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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만든 대졸자 취업시즌 풍경


2020-05-06      

 

쑨자난(孫佳男)아침식사를 마치고 거울 앞에 앉아 화장을 한 후 책상에 놓인 휴대전화 카메라 위치를 조정하고 와이파이 연결이 잘 되는지 확인했다.  씨는 온라인에서 물건을 파는 인플루언서가 아니라 올해 대학 졸업을 앞둔 취업준비생(취준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겨울방학부터 3개월 넘게 집밖을 거의 나가지 않았지만, 최근 지원한 기업의 온라인 면접을 보기 위해 집에서도 곧잘 화장을 하고 대기한다.

 

 

중국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중국 대졸자는 40명이 늘어난 874명에 달해 또다시 신기록을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에서는 보통 캠퍼스 현장 채용이 이뤄진다. 9월 입학과 6월 졸업이라는 교학 일정상 가을과 봄 두 차례에 걸쳐 채용을 한다. 가을 시즌은 9월에서 11월 또는 좀 더 일찍 채용을 시작하는 기업도 있고, 봄 시즌은 3월에서 5월 또는 2월부터 채용을 하는 기업도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국가 경제뿐 아니라 대학생들의 취업시장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무엇보다 봄 시즌 취업을 목표로 삼았던 졸업반 학생들의 타격이 크다.  씨는 가을 시즌 원하는 곳에 취업하지 못한 졸업생들이 봄 시즌 취업 준비에 모든 힘을 쏟았는데,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발생으로 기업들이 갑자기 채용 규모를 줄였다. 한 인사담당자로부터 지난해에 비해 올해 구직자들이 몰리고 채용 규모는 줄어 전체적인 지원자들의 스펙이 올라간 탓에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는 얘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1분기 대졸 채용 규모는 지난해 동기 대비 16.77%가 줄어든 반면 지원자 수는 69.82% 늘었다. 수요 측면에서1월 대졸자 채용 수요는 지난해 동기 대비 1.83%이 늘었지만 2월과 3월에는 각각 21.67%, 26.69% 줄었고, 공급 측면에서 1월과 2월 지원자 증가폭은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5.85%와 12.30%를 기록했다. 특히 3월 대졸자 봄 채용 시즌이 시작되면서 지원자 수 증가폭은 무려 143.25%에 달했다.

 

작년 7월부터 구직 활동을 시작한  씨는 대학에서 경제 관련 학과를 전공해 은행에 입사 지원을 했고, 필기시험에 합격한 뒤 8월 첫 입사 제안을 받았다. 가을 시즌에는 40곳의 회사에 지원하고 10번 넘는 면접 끝에 최종적으로 세 곳으로부터 입사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조건으로 고민 끝에 입사를 포기하고 봄 시즌 채용을 통해 더 나은 직장을 찾아보려고 했다.

 

 

하지만 뜻밖의 코로나19발생으로 봄 시즌 채용 일정에 차질이 생기며 갑작스러운 취업난에 직면했다. 지난 겨울방학 때부터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로 구직-채용-면접-입사에 이르는 모든 과정이 재조정되며 면접시험도 거의 온라인으로 대체됐다. 25일 중국 인적자원사회보장부, 교육부, 재정부, 교통운수부,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대졸자들의 현장 채용 행사을 중단하고 인터넷상의 구직-채용 활동과 온라인 면접, 온라인 계약, 온라인 등록을 장려하는 내용의 공동 통지문을 발표했다. 3월부터는 대학원 입학시험과 본고사, 지방공무원 채용 시험도 잇따라 연기되고 대학에서도 졸업논문 심사를 온라인으로 진행하기 시작했다.

 

봄 채용 시즌이 시작되자  씨는 약 30군데의 회사에 지원서를 내고 8차례의 온라인 필기시험과 5군데의 회사 면접시험을 치렀다. 회사별로 평균 2차례의 면접을 치른 셈이다.  씨는 코로나19가 기업의 채용 수요 감소는 물론이고 채용 방식도 바꿔 놓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씨는 모든 필기와 면접시험을 온라인으로 치렀다. 다른 취업준비생들과 함께 현장 면접 때처럼 개별 면접과 그룹 면접을 모두 준비했다. 다만 온라인 면접 시작 전 휴대전화를 고정시키고 화면을 조정해야 한다는 점이 현장 면접과 달랐다. 집에서 면접시험을 치르는 중 화면에 비친  씨는 예쁘게 화장하고 단정한 상의를 입었지만 하의는 잠옷 바지 차림일 때가 많다. 또 온라인 화상 면접은 응시자의 목소리가 잘 안 들린다거나 화질이 떨어지는 등 특별한 변수가 응시자와 면접관의 소통이나 심사 평가에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씨가 집에서 면접을 볼 때는 가족들이 집에서 쓰는 전자기기 사용을 멈추고 양호한 와이파이 수신 상태를 유지하여 화질이나 음성이 또렷하게 들리도록 한다.

 

각 대학 취업지원센터도 졸업생들의 취업을 돕기 위해 다양한 대안을 마련했다.  씨는 취업센터 담당자들이 단과대학별로 졸업생 그룹채팅방을 만들어 매일 신규 채용 소식을 보내주는 등 학생들과 정보 공유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이 밖에도 원격 회의 등을 통해 전문 멘토나 기 졸업생들을 초청하여 취업 경험담이나 업무 요령을 알려주기도 하고, 이력서 검토나 면접 기술을 전수해주기도 한다. 학생들의 취업 현황과 심리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위해 전문 담당교사가 배치됐고, 매년 가을과 봄 채용 시즌에 개최되던 대규모 기업홍보회와 취업설명회를 코로나19 사태에도 이어가기 위해 각 대학이 기업과 손잡고 온라인 기업홍보회와 취업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36일 베이징(北京)대학교는 총 23000 명의 인원을 뽑는 채용기관 350곳과 첫 온라인 공동 취업상담회를 열고 대졸자들과 매칭 상담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채용기관과 구직자들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영상 면접기능도 지원됐다.

 

후베이(湖北)성 내 대학 졸업생들의 구직 현황은 다른 지역보다훨씬 심각하다. 이에 지난 48일 중국 교육부는 코로나19 발생지인 후베이성 대졸자들과 전국 대학이 취업이나 창업과 관련해 1:1 매칭으로 서로 도움을 주는 이방이 캠페인에 관한 통지문을 각 기관으로 발송했다. 예를 들어 베이징대학교는 우한(武漢)대학을, 칭화(清華)대학교는 화중(華中)과학기술대학에 취업 관련 도움을 주는 형식이다. 4월에서 9월까지 48쌍의 대학은 서로 취업 정보를 공유하고 취업 문을 넓힐 방침이다. 취업 멘토링 서비스와 학습 자원 공유, 창업 프로젝트 공동 진행 등을 통해 보다 체계적으로 협력할 예정이다.  

 

중국에는 채용 성수기인 3~4월을 일컫는 금삼은사(金三銀四)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전체 취업시장이 얼어붙고 현장 채용이 중단되며 인턴 활동도 할 수 없게 되자 이 시기 취업길이 막힌 대졸자들의 마음은 바짝 타들어 갔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한 정부와 각 대학, 사회 전반은 대졸자들의 취업 기회를 늘리고 진학이나 채용 루트를 확장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합심하는 한편, 졸업생 개개인의 사정을 세심히 고려한 맞춤형 멘토링으로 특수한 시기 엄혹한 취업난이 대졸자들의 취업이나 창업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각 대학이 대학원생의 소양 육성을 기본 전제로 올해 석사 과정생 모집 정원과 전문대졸자의 학사 편입 규모를 늘린 것 또한 일부 졸업생들에게 힘이 되는 소식이었다. 421일 현재 중국에서는 총 8개 성() 48개 대학에서 대학원생 모집 인원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씨 역시 다른 졸업생들처럼 기나긴 취업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비록 코로나19의 영향이 있었지만 봄 시즌에는 회사 두 곳으로부터 만족스러운 입사 제안을 받았다.  씨는 코로나19 사태가 점차 진정되며 입사시험을 통과한 회사들이 정식 계약을 제안했다. 하지만 그래도 인사담당자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눠본 다음 최종 결정을 내리고 싶다. 회사 입장에서도 여건만 허락된다면 완전히 온라인 면접에만 의존해 직원을 뽑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미 완성된 논문은 심사만을 남겨놓고 있고, 복학하는 즉시 졸업이 되는 쑨자난에게는 지금이 가장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다. 근래 가장 힘들었던 취업 시즌일지라도 참고 기다리면 분명 좋은 날이 올 것이다. 그간 열심히 노력한 만큼 모두가 자신에게 잘 맞는 직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씨의 말이다.

 

/톈샤오(田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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