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19
차오(僑)항 문화거리의 특색 음식인 쥐안펀(卷粉). 투명한 쥐안펀 피에 각종 비법으로 만든 소가 들어 있어 쫄깃하고 다양한 식감을 즐길 수 있다. 사진/VCG
베이하이는 중국 4대 어장 중 하나로 생선, 새우, 게, 조개 등 해산물이 풍부하다. 북부만에서 자란 베이하이 단가인(疍家人, 수상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어업은 가장 전통적인 직업이다. 어떤 생선이든 베이하이 사람의 손을 거치면 환상적인 맛으로 거듭난다. 광둥(廣東)성과 인접해 있어 베이하이의 식문화는 광둥과 유사점이 많다. 예를 들면 두 지역 모두 탕을 좋아한다. 따뜻하고 신선한 생선탕은 베이하이 사람들의 솔푸드(위안 음식)라고 할 수 있다.
심해에서 서식하는 우럭바리는 대가리가 크고 살이 두툼해 탕을 끓이기에 적합하다. 먼저 기름에 지져 비린내를 제거한 다음 끓인 물 적당량을 붓고 파, 생강을 조금 넣어 한소끔 끓인다. 높은 온도에서 끓이면 생선에서 뽀얀 국물이 우러나고, 부드럽고 쫀득한 생선 살에서 신선한 바다의 맛이 난다. 희고 부드럽고 진한 탕 한 그릇을 먹으면 음식의 주인공이 생선 살인지 국물인지 구분하기가 힘들 정도로 맛있다.
우럭바리탕보다 더 유명한 것이 있으니 바로 쑤기미탕이다. 쑤기미는 못생겼지만 맛이 매우 좋아 ‘베이하이 특색 요리’라는 명성에 어울린다. 쑤기미는 심해에서 서식해 잡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많은 어부들이 쑤기미를 잡아도 판매하길 아까워하며 종종 저녁에 끓여 먹으려고 남겨둔다.
베이하이인의 하루는 미펀(米粉, 쌀국수) 먹는 소리와 함께 시작된다. 광시(廣西)는 예부터 쌀이 풍부해 현지 주식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고, 베이하이인의 하루 세 끼에는 미펀이 거의 빠지지 않는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베이하이에서 현지인이 가장 좋아하는 미펀은 게로 만든 것이다.
베이하이 와이사(外沙)어항 부두의 활기찬 어시장 사진/ CNSPHOTO
베이하이 옛 거리에 있는 탕수이 매장의 시그니처 디저트 라오베이하이(老北海) 우자탕수이(五加糖水)이다. 사진/VCG
이 음식을 맛보려면 차오강진(僑港鎮)을 찾아가야 한다. 거리 전체에 해산물과 건어물이 가득하고 각종 해산물 요리 냄새가 코를 찌르며 프라이팬에서 기름이 지글지글 끓는 소리가 관광객의 식욕을 자극한다. 차오강진은 베트남에서 돌아온 화교의 정착지로 인구의 95% 이상이 화교 가족과 후손이다. 화교와 함께 바다를 건너온 것은 베트남과 단가인의 음식이다.
리후이(李辉)와 부인은 셰쯔펀(蟹仔粉, 작은 게 쌀국수) 가게를 운영한다. 새벽, 리후이는 시장에서 작고 살이 별로 없는 게를 꼼꼼하게 골라 구입해 집으로 돌아온다. “이런 게를 물게(水蟹)라고 한다. 갓 허물을 벗은 상태라 살은 적지만 즙이 많고 맛이 훨씬 달아 국수로 만들기에 적합하다.” 물게를 깨끗하게 씻어 통째로 통에 넣고 으깨서 게 반죽을 만든다. 게 반죽에 물을 넣고 면포로 불순물을 걸러내며 게 즙을 짜낸다. 이 즙에 돼지 뼈 육수를 넣어 함께 끓여 국물을 만들고 게 즙으로 볶은 두부를 고명으로 내면 짭짤하면서도 진한 셰쯔펀이 완성된다. 게는 육안으로 전혀 보이지 않지만 한 마리의 정수를 오롯이 한 그릇에 담아낸 덕분에 게를 직접 먹는 것과 진배없다. 셰쯔펀은 화교인 리후이 장모의 솜씨다. 화교에게 셰쯔펀은 날마다 밥상에 빠지지 않고 오르는 음식이다. 2대에 걸쳐 내려오는 ‘집안의 손맛’은 변하지 않았다.
한 끼를 든든하게 먹고 나면 달달한 탕수이(糖水)가 디저트로 제격이다. 베이하이의 탕수이는 종류가 다양하다. 용안, 대추, 은행, 백합, 토란, 연밥, 코코넛, 파인애플 등 토핑 재료가 올라가 다채로운 맛을 이룬다. 바다에 기대 사는 단가인은 거의 평생을 바다에서 떠돌아 설탕 공급원이 극도로 부족해 육지에 오를 때마다 탕수이로 체력을 보충했다. 탕수이의 달콤함과 해산물의 짭짤한 맛이 오랫동안 입안을 맴도는 것이 단가인의 아름다운 삶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베이하이에는 특색 해산물도 많다. 하늘가에 아직 노을이 걸려 있는 저녁, 해산물 시장에 가서 아무 노점이나 골라 들어가 팔뚝만 한 갯가재 한 근과 소라 두 근 그리고 현지인의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상어껍질별벌레 숙회를 주문해 보는 것도 좋다. 숙회로 만든 해산물은 쫄깃하고 달큼하며 바다 내음이 은은하게 풍겨 술 한 잔 곁들이면 안성맞춤이다. 이 순간, 모든 걱정 근심이 멀리서 들리는 파도 소리와 함께 조금씩 멀어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