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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자이거우…인간이 그림 속을 거닐고, 그림으로 지킨다


2024-02-18      

초겨울 눈이 내린 쓰촨 아바 주자이거우는 그림처럼 아름답다. 사진/VCG


쓰촨(四川)성 아바(阿壩) 짱(藏)족 창(羌)족 자치주에 위치한 주자이거우(九寨溝)자연보호구는 중국 최초로 자연 풍경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정된 자연보호구로 ‘동화 세계’, ‘수경지왕(水景之王)’이라고 불린다. 독특한 지형과 거울처럼 맑고 깨끗한 호수로 유명하다.


선녀가 부순 ‘거울 파편’ 같은 반짝임

왕멍쉐(王夢雪)는 유화 화가로 그가 창작의 영감을 얻는 방법은 주자이거우에 와서 풍경을 감상하는 것이다. 그는 “주자이거우에는 경험에 기대 만들어낼 수 있는 색깔이 없다. 주자이거우에 가까이 다가가야 비로소 색깔 간의 미묘한 변화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젤 앞에 선 왕멍쉐 화가는 자신을 잊은 채 붓을 놀리며 이 모든 것을 자신의 화폭에 담아냈다. “눈앞의 몽환적이고 전율이 흐르는 경치를 말로 다 표현하기는 어렵다. 모든 게 너무 아름다워서 진짜 같지 않고 그저 ‘선경(仙境)’이라고 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고 그는 강조했다.


아바주 북서부 민(岷)산 남쪽 기슭에 위치한 주자이거우는 수정(樹正), 르쩌(日則), 쩌차와(則查洼)의 3개 산골짜기로 구성돼 있다. 이곳에 9개의 짱족 마을이 있어 주자이거우라고 한다. 대자연은 이곳을 유독 사랑했는지 숲 바다가 아득하게 펼쳐져 있고, 설산이 우뚝 솟아 있다. 세계자연유산인 주자이거우는 바로 여기의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 계곡과 호수, 폭포와 석회화로 만들어진 풍경이 둘도 없는 독특한 절경을 이룬다.


쓰촨 아바 주자이거우풍경구에 자리한 눠르랑(諾日朗) 폭포 사진/VCG


물은 주자이거우의 영혼이다. 중국 서부에 사는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호수를 ‘하이쯔(海子)’라고 부른다. 전설에 따르면 하이쯔는 선녀가 부순 거울이라고 한다. 크고 작은 파편이 높은 산 계곡에 흩어져 맑고 투명한 몽환적인 색채를 반사한다. 주자이거우에는 크고 작은 하이쯔가 총 114개 있다. 작은 것은 몇 ㎡에 불과하지만 큰 것은 직경 7000m에 달하는 것도 있다. 주자이거우 호수의 물은 거울처럼 맑고 투명해 1~20m 깊이도 볼 수 있다. 호수에는 물풀이 살랑거리고 호수 바닥에는 빛나는 퇴적석이 햇살을 받아 파랑, 노랑, 주황, 녹색 등 여러 색으로 반짝거리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중국에는 ‘구채귀래불간수(九寨歸來不看水)’라는 말이 있다. 강과 바다, 호수의 경치 중에 주자이가 으뜸이라는 뜻이다. 주자이를 방문하면 이 말의 뜻을 바로 깨닫게 된다.


아름다운 쓰촨 아바 주자이거우 풍경 사진/VCG


골짜기에 들어서면 눈앞에 갈대밭이 펼쳐진다.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가 햇빛을 받아 황금빛으로 반짝이면 기분이 더 없이 좋아진다. 그러나 이것은 그저 주자이거우가 방문객에게 선사하는 작은 선물에 불과하다. 안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은 더 신비롭다. 탄산칼슘 물질이 퇴적돼 형성된 긴 둑은 마치 백룡이 수면 아래서 단숨에 튀어 오르려고 하는 것 같고, 오색찬란한 호수는 거대한 팔레트 같아 대자연의 신비로움에 감탄을 연발하게 된다.


쓰촨성 샤오진(小金)현 쓰구냥(四姑娘)산 풍경구 사진/VCG


대자연의 보고를 수호하라

그랜트는 영국 출신의 포토그래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전 여러 차례 주자이거우를 방문해 새를 관찰했다. 코로나19 이후 그는 먼 길을 마다 않고 숲 속에 있는 ‘오랜 친구’들을 만나러 달려왔다. 그랜트는 “주자이거우는 환경이 잘 보호돼서 특수한 조류를 많이 볼 수 있다. 이곳은 마치 천연 박물관 같다”고 말했다.


주자이거우의 수많은 하이쯔 가운데 방문객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곳은 주하이(竹海)이다. 호숫가에 전죽(箭竹)이 자라기 때문이다. 전죽은 자이언트 판다가 제일 좋아하는 식물이다. 대나무 숲을 천천히 거닐면 대나무 숲에서 배불리 먹고 호수로 물을 마시러 온 야생 자이언트 판다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주자이거우는 감탄을 자아내는 독특한 지형으로 유명하지만, 야생 동식물의 천국이기도 하다. 황금원숭이, 판다, 영양, 설표는 물론 각종 희귀 조류들이 이곳에서 원시 삼림과 서로 의존하면서 자유롭게 생활해 조화로운 생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쓰촨성 황룽우차이츠(黃龍五彩池)의 자연 풍경 사진/VCG


주자이거우는 면적의 85%가 식물로 덮여 있고, 자연적으로 분포된 원생 식물이 2500여 종에 달해 예측 불허의 변화무쌍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이렇게 다양한 식물은 방문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할 뿐 아니라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이곳의 생태 보호에 참여하게 한다. 프랑스에서 온 벤자민은 주자이거우에서 나무 나이테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벤자민은 “주자이거우에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있는 멸종 위기 식물이 자라고 있다. 이곳에는 2000여 종의 물종(物種)이 있다. 이는 유럽 식물 종류의 절반에 해당한다. 이런 희귀 식물 자원을 잘 보존하는 것이 전 세계에 막대한 공헌을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중국은 주자이거우의 생태 환경 보호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많은 생태 보호 공정이 이곳에서 큰 역할을 했다. 레이카이밍(雷開明)은 임업 엔지니어로 주자이거우 숲을 누빈 지 벌써 32년이 됐다. 레이카이밍 엔지니어는 주자이거우자연보호구에 검측 선이 27개가 있고 보호구 대부분의 구역을 커버한다며, 20년 동안의 검측 데이터를 봤을 때 최근 몇 년 동안 동물의 활동 흔적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쓰촨 아바 주자이거우 슝마오하이(熊貓海) 가을 풍경 사진/VCG


주자이거우에서 제일 깊은 곳으로 들어가면 호숫가로 반쯤 기울어진 거석이 나타난다. 거석에는 ‘8. 8’이라는 숫자가 새겨져 있다. 현지 안내인은 이 돌의 무게는 522t으로 해발 2600여 m 높이의 산체에서 여기로 굴러온 것이라고 설명해주었다. 2017년 8월 8일, 주자이거우에서 규모 7.0 지진이 발생해 산체가 무너지고 숲이 훼손돼 거울처럼 맑고 투명했던 호수가 흙탕물로 변했다. 그러나 4년 만에 국내외 환경보호 단체의 공동 노력으로 2021년 주자이거우는 최초의 모습을 되찾고 다시 세상 사람들을 맞이했다.


레이카이밍 엔지니어는 “우리는 주자이거우가 재해 이후 재건되는 기적을 직접 봤다. 인간이 관여하긴 했지만 더 많은 부분을 자연이 시간의 힘으로 자가 치유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사진 속 지진 발생 후 모습을 보고 다시 눈앞의 선경을 보면 이토록 짧은 시간에 이렇게 큰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다. 대자연은 강력한 자가 치유 능력으로 자신의 상처를 치유했다. 이것은 그 안에 있는 인간은 사실 보잘것없는 존재이고, 이곳에서 살고 있는 동물과 식물이 진정한 주인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글 | 위안수(袁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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