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19
2024년 7월 8일, 충칭(重慶) 훙시(弘喜) 자동차테크사 근로자들이 동력 배터리 해체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CNSPHOTO
탄소중립이 글로벌 컨센서스(Global Consensus)로 자리 잡은 가운데 ‘전기차’ 흐름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동시에 수명을 다한 폐배터리도 늘어남에 따라 ‘배터리 폐기’ 문제는 더 이상 간과할 수 없게 됐다. 한 조사 기관은 중국의 동력 배터리(動力電池) 퇴역량이 2025년까지 82만 t, 2028년 이후에는 260만 t으로 껑충 뛸 것으로 예측했다. 폐배터리의 효과적인 회수와 리사이클링 시장이 중국과 한국의 새로운 협력 유망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의 신에너지 물결
전기차 확대와 폐배터리의 증가
신에너지차 보급은 중국의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핵심 수단 중 하나다. 중국은 최근 여러 가지 산업 정책을 통해 신에너지차 업계의 표준화와 고차원적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개인 영역은 물론 공공 영역에도 신에너지차 보급을 확대하며 신에너지차 업계 전반의 체질 전환과 고도화를 유도하는 한편, 산업의 질적 향상과 효율성 제고 등 신에너지차 발전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의 자동차 판매량 9060만 대 가운데 신에너지차 판매량은 1603만 대로 전체 비중의 약 17.7%를 차지했다. 2024년 한 해 중국의 신에너지차 산업은 생산량 1288만 8000대, 판매량 1286만 6000대를 기록하며 생산·판매 규모의 천만 대 시대에 진입했다. 중국 자동차공업 협회의 통계에 의하면 2023년 중국 신에너지차의 시장 침투율(전국 자동차 판매량에서 신에너지차 판매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한 31.6%에 달했으며, 2024년 1~11월에는 이 비중이 40.3%로 더욱 상승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신에너지차 시장으로서 관련 산업이 상승가도를 달리며 매우 강력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자동차공업 협회는 2025년 중국의 신에너지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약 24.4% 증가한 1600만 대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신에너지차의 시장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자 폐배터리의 리사이클링 역시 떠오르는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배터리 시장은 이미 ‘TWh(테라와트시, 1Wh 시의 1조 배)’ 시대를 맞았다. 2030년에는 5TWh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4년 1~10월 중국의 동력 배터리 설치용량은 전년 동기 대비 37.6% 증가한 405.8GW에 달했다. 중국 동력 배터리 산업혁신 연맹은 2030년 중국의 동력 배터리 설치용량이 1300GW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향후 중국의 대규모 동력 배터리 집중 퇴역이 예상되면서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시장의 잠재력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특히 2025년 이후부터는 폐배터리의 단계별 재사용(Reuse) 시장 규모가 상당히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2018년 10월 10일, 베이징(北京) 싸이더메이(賽德美) 자원리사이클링 연구원 유한회사에서 노동자들이 폐배터리팩을 해체하고 있다. 사진/IC
폐배터리 산업의 발전
기술 고도화와 제도적 개선
동력 배터리는 전기차의 ‘심장’이라 불린다. 동력 배터리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리튬, 코발트, 니켈 등의 금속 원료는 퇴역 후에도 높은 이용가치를 지닌다. 따라서 폐배터리 활용 산업이 활성화된다면 폐배터리의 고부가가치 자원을 순환이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신에너지차 산업의 고품질발전(高質量發展)에도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동력 배터리의 성능은 충전 횟수가 증가할수록 저하된다. 배터리의 잔존 용량이 정격 용량의 80% 이하로 줄어들면 전기차 사용에 적합치 않다. 배터리의 잔존 용량이 20~80% 사이일 때 가장 좋은 활용법은 바로 단계별 재사용이다. 검사, 분류, 분해, 재조립의 단계를 거친 뒤 저속 전기차에 우선 사용된다. 이후 에너지저장장치(ESS)나 통신 기지국, 가로등, 보조배터리 등으로 활용된다.
최근 들어 중국은 기술 혁신을 거듭하며 신에너지차에서 나온 폐배터리의 활용도를 꾸준히 높이고 있다. 자동차 생산 기업, 동력 배터리 제조 업체, 폐배터리 종합 활용(재활용·재사용) 기업 등을 중심으로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모델이 형성됐고 회수 과정 체계도 점차 보완되고 있다. 2024년 12월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신에너지차 폐배터리 종합 이용 산업 규범 조건(2024년판)>(이하 신규 조건)을 발표했다. 이는 2019년판 규범 조건을 수정한 것이다. 이번 <신규 조건>에는 전기자전거의 리튬이온 배터리와 관련한 기준이 추가됐다. 재사용 배터리의 전기자전거 사용 금지가 명시되고 전기자전거의 리튬이온 배터리 리사이클링 시스템을 보완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폐배터리의 재사용·재활용 각 단계와 기술 공정에서 적용되어야 할 세부 조건을 제시했고, 제련 과정의 리튬 회수율 기준을 최저 85% 이상에서 90%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양극재를 파쇄·분리한 후 생기는 ‘블랙 파우더(폐배터리 분쇄 처리 분말)’의 회수율 기준은 98% 이상, 알루미늄 불순물 함량 기준은 1.5% 미만 등으로 기술 지표를 신설해 기업의 기술 혁신 강화를 유도했다. <신규 조건>에는 신에너지차 폐배터리의 해체와 분류 코드 기준을 보강하고 <일반 산업 고체폐기물 저장·매립 오염관리 기준>에 따른 요구 사항을 업데이트했다. 연구개발비가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의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에 대한 요건을 추가해 기업이 적극적으로 ‘첨단 기술 기업’ 자격을 신청하도록 장려하고 기술·공정 수준을 높이기 위한 조치도 포함됐다.
2025년 2월 11일, 안후이(安徽)성 화이베이(淮北)시의 한 신에너지차 동력 배터리 제조기업 작업장에서 근로자들이 납품 기일을 맞추기 위해 작업에 한창이다. 사진/VCG
중·한 양국의 기술 협력
배터리를 매개로 한 순환경제 구축
중국의 신에너지차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면서 중국 내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시장 규모도 몸집을 불리고 있다. 해외 시장의 신에너지 배터리 리사이클링 산업 발전을 위한 광범위한 협력 기회도 커지고 있다. 한국의 시장조사연구기관 SNE 리서치는 글로벌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시장이 연평균 17%씩 성장해 2030년에는 424억 달러, 2040년에는 2089억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순수 전기차의 빠른 보급에 따라 동력 배터리 교체 및 폐기의 중요한 시기도 도래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동력 배터리에 사용되는 리튬, 니켈, 망간, 코발트 등 희소금속 원료를 수입에 크게 의존하는 상황이다. 관련 기관이나 기업은 공급사슬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와 더불어 한국의 동력 배터리 생산업체도 잇따라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중국과 한국의 신에너지차 배터리 협력은 앞으로의 시장 잠재력이 막대하고 발전 전망도 밝다.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산업 발전의 핵심 동력은 기술 혁신이다. 과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폐배터리 리사이클링은 더욱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이며 비용이 낮아지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 중한 기업은 고도화된 배터리 해체 기술 공동 연구, 배터리의 비파괴적 해체 구현, 원재료의 회수율 향상 연구·개발 등에서 협력을 심화할 수 있다. 또 신소재 분리·정제 기술을 공동 개발해 리사이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소모와 오염을 줄일 수 있고, 폐배터리의 친환경 설계, 잔존가치 평가, 제품 품질, 탄소 배출량 계산 등 표준 연구에서도 긴밀히 협력할 수 있다.
중·한 양국은 함께 힘을 모아 상생의 산업협력 발전 모델을 모색해야 한다. 향후 신에너지 배터리 리사이클링 산업의 새로운 트렌드는 산업사슬 간 협업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산업사슬 단계별 협력 강화와 자원 공유, 기술적 상호 보완을 통해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한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작년 8월 1일 현대글로비스가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원소재 기업 화유리사이클(華友循環)과 양해각서(MOU)을 맺고 배터리 리사이클링 산업사슬을 구축하기로 했다. 과거 한국 자동차 업계가 구축해 온 탄탄한 중국 시장 기반을 바탕으로 두 나라의 자동차 기업, 배터리 기업, 제3자 리사이클링 기업 간 협력을 심화하고 공동으로 리사이클링 네트워크를 구축해 폐배터리 회수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배터리 기업과 소재 기업이 힘을 합쳐 폐배터리의 유가금속 회수율과 재활용률을 높이고 원재료 조달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 신에너지 배터리 리사이클링의 종합적인 산업·공급·가치사슬을 형성해 상호 이익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실현해야 한다.
글 | 멍웨밍(孟月明) 랴오닝(遼寧)사회과학원 동북아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