현대가 깊이 있게 융합돼 둔황 문화와 막고정신이 모든 관객들의 심금을 울렸다.


문화 전승은 단순한 릴레이가 아니다. 뮤지컬 <수도소환·둔황>은 감동적 예술 표현으로 해답을 제시한다. 바로 진정성 있는 창작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과학기술을 활용해 전통문화에 새 생명력을 부여하며, 청년의 힘으로 문화의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다.


중국 문화의 눈부신 장은 문명 교류와 상호 학습의 중요한 매개체로, 예술로 마음을 연결하면 세계와 소통하기가 더 쉬워진다. 톈친신 원장은 “뮤지컬 <수도소환·둔황>은 2025년 전국 순회공연과 해외 공연을 준비 중이다. 공연 예술의 힘을 통해 중화 문명과 중화 문화의 정신을 많은 사람에게 널리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 | 톈샤오(田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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