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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커우, ‘동계스포츠 산업의 허브’를 꿈꾼다


2018-03-20      글| 장진원(張勁文)

항공 촬영한 장자커우 모습 사진/천량(陳亮)

2015년 7월 3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제128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BEIJING 2022’라고 적힌 팻말을 들어 보였다. 허베이(河北)성 장자커우(張家口)시가 하룻밤 만에 수도 베이징(北京)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순간이었다.
 
1996년 개장한 장자커우 싸이베이(塞北)스키장은 최근까지 연간 최소 수백만 명의 스키인구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 20년 간 장자커우시의 스키산업은 차근차근 기반을 다지며 눈부시게 발전해 왔다. 특히 베이징시과 함께 2022년 동계올림픽 동반 유치에 성공한 이후 동계스포츠는 장자커우 최고의 ‘효자종목’이 되었다. 중국 동계스포츠 산업 발전의 한 단면이자 장자커우시 경제발전 엔진의 전환 과정을 대표하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2017년 12월 19일-22일, 2017-2018년도 국제스키연맹(FIS) 프리스타일 스키 및 세계스노보딩연맹(WSF)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경기장 월드컵은 장자커우시 충리구 윈딩스키장에서 열렸다.   사진/스자승(施佳生)

스키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2022년 2월 4일에서 20일까지 베이징과 장자커우에서 동시에 열린다. 경기는 베이징 시내, 베이징시 옌칭(延慶)구, 허베이성 장자커우시 등 총 3곳에서 진행된다. 장자커우시의 경기시설은 충리(崇禮)구에 조성될 예정이다.
 
과거에는 충리구와 ‘가난’을 연관 짓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2013년 11월 베이징과 장자커우가 2022년 동계올림픽을 공동개최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2014년 징·진·지(京津冀, 베이징·톈진·허베이의 약칭) 연계발전 전략 덕분에 허베이성은 급속한 발전기를 맞게 되었다. 장자커우시 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인 관광산업 육성책을 내놓자 충리현도 비로소 ‘가난’의 딱지를 벗게 되었다. 
 
2015년 동계올림픽 유치 성공 후 처음 맞이한 겨울철, 충리현에는 무려 205만명의 관광객이 찾아 들었다. 1인당 소비액만 700위안(약 11만원), 직접수입액은 14억 위안이 넘었다.
 
2016년 1월, 장자커우시의 일부 행정구획 조정안이 국무원의 승인을 통과하며 충리현은 충리구로 승격됐다. 같은 해 장자커우시는 총 151억9000만 위안의 예산을 투입해 22만7700명의 인구를 가난으로부터 탈출시키는 데 성공했다.
 
장자커우시 정부는 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와 지역경제발전 촉진 시너지 효과를 위해서는 각종 자원을 쏟아부어 경제사회적 효과를 일으키기보다는 아예 ‘새하얀 눈밭’을 활용하는 것이 훨씬 낫겠다고 판단했다. 경제 엔진의 세대교체 과정에서 이른바 ‘백색경제(白色經濟)’에 중요한 역할을 부여한 것이다. “장자커우는 베이징에 비해 경제발전 규모나 재정수입 면에서 한참 뒤처집니다. 따라서 이번 동계올림픽 유치를 계기로 현지 산업구조를 개선하고 겨울스포츠 산업 일자리를 늘려 현지 주민들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만들고자 합니다.” 왕후이(王惠) 베이징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사무차장의 말이다. 
 
작년 3월에는 허베이성 1기 특색 소(小)도시 조성군과 육성군 명단이 발표됐다. 이 중 충리구는 ‘겨울스포츠 문화소도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작년 7월 기준으로 충리구는 현재 883억6100만 위안을 투자, 총 35개 관광지와 인프라 조성사업을 진행 중이다.
 
충리구 여유국(旅遊局) 자료에 따르면 2016년에서 2017년 겨울철 충리구를 방문한 관광객 수는 총 267만6000명으로 집계됐고 수입은 18억9000만 위안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2.5%와 22.7% 증가한 수치다. 이곳의 상주인구는 12만6000명이다. 이 중 스키산업으로 창출된 일자리 수만 2만7000개에 달하는 등 동계스포츠 종목은 현지 산업의 최대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관련 부문은 2022년 동계올림픽을 통해 장자커우 현지에 40만개가 넘는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장자커우 노동사회보장국(勞動和社會保障局)은 통계수치를 들어 동계올림픽 개최 과정에서 현지 경제발전 방식에 질적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공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줄고 동계스포츠와 관련한 3차 산업 발전이 탄력을 받으며 산업구조 고도화가 일어남에 따라 각종 직업의 성격도 고도화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외지근로를 주로 하던 농민들이 기술공이나 ‘사장’으로 변모하고, 농촌 청년 대다수는 인공눈을 만드는 제설공(製雪工), 스키 코치, 요리사, 건축인부 등으로 변신할 것이다.
 
2022년 동계올림픽이 중국 베이징과 장자커우에서 개최된다. 2022년 동계올림픽 동반 유치에 성공한 이후 동계스포츠는 장자커우 최고의  ‘효자종목’이 되었다. 사진/CFP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위한 준비
장자커우는 겨울철 자원을 활용한 지역경제 발전에 힘쓰는 동시에 2022년 동계올림픽 준비에도 한창이다.
경기장 건설 계획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노르딕경기센터 스키점프장, 크로스컨트리 스키장을 비롯해 바이애슬론센터 트랙의 일부 설계안이 잠정 확정되었다. 프레스센터, 시상식 광장 등도 개최지 기준에 맞는 부지를 재물색 중이다. 교통, 전력, 통신, 기상, 의료위생, 소방, 경비, 도시기반시설 등 올림픽 개최를 위한 각종 부대시설 건설도 예정에 따라 착실히 전개되고 있다. 자오잔(趙贊) 충리구 구청장은 지난해 8월 각 작업이 일정대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2019년까지는 모든 인프라 건설작업이 완료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언론과 인터뷰한 바 있다.
 
2018년 눈 오는 계절이 되자 충리구도 어엿한 설상경기 주최지로서의 모습을 갖춰나가고 있다. 국제스키연맹(FIS)이 주최하는 프리스타일 스키 에어리얼 경기와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월드컵, FIS 모굴 월드컵 등이 잇따라 열리며 중국, 노르웨이, 스웨덴, 일본 참가선수들이 완룽(萬龍)스키장에서 한 달 넘게 훈련에 매진 중이다.
 
윈딩(雲頂)리조트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스노보드와 프리스타일 스키 경기장 역할을 맡았다. 리조트의 최고운영책임자(COO) 베누아 나겔은 “두 종목의 경기장으로 쓰일 건물은 2019년 완공될 예정이다. 2021년 FIS 프리스타일 스키와 스노보드 세계선수권대회를 비롯해 2022년 동계올림픽 준비에도 만전을 기할 것”이라며 “2018년 여름에는 스보드 슬로프스타일과 평행대회전, 프리스타일 스키 모굴 경기장을 조성하고 2019년에는 스키크로스 경기장 건설을 마칠 예정이다. 이는 2년 내에 모든 올림픽 경기장 건설 작업을 완료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2022년 동계올림픽을 위해 빼놓을 수 없는 작업 중 하나가 바로 ‘겨울스포츠를 즐기는 분위기 조성’이다. 장자커우시는 2015년부터 두 차례에 걸쳐 ‘허베이의 수려한 설산, 열정 가득한 장자커우(大好河山·激情张家口)’를 주제로 한 동계스포츠 행사를 개최했다. 한 파트당 5개월 가까이 열린 행사는 빙상예술, 체육, 관광, 오락을 집대성한 대표적인 겨울철 종합축제로 거듭났다.
 
이 밖에도 장자커우시는 다양한 국제 동계스포츠 경기를 유치해 현지 산업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2015~2016년 겨울에는 차이나 알파인스키 투어 오픈, 차이나 투어 전국 알파인스키 오픈(2차) 등 총 35차례의 스키경기와 행사를 열었다. 2016~2017년 겨울에는 차이나 테크니컬스키 그랑프리(China Technical Ski Grand Prix, CTS)와 전국 프리스타일 스키 모굴 선수권대회 등 60여 차례의 경기와 행사가 개최됐다. 특히 작년 2월에는 장자커우 타이우(太舞)스키장에서 최초로 FIS 최대 경기인 프리스타일 스키 모굴 월드컵이 개최되기도 했다.
 
장자커우시는 프리미엄 겨울스포츠 시장 조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스위스 스키산업 전문가 로랑 바나트는 매년 <글로벌 스키시장 보고서>를 작성해 발표한다. 그는 진정한 의미의 스키장이라면 공중 케이블카, 숙박업소, 음식점을 비롯해 여러 즐길거리와 쇼핑 공간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저 스키 이용객들을 산 정상으로 나르는 ‘마법 융단’만으로는 스키장으로 불릴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추세에 힘입어 현재 장자커우의 스키장들은 모두 ‘프리미엄’을 기치로 내걸기 시작했다. 푸룽(富龍)스키장의 경우 젊은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마운틴탑 카페와 DJ광장 등을 조성하기도 했다.
 
2016년 충리구 스키장들은 세계적인 맥주브랜드 ‘코로나’와 함께 해외 유명 DJ와 연예인을 섭외해 ‘설상 뮤직 페스티벌’ 공연을 기획했다. 스키 이용객들은 설경을 구경하며 현장에서 만든 칵테일을 마시기도 하고, 독특한 액세서리와 수공예품을 만나볼 수 있는 ‘아이디어 장터’에서 이국적인 문화를 체험하기도 했다.
 
완룽, 윈딩을 비롯해 최근 막 산업에 뛰어든 타이우와 푸룽스키장의 공통점은 모두 ‘대규모, 고품질, 사계절 운영되는 스키리조트’ 컨셉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고객 방문을 유도하기 위해 스키를 수단으로 삼고 있지만, 이들이 판매하는 것은 단순히 리조트 입장권을 넘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에까지 이르고 있다. 
 
현재 겨울이 되면  많은 스키애호가들이 장자커우를 찾는다. 사진은 장자커우 충리구의 완룽스키장에서 아이들이 스키를 배우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웨이하이펑(魏海峰)

더 높은 미래를 바라본다
장자커우에는 동계올림픽이라는 막대한 기회를 환영하고 반기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보다 더 먼 미래를 내다보고 고민하는 사람들도 있다. 장자커우시 정부는 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뒤 얼마 후 ‘지속 가능한 지역발전 전략’을 내놓았다. 2016년 5월 발표한 <동계스포츠 진흥발전 가속화에 관한 의견(2016~2022년)>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2022년까지 시 전체에 동계스포츠를 둘러싼 기본 서비스 체계를 갖추고 산업의 다원화된 발전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아울러 스포츠경기의 브랜드화와 체육시설 완비, 선수 풀 강화 등을 통해 장자커우시를 세계적인 휴양스포츠 관광도시 겸 우수한 올림픽개최지로 만들겠다는 포부가 담겼다. 궈잉(郭英) 장자커우시 부시장은 “지금부터 시작될 동계올림픽의 이점과 기회를 잘 활용하고 ‘올림픽 효과’를 극대화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동계스포츠 관련 장비 제조업과 관광업을 통합한 가치사슬을 조성하고 산업 역량을 한껏 끌어올릴 것이다. 경제구조 조정에 속도를 내고 산업 전환과 고도화를 촉진하는 한편, 녹색발전과 생태도시 및 프리미엄 도시로의 도약이라는 3대 과제를 달성하고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양대 목표를 반드시 이루어 내겠다”고 강조했다.
 
충리구는 이보다 더 먼 미래의 계획을 세우고 있다. 스키산업을 넘어 종합적인 스포츠문화 관광산업을 내다보고 있는 것이다. 왕쓰저우(王思周) 충리구 구위원회 부서기는 “충리구는 2022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서의 위상 정립을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 구 정부는 여기에 ‘관광 플러스(+)’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세계적인 스포츠문화 관광산업 시범구와 의료·요양 서비스산업 시범구를 조성하고, 세계 일류 수준의 스마트·생태·저탄소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또 징·진·지 연계발전에서 출발해 동계올림픽 준비를 지렛대 삼아 징·진·지 연계발전 산업 시범구를 조성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계획을 밝혔다.
 
현재 충리구 윈딩리조트에는 이미 마라톤, 산악자전거, 캠핑, 트레킹 등 하계 종목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4년 뒤에 열릴 동계올림픽 준비와 함께 2025년 기존 88개 스키코스 개발안을 바탕으로 88개 코스를 추가로 개발하여 전체 200km에 달하는 코스를 만들겠다는 원대한 계획도 세워두고 있는 상태다. 리조트 관계자는 “충리구를 세계 10대 스키명소로 만들 생각이다. 우리의 눈높이는 세계를 바라보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최대 부동산업체 완커(萬科)그룹이 투자한 한하이량(汗海梁)스키장은 2019년 충리구에 개장을 앞두고 있다. 이 지역의 9번째 스키장이자 계획안의 마지막 스키장이다. 완커그룹은 이 사업에 약 200억 위안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450ha 면적의 스키장에는 총 길이 130km의 코스 90개가 지어질 예정이다. 최대 낙차는 810m이고 2만5000명의 스키인구를 동시 수용할 수 있다. 이 밖에도 80개의 각종 테마공간이 설치되는 등 교육, 트레이닝, 라이프, 산악스포츠가 다양한 주제로 결합된 신개념 리조트로 대중 앞에 선보일 방침이다.
 
현재 건설중인 베이징-장자커우 고속철도(일명 징장철도) 역시 장자커우에 더 많은 잠재력을 부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2019년 노선이 개통되면 베이징-장자커우 충리구 구간을 오가는 시간은 50분으로 단축된다. 완커그룹의 딩창펑(丁長峰) 전무는 “앞으로 중국에서 스키인구 100만명을 처음으로 돌파하는 스키장은 어느 곳도 아닌 장자커우에서 나올 것”이라며 동계스포츠산업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글| 장진원(張勁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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