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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 보호로 더 아름다워진 ‘삶의 터전’


2024-02-18      

정양문 전루에서 작업자가 채색화를 새로 칠하고 있다. 사진/VCG

 

영정문(永定門)에서 출발해 북쪽으로 자전거를 타고 쭉 달리면 천안문(天安門, 톈안먼), 고궁(故宮), 종고루(鐘鼓樓)를 지나 베이징(北京)올림픽공원에 도착한다. 그 다음, 온 길로 되돌아간다. 총 거리 24.7km에 달하는 중축선 라이딩 코스는 라이더 리샤(黎夏)가 가장 선호하는 코스이다.


최근 리샤는 라이딩을 하면서 중축선에 눈에 띄는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자주 느낀다. 도로가 넓고 평탄해진 것은 물론 고건축물의 유지 보수도 라이딩을 더 즐겁게 해준다. 리샤가 중축선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던 이유는 중축선과 옛 도시 보호 작업이 지속적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효과적인 조치를 통해 유구한 역사를 지닌 유산들이 마치 구슬처럼 중축선과 연결돼 옛 도시 보호와 부흥도 한층 활발하게 진행됐다.


복구와 활성화

중축선에서 톈안먼 광장 최남단에 위치한 정양문(正陽門)은 명·청 두 시대에 베이징 내성의 남문이었다. 2020년 10월, 정양문 전루(箭樓) 수리 작업이 공식 개시됐다.


관잔슈(關戰修) 베이징 중축선 유산보호센터 주임은 모든 곳에 원재료와 원래의 형태와 구조, 기술을 고수해 역사적 데이터를 최대한 유지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기왓장의 경우 모두 철거하지 않고 하나씩 뜯어내 바닥기와를 살피면서 누락되거나 깨진 것만 추가하거나 교체했다. 추가나 교체한 기왓장은 원래 모양대로 제작해 제자리에 놓았다”고 말했다.


중축선 북단에 우뚝 서 있는 고루(鼓樓)와 종루(鐘樓)는 원·명·청 3대에 걸쳐 시보(時報) 기능을 수행했다. 수백 년 동안 ‘아침엔 종, 저녁엔 북’은 전체 도시의 맥박과 같았다. 주민의 삶은 이것을 기준으로 펼쳐졌다.


“둥~둥~” 11시 정각, 2층에서 북소리가 들려왔다. 이것은 고루에서 매일 정해진 시간에 진행되는 북 퍼포먼스다. 메인 북 하나와 24개의 보조 북이 리드미컬하고 힘차게 울려 퍼진다. 메인 북은 1년을, 24개의 보조 북은 24절기를 상징한다.


2023년 상반기, 종고루를 방문한 관광객 수가 20만명이 넘어 2019년 동기 대비 51% 증가했다. “평일에도 고루를 찾는 사람이 많아 아침부터 줄을 선다.” 쭤옌제(左艷傑) 종고루 문물보관소 업무부 주임은 “설문조사 통계에 따르면 25~45세 청장년이 대다수를 차지한다”고 이렇게 전했다.


정비 작업을 통해 후퉁 주민들은 예전보다 편리하고 쾌적한 생활을 누리게 됐다. 사진/VCG


청년층 마음 사로잡는 비결은 ‘새로움’

고루 1층에 마련된 ‘베이징 시간(北京時間)’ 전시실에는 흥미로운 시설이 있다. 허공에 떠 있는 ‘보시경고(報時更鼓)’, ‘영락대종(永樂大鐘)’ 앞에 서면 북과 종을 치는 가상 체험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사구성리청종성(四九城里聽鐘聲)’ 장치에서 화면을 터치하면 성 안 임의의 성문에서 들리는 종소리를 선택할 수 있다. 장치는 음향 시뮬레이션을 통해 과거 다양한 지점에서 들리는 종소리를 복원했다. 종고루 옆을 선택하면 소리가 묵직하고 여운이 길게 남는다. 중축선을 따라 남쪽에 있는 만녕교(萬寧橋)를 선택하면 물소리와 섞여 웅웅거리는 종소리가 들린다. 지안문(地安門), 영정문에서는 남에서 북으로 올라가는 마차와 말소리와 섞여 들린다.


최근 몇 년간 중축선 위에 있는 문물 100여 종에 대한 복구 작업이 시작됐다. 온갖 풍파를 이겨낸 고도(古都)의 문물들이 시간 속에서 점차 빛을 발하고 있다.


옛 도시의 재탄생

중축선 보호 작업은 역사 문화 유산을 잘 닦아내는 것인 동시에 옛 도시 주민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오전 10시경, 아침 운동을 마친 시민 판라이유(范來友)가 친구들에게 인사를 하며 자기집 마당으로 들어갔다. 고루에서 좌회전해서 종루만(鐘樓灣) 후퉁(胡同)으로 들어가 첫 번째 모퉁이가 바로 그가 거주하는 90호이다. 올해 68세인 판라이유는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집 마당에서 고개를 들면 파란 하늘 아래로 종루와 고루가 마주서 있는 풍경이 그의 기억 속에 소중하게 남아있다.


마당에서 차를 끓이며 판라이유와 친구들은 이곳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예전에는 이 삼진사합원(三進四合院, 3개의 문과 3개의 마당(앞마당, 안마당, 뒷마당)이 있는 사합원)에서 20여 가구가 살았다. 지대가 낮아 장마철이 되면 침수가 됐고 제일 깊은 곳에서 물고기를 키울 수 있을 정도로 물이 찼다. 비 오는 날이면 어떤 신발을 신든 발을 내딛는 순간 진흙탕에 빠졌다.”


지역이 정돈되고 골목이 정비되면서 주택과 골목도 ‘변신’하기 시작했다. 사합원 내 불법 건물 철거, 구 건물 일괄 재건축, 상하수도 정비, 저지대 증축, 공공구역에 자동 센서 조명 설치 등이다. 또한 주택 안에서 골목까지 전부 물이 빠지는 청석을 깔아 “비가 와도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판라이유는 말했다.


정비와 퇴거 이후 사합원 내에 7가구만 남아 공간이 넓어지고 환경도 좋아졌다. 화초를 좋아하는 판라이유는 집에 난초, 재스민, 포도 등을 심었고 생활도 훨씬 만족스러워졌다. “여기 사합원에서 사는 게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고 그는 말했다.


신청식(申請式) 퇴거는 베이징시가 중축선 주변에 있는, 인구 밀도가 높고 주거 환경이 나쁜 주택을 공공주택으로 직접 관리한 혁신적인 정책이다. 퇴거를 할지, 남을지는 주민 스스로 선택했다. 퇴거를 선택한 주민은 신청 면적보다 더 큰 아파트나 돈으로 보상을 받았다. 남는 것을 선택한 주민은 주거 환경이 개선됐다. 화장실과 주방 등 생활 기능 구역이 보충됐고, 헬스와 양로 등 공공 서비스 기능을 가진 구역이 늘어났다. 신청식 퇴거를 통해 옛 도시 후퉁의 주민들은 새로운 삶을 맞이했다.


고루에서 중축선 문화를 살펴보고 있는 시민들 사진/VCG


중축선 위의 ‘살아있는 문화’ 보호

고루에 오르면 웅장하고 아름다운 중축선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동시에 지붕 위에 위치한 ‘부조화’스러운 작은 건축물인 각양각색의 ‘비둘기 집’도 눈에 띈다.


역사 기록에 따르면, 명나라 때 비둘기를 기르고 감상하는 것이 황족과 관리, 상인 사이에서 유행했다. 청나라 말기에는 비둘기가 일반 백성의 집에도 보급돼 옛 베이징 사람들의 여가 방식으로 자리잡아 지금까지 이어졌다. 휘돌아 날아오르는 비둘기떼와 유유한 비둘기 소리는 중축선 상의 ‘살아 있는 문화’가 됐다.


그러나 이러한 단층 주택 지붕에 있는 비둘기 집은 크기도 다양하고 색도 제각각이라 청색 벽돌과 회색 기와, 고색창연한 중축선의 전체적인 경관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옛 베이징의 정취인 비둘기 소리를 남겨두려면 비둘기 집 개조가 시급했다.


비둘기 집의 ‘모델 하우스’ 디자인 작업을 담당한 사람은 팡수징(龐書經) 칭화(淸華)대학 건축설계연구원 문화유산보호센터 계획소 소장이었다. 비둘기 집이 중축선 경관과 조화를 이루도록 하기 위해 팡수징과 그의 팀은 1.4m 높이의 비둘기 집 도면과 샘플을 제작했다. 그러나 비둘기 애호가들은 이 정교한 비둘기 집 모형을 보자마자 거부했다.


문제점을 찾기 위해 팡수징과 팀원들은 고루 주변 후퉁에 살면서 40년 동안 비둘기를 키운 경험이 있는 주민 스융타오(史勇濤)의 집 대문을 두드렸다. 비둘기 집 설계도를 본 스융타오는 쓱 보더니 고개를 저으며 “이건 너무 낮아요, 우리 것을 좀 봐요”라고 말했다.


지붕으로 올라가 비둘기 집으로 들어가자 키가 1.8m 되는 사람도 안에서 허리를 꼿꼿이 펴고 설 수 있었다. 높이 1.4m의 비둘기 집을 거부한 이유가 있었다. 사람이 들어갔을 때 허리를 펴지 못하면 비둘기에게 먹이를 줄 수가 없다. 팡수징 소장은 큰 깨달음을 얻었다.


팡수징 소장은 “높이 외에 우리는 구 도심의 비둘기 집은 직접 구매할 수가 없어서 블록을 쌓듯이 부품을 사서 직접 조립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게다가 사람이 사는 집처럼 기능별로 구획도 나눠주어야 했다”고 회상했다. 스융타오가 알려준 덕분에 설계팀은 비둘기 집에 들어가 기능에 따라 구역을 나누었고 비둘기에게 ‘발코니’와 ‘헬스장’을 더해주었을 뿐 아니라 평평한 지붕을 경사진 지붕으로 변경해 비둘기 집의 높이가 중축선의 풍경을 해치지 않는 것을 전제로 사람과 비둘기의 출입을 더 편리하게 했다. 팡수징은 비둘기 집 설계 개선 작업에 비둘기 애호가들을 참여시켰다. “비둘기를 키우는 우리들이 중축선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신청에 힘을 보태고, 더 많은 사람이 이런 독특한 옛 베이징의 문화를 알고 느낄 수 있게 도움이 됐다니 정말 기쁘다.” 스융타오는 이렇게 말했다.


강한 생명력을 지닌 중축선은 베이징의 독특한 문화 기억을 계승할 뿐 아니라 베이징이라는 천 년 고도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글 | 리자치(李家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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