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  >> 칼럼 >> 본문

산효야속(山餚野蔌),인생의 진정한 낙은 담백함


2023-06-06      글|칭산(青山)



산나물은 산에서 자라는 식물의 일종이다. 중국 사람들은 산나물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 특히 ‘흉년’의 어려운 시기를 직접 겪었던 중노년층에게는 더욱 각별하다. 뿐만 아니라 산나물에는 탄수화물, 식이섬유, 단백질, 비타민C 등 다량의 영양소가 함유되어 있어 적절히 섭취하면 위장운동에 좋고 건강에 매우 유익하다. ‘신농(神農)이 백초(百草)를 맛보았다’는 이야기는 예부터 전해내려 온다. 송나라 구양수(歐陽修)는 <취옹정기(醉翁亭記)>에 “산효야속, 잡연이전진자, 태수연야(山餚野蔌, 雜然而前陳者, 太守宴也)”라고 기록했다. 한 지방의 태수가 백성들을 이끌고 산으로 놀러가 들짐승 고기와 산나물을 가지고 큰 잔치를 베풀었는데 백성들과 함께 즐기는 정취가 매우 아름답다는 내용이다. 성어 ‘산효야속’은 구양수의 <취옹정기>에서 나온 말로, 고기와 산나물을 뜻한다. 천 여년이 지난 지금도 산나물은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중국 마트 진열대에서 볼 수 있는 산나물의 가격은 0.5kg에 수십 위안에 달해 일반 채소보다 훨씬 비싸다. 산나물은 도시 생활 속에서 느낄 수 있는 담백한 맛이기도, 아득한 추억 자체이기도 하다.


시골의 맛과 고향의 추억

사실 산나물은 농촌보다 도시에서 더 인기가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도시 사람들에게 시골의 맛과 고향의 기억을 전달하기 때문이고, 또 한편으론 시골에서는 산나물을 흔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시골에서는 산나물이 부족할 틈이 없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여름철, 산속에서 조용히 자라난 야채는 사람들의 수확을 기다린다. 소리없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며, 열매를 맺었다가 익고 다시 시드는 과정에서 산 속 봄과 가을의 변화를 기록한다. 산나물은 산속의 전령이 되어 계절의 신호를 보내고, 사람들에게 다채로운 맛을 선사한다. 세상과 다투지도 않고 바라는 것도 없다.


어릴 때 할머니의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흉년으로 고생할 때면 마을에 식량이 부족하여 사람들이 산에 가서 산나물을 캤는데, 먹을 수 있는 산나물은 전부 캐어 왔다고 했다. 그래서 할머니 세대의 사람들은 산나물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물질적 풍요로 선택할 수 있는 음식이 다양해진 오늘날, 젊은 사람들은 산나물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노인들만이 그 자연의 맛과 힘들었던 옛 시절을 기억한다.


산나물은 독특한 풍미가 있고 안전하며 잔류 농약이 없을 뿐 아니라 영양적 가치가 높다. 산나물은 재배채소를 기르는 과정에 쓰일 뿐 아니라 재배 야채가 비교할 수 없는 영양가, 약용 효능을 자랑하며 건강관리에도 도움을 주는 등 많은 기능을 가지고 있다. 중노년층이 산나물을 좋아하는 데는 그 효능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산나물은 담백한 음식이고, 혈압을 낮추고 열을 해소하는 효과가 있다. 생선이나 고기 위주의 식사를 하는 사람들은 가끔 산나물을 섭취하면 신체 균형을 맞추는 데 도움이 된다.


담담한 삶의 태도를 알려주는 산나물

산나물을 먹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생채, 무침, 볶음, 찜으로 만들거나 국이나 소의 재료로 사용해도 맛있는 요리를 완성할 수 있다. 땅이 넓은 중국은 남북의 산나물 품종이 상당히 다르다. 보통 남방의 산나물 품종이 북방의 품종보다 훨씬 많다. 화베이(華北)평야에서 참죽나무, 민들레, 비름과 같은 산나물은 흔하고 인기도 많다.


참죽나무와 가죽나무는 비슷한 모양이나 과가 틀리다. 먹을 수 있는 건 참죽나무다. ‘참죽나무 새순(참죽나물) 계란볶음’은 특별한 음식이다. 참죽나무 새싹이 손가락 길이만큼 자라면 새싹을 꺾어 물로 행군 뒤 데친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계란을 풀어 팬에 넣은 뒤, 데쳐 놓은 참죽나물을 계란물에 넣고 소금을 첨가하여 섞은 뒤 팬에서 볶아준다. 참죽나물을 물에 너무 오래 데치면 자체의 향과 영양을 잃을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볶은 참죽나물은 여전히 고유의 향을 풍긴다. 맛있는 식사를 돕는 요리다.


민들레는 열을 내리고 해독하는 효과가 있다. 햇볕에 말려 물에 타 마실 수 있다. 민들레는 봄 내내 수확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생장기간이 길다. 작은 삽을 들고 산속을 샅샅이 뒤지면 반나절 만에 민들레 한 광주리를 채울 수 있다. 민들레는 생명력이 매우 강해서 꽃은 바람에 흩어지고 땅에 뿌리를 내린다. 수확한 민들레는 깨끗이 씻어 태양 아래 말리면 되는데, 날씨가 좋으면 하루 이틀 동안 말린 뒤 보관하여 필요할 때마다 차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 뜨거운 물에 우린 민들레는 향긋한 향이 나며 약간 달고도 씁쓰름한 맛이 난다.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말처럼 민들레는 해독 효과가 매우 좋다.


비름은 농촌에서 매우 흔히 볼 수 있다. 보통 무침으로 만들어 먹거나 만두 소로 사용된다. 보통 산나물은 물에 데침으로써 자체의 자극적인 맛을 제거하는 것이 좋다. 비름나물도 마찬가지다. 데친 비름나물을 그릇에 담고 다진마늘, 소금, 참기름, 식초를 추가하면 맛있는 나물무침이 완성된다. 비름은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하여 신체 건강과 면역력 향상에 도움이 되어 민간에서는 ‘장수 채소’라고도 불린다.


산나물은 자연의 선물이며 향긋하고 아련한 농촌의 기억이다. 고향과의 거리가 점점 멀어지는 사람들에게 있어 산나물은 고향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상징적 음식이 되었다. 인간 세상의 진정한 즐거움은 담백함이라는 말이 있다. 산나물은 그저 혀끝에 머무는 맛이 아니다.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모두 맛보고 담담하게 인생을 마주하는 삶의 태도를 산나물을 통해 배운다.  

글|칭산(青山)

240

< >

한국의 이색 문화 체험

4월 어느 비오는 날, 필자는 한국의 서울 종로구에 있는 금선사를 찾아 반나절 동안의 문화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읽기 원문>>

둔황 전시회에 다녀와서

필자에게 중국에서 가장 가고 싶은 여행지 하나를 꼽으라면 실크로드 관문인 중국 간쑤(甘肅)성 서부도시 둔황(敦煌)을 뽑겠다.

읽기 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