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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 관광’서 지역경제 활력 찾는 중국


2024-02-18      



중국 동북 지역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에 처음 놀러가본 것은 2018년 8월 늦여름이었다. 중앙다제(中央大街)를 거닐 때마다 흘러나오는 경쾌한 음악, 성소피아 성당을 비롯한 이국적인 러시아풍 건축물, 궈바오러우(鍋包肉, 중국식 찹쌀 탕수육), 춘빙(春餠, 얇은 밀전병에 고기 야채 등을 올린 중국식 쌈 요리), 샤슬릭(러시아 꼬치구이)·보르쉬(러시아 전통수프) 등 다양한 먹거리, 다정하게 함께 사진을 찍어준 택시 기사까지, 꽤 만족스러운 여름 휴가였다.


그 택시 기사는 다음 번에는 빙설축제를 보러 오라고 강력 추천했다. 장인들이 25만㎡ 눈과 얼음을 사용하여 빚어낸 조각작품을 전시하는 빙설축제는 겨울철 하얼빈의 최대 볼거리라고 했다.


그로부터 5년 후, 올 겨울 하얼빈이 14억 중국인의 첫번째 겨울관광 목적지로 떠올랐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지난 1월 1일 신년 연휴 사흘간 영하 30~40℃의 혹한 속에서 역대 최고치인 무려 3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하얼빈을 다녀갔다. 하얼빈의 빙설관광 성공 사례를 배우기 위해 전국 각 지역에서 학습 시찰단을 보낼 정도다.


1999년 겨울 처음 시작한 하얼빈 빙설축제가 올 겨울처럼 열기가 뜨거웠던 적이 있었을까. 이는 무엇보다 하얼빈 시정부와 시민들의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한몫 했다는 분석이다.


올 겨울 하얼빈이 관광지로 유명해진 것은 다름 아닌 빙설축제 입장권 환불 요구라는 악재에서 비롯됐다. 2023년 12월 18일 개장한 하얼빈빙설대세계 현장에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대기 줄이 몇 시간씩 길어지면서 대관람차, 미끄럼틀, 눈꽃 축제 등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하얼빈빙설대세계 측은 즉각 공식 사과문을 내는 한편, 대기정보 알림 최적화, 불만사항 접수창구 개설, 인력 확충 등 적극 대응에 나섰다.


시내 지하통로에 미끄럼 방지 카펫을 깔고, 낡은 대중교통 정거장 표지판을 새로 교체하고, 숙박 외식업체들의 바가지 요금 단속을 강화하는 한편, 각종 음악회 콘서트를 개최하는 등 관광객에게 편의를 제공한 하얼빈시 정부의 노력도 빛을 발했다. 이를 계기로 하얼빈의 친근한 도시 이미지가 널리 알려지며 전국 방방곡곡에서 관광객이 몰리는 것이다.


특히 하얼빈은 SNS도 적극 활용했다. 중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중국 숏클립(짧은 동영상) 플랫폼 더우인(抖音)에서만 하얼빈빙설대세계 관련 영상 조회 수만 76억회를 넘어섰다. 14억 중국인 1인당 평균 5회씩 봤다는 이야기다. 짧고 간단하면서도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쉽게 올릴 수 있는 숏클립이 관광객 유치의 주요 채널이 된 것이다. 특히 하얼빈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직접 올린 숏클립이 홍보에 커다란 역할을 했다.


하얼빈이 올 겨울 빙설관광으로 대박을 터뜨리면서 중국 각 지역들도 더우인을 활용해 제각각 지역 특산물과 문화 역사 관광상품 홍보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더우인에 올리는 지역 홍보 영상에 유명 인플루언서나 연예인이 등장하는 것은 기본이며, 일부 지역 문화관광국에선 국장들이 직접 발벗고 나섰다. 최신 유행댄스를 추거나 4500m 높이에서 스카이다이빙을 하는 영상을 올려 관광객 유치에 나선 것.


이는 도시 이미지와 소프트파워를 높이는 것은 물론, 중국의 내수 확대 정책 아래 각 지역 문화 관광상품을 내세워 소비를 진작함으로써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도 크다. 다만 일각에선 일회성 이벤트로 그치지 않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필자도 조만간 혹한을 무릅쓰고 하얼빈에 또 한 번 다녀올 계획이다. 관광 열기가 얼마나 뜨거운지 기차표 끊기도 쉽지 않았다. 요새 중국 경제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은데, 하얼빈 현지에 직접 가서 뜨거운 관광 소비 열기를 한번 체험해볼 생각이다.

  

                                                                   글|배인선(한국), 한국 아주경제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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