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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이면서 기술적”, 중국 AI로봇 디자인의 세계


2024-02-18      

유비쉬안이 개발한 교육로봇 ‘알파미니’ 사진/유비쉬안 제공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지능, 지성’을 뜻하는 인공지능 AI(Artificial Intelligence)는 인간이 가진 연산 능력과 해석 지능을 가진 디지털 기계다. 최근 음악 및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창의적 지능과 소통 능력까지 더해지며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과거 인공지능은 인류의 생산활동을 돕는 보조적인 기계 수단으로 여겨져 왔으나 2016년 구글에서 개발한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제압하면서 AI가 인간 개발자까지 넘어설 수 있다는 공상과학 같은 미래가 성큼 현실로 다가오게 됐다.

    

2017년, 알파고는 마침내 중국의 바둑 신동 커제(柯潔)까지 물리치며 인간 바둑기사를 제치고 세계 바둑랭킹 1위에 오르게 된다. 이는 중국인들에게는 AI 기술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을 촉발한 새로운 ‘시작’으로 회자되었다. 그리고 정확히 두 달 뒤, 중국 정부는 대대적으로 <차세대 AI 발전 계획>을 발표하며 2030년내에 중국이 인공지능 이론, 기술 및 응용이 전체적으로 세계 선두 수준에 이를 것을 제시했다.


이같은 중국의 선언은 단지 허황된 공언에서 끝나지 않았다. 커제의 패배 이후 중국은 매년 대량의 자금을 인공지능에 투자하며 AI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중국의 주요 IT 기업들은 세계 전역에서 IT 전문가를 채용하고 있으며, 거대한 연구센터를 새로 건립하는데 막대한 자금을 투여하고 있다.


이미 중국의 인공지능 특허 건수는 2016년부터 미국을 앞질렀으며 2017년 세계 AI 스타트업 투자금액의 절반이 중국에서 이루어졌다. 이러한 중국의 유례없는 AI 열풍 속에서 미국 인공지능 국가안보위원회(NACAI) 보고서는 응용연구 분야에선 중국이 이미 미국과 비슷하거나 특정 부분에서 기술적으로 더 발달되어 있고, 10년내에 AI 분야에서 미국을 제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인간을 대체하는 AI 시대가 가속화되며 중국의 관련 산업은 이제 전문분야의 연구를 넘어서 대중화, 실용화의 단계로까지 접근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AI 기술을 포함한 디지털 기술을 방역에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발표하였고 중국의 주요 IT 대기업을 필두로 중국의 AI 스타트업 역시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하여 감염병을 관리하는 대중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2023년 12월 31일, 선전에서 로봇이 커피를 만들고 있다. 사진/VCG

 

특히 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되어 있는 AI 로봇은 반복되는 격리 속에서 비대면으로 사람들에게 생필품이나 의약품을 전달하는 중요한 운송수단이 되었으며, AI를 이용한 원격 진료와 의료 로봇 역시 환자가 많이 발생하는 주요 거점 도시에 보급되었다.


이밖에도 항저우(杭州)의 AI회사는 코로나 19 감염 의심자를 가려낼 수 있는 AI 기능을 갖춘 스마트 안경을 출시하여 별도의 체온검사 없이 담당관이 2분 안에 수백명의 체온을 측정해낼 수 있게 했다. 또한 AI 교육로봇은 코로나19로 방문이 불가능한 인간 교사의 공백을 메꿀 수 있는 대체제로 큰 인기를 끄는 등 AI 는 팬데믹 이후 전방위적으로 중국인의 삶 속에 파고들게 되었다. 특히, 중국 AI 기업들은 이번 코로나19에 대응하며 자사의 AI 기술 플랫폼과 프로그램 등을 무료로 개방하고 있어 중국내 AI 생태계가 더욱 확장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중국에 거주하며 흥미로운 부분은 생각보다 다양한 얼굴의 인공지능 로봇 디자인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우리가 흔히 로봇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마치 터미네이터같은 차갑고 인공적인 이미지의 로봇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동글동글 유려한 표면의 라인에 항상 표정은 방긋방긋 웃고 있어 로봇이 아니라 인형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브랜드, 서비스마다 제각기 다른 로봇 디자인의 외형을 갖고 있어 로봇마다 업종 특징이 선명하게 파악되었다.


예를 들어 중국 선전(深圳)에 본사를 두고 있는 여우비쉬안(優比選·UBTech·유비테크)가 개발한 교육로봇 ‘알파미니(alpha mini)’는 마치 아톰과 같이 동글동글한 어린아이의 외관을 갖고 있어 아이들의 호감을 쉽게 사고 있다. 중국어로 이 로봇의 이름은 중국 설화 속 주인공 손오공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 같은 ‘오공’이다. 한뼘 반 정도 크기 되는 작은 크기의 알파미니는 카메라와 스피커가 탑재되어 있고 14개의 고정밀 모터로 사람의 동작을 정밀하게 흉내내기도 한다. 그리고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로봇이라 아이들에게 동화를 읽어주고 춤을 추고 음악을 틀어주기도 한다. 심지어 얼굴 등록으로 사람의 얼굴까지 기억할 수 있어 타인과 주인을 구분짓는 것 또한 가능하고, 머리를 쓰다듬으면 터치센서로 감지하여 눈에서 하트가 뿅뿅 튀어 나온다. 어린이용 교육 목적에 정확히 부합하는 사랑스러운 외관 디자인인 셈이다.


2023년 12월 29일, 안후이성(安徽) 황산(黃山)시 후이저우(徽州)구에 위치한 궈왕황산(國網黃山)전력공급회사의 검사 로봇이 500kV 후이저우 변전소에서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사진/VCG

 

같은 회사인 여우비쉬안에서 출시한 판다 로봇 ‘여우여우(优悠)’는 2020 두바이엑스포 중국관에 등장한 로봇이다. 판다의 흑백 특징을 살리면서 귀엽고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판다는 중국의 대표적인 동물로 중국관 홍보대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며 엑스포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여우여우는 재기 넘치는 말재주를 갖고 있을 뿐 아니라 태극권, 서예 등 중국 전통 예술에 능해 중국관을 홍보하는 로봇으로서 손색이 없었다. 이러한 다양한 로봇들은 기존에 우리가 갖고 있던 로봇 디자인에 대한 편견을 전복하는 외관으로 로봇이 기능적 목적을 수행하는 기계가 아니라 마치 하나의 디자인 소품같은 장식물로 전환이 가능함을 입증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이처럼 AI 로봇 디자인에 주력하고 있는 이유는 이미 중국의 포화된 로봇 시장에서 로봇의 디자인과 외관이 중요한 차별화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로봇은 편리하고 사용성이 높지만 미래에 인간을 제압할 수도 있는 두려운 존재로도 인식되어 왔기 때문에 로봇이 주는 ‘불편한 골짜기’를 어떻게 제거하고 사람들에게 친근함을 줄 수 있는지가 로봇 디자인에 있어서 중요한 관건이다.


‘차가운 기계에 따뜻한 인간의 감성을 부여하는 것’, 사실 이 단순한 명제야말로 로봇 디자이너들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핵심 디자인 가치다. 이는 ‘인공(人工)’ 이전에 ‘인간(人間)’을 먼저 더 깊게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글|황윤정(한국)

중국 후난(湖南)대학 디자인학부 교수, 차이나디자인랩 대표.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유럽 길거리 그래픽 디자인과 문화적 정체성을 다룬 <디자인은 다 다르다1>과 한·중·일의 길거리 그래픽 디자인을 연구한 속편 <디자인은 다 다르다2>를 집필했고, 페이원화(裵文華)와 공동으로 <중국디자인이 온다>와 <대만맛집>을 저술했다. 양국을 잇는 효율적인 디자인 교두보 역할을 위해 차이나디자인랩을 설립하였으며 강연과 원고를 통해 한국에 중국 디자인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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