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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詩經)─갈대(蒹葭)


2019-11-07      

蒹葭蒼蒼,白露為霜。所謂伊人,在水一方,遡洄從之,
道阻且長。遡遊從之,宛在水中央。
Jiānjiā cāngcāng, báilù wéi shuāng. Suǒwèi yīrén, zài shuǐ yìfāng, sùhuí cóng zhī,
dào zǔ qiě cháng. Sù yóu cóng zhī, wǎn zài shuǐzhōngyāng.
겸가창창,백로위상. 소위이인,재수일방,소회종지,도조차장. 
소유종지,완재수중앙.
蒹葭萋萋,白露未晞。所謂伊人,在水之湄。遡洄從之,道阻且躋。遡遊從之,宛在水中坻。
Jiānjiā qīqī, báilù wèixī. Suǒwèi yīrén, zài shuǐ zhī méi. Sùhuí cóng zhī,
dào zǔ qiě jī. Sùyóu cóng zhī, wǎn zài shuǐzhōng chí.
겸가처처,백로미희. 소위이인,재수지미. 소회종지,도조차제. 
소유종지,완재수중지.
蒹葭采采,白露未已。所謂伊人,在水之涘。遡洄從之,道阻且右。
遡遊從之,宛在水中沚。
Jiānjiā cǎicǎi, báilù wèi yǐ. Suǒwèi yīrén, zài shuǐ zhī sì. 
Sù huí cóng zhī, dào zǔ qiě yòu. Sùyóu cóng zhī, wǎn zài shuǐzhōng zhǐ.
 
겸가채채,백로미이. 소위이인,재수지사. 
소회종지,도조차우. 소유종지,완재수중지.
망망한 갈대숲에, 맑은 이슬 서리가 되었네. 
내 사모하는 이, 물 저쪽에 계셔. 
물결 거슬러 가려니, 길 험하고 멀구나. 
물결 따라 가려니, 내 님은 아련히 저기 저 물 가운데.
무성한 갈대숲에, 맑은 이슬 마르지 않았네.
내 사모하는 이, 물가에 계셔.
물결 거슬러 가려니, 길 험하고 가파르네, 
물결 따라가려니, 내 님은 아련히 저 강물 모래섬에.
우거진 갈대숲에, 맑은 이슬 여전하네. 내 사모하는 이, 물가에 계셔.
물결 거슬러 가려니, 길 험하고 구비구비. 
물결 따라 가려니, 내 님은 아련히 저 강물 안 섬에.

<시경>은 風-雅-頌(풍-아-송) 세 장르로 이뤄진다(雅가 大-小로 나뉘므로 전체적으로는 4부). ‘사랑노래’의 모양새를 하고 있는 이 작품은 ‘秦風(진나라 민요)’의 하나다(진나라에 晉도, 陳도 있으니 혼동 없으시길). ‘秦’은 서북지역에 있던, 먼 훗날 중원을 통일하는 진시황의 진나라다. 대륙 동남부에 비해 척박한 땅에 속한다. 연꽃 잎 무성한 연못, 호수나 그 주변의 버드나무를 대신하는 서북지역의 풍물이 바로 ‘蒹葭(갈대)’숲이다. “蒼蒼-萋萋-采采”는 끝없이 우거진 갈대의 숲을 표현하는 의태어로서, 음성적 기교의 아름다움도 더해준다.
 
 “所謂伊人”은 그(그녀)=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 “在水一方(물 저쪽에)”은 현대의 가요 제목으로 사랑받을 만큼 인기 있는 구절이다. ‘그(그녀)와 나 사이에 가로놓인 물’이란 갈망하는 것을 가로막는 삶의 다양한 현실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경치-사물의 서정적 구사가 탁월하다. “宛在水中央”의 ‘宛’은 ‘마치~인 듯하다’는 뜻이니 ‘(그/그녀가 저 멀리)아련히 있다’ 정도로 보면 된다.
 
이 시의 해석을 둘러싸고 대략 세 가지 설이 있다. 첫째, 갈대=양공(襄公)설. 진나라 1대 군주 양공에게 ‘주나라 예법(周禮)’을 구사하지 못하면 나라가 온전치 않으리라는 경계 내지 풍자하는 노래라는 것이다. 자연히 “伊人”은 이상적 시스템의 대명사 ‘周禮’의 은유가 된다. 이를 거스르면 “길이 험하고 멀어진다(道阻且長)”, 즉 ‘치국이 여의치 않을 것’이며, 잘 따르면 “님이 ~계시듯(宛在水中央-水中坻-水中沚)” ‘치국에 희망이 있다’고 암시한다. 둘째, 치국의 인재를 구하는 노래라는 설(伊人=국가적 인재). 본격적 전쟁의 시대에 돌입하기 이전이긴 하나, 이미 크고 작은 수많은 나라가 경쟁하고 있었다. 인재를 구하는 일은 시대정신이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첫째 둘째 모두 유가적 문학관의 성립을 보여주는 해석이다. 세 번째는 글자 그대로 연애시로 보는 관점이다.
 
위 세 가지 해석들이 서로 모순되는 것은 아니다. 특정 시대·지역의 일반적 경치·사물로 보편의 감정을 소박한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민요의 본질과 특징이고, 그럴수록 재해석의 여지가 풍부하다. 그저 ‘사랑의 노래’였던 것이 널리 인기를 얻으며 다양한 상황에서 은유=암시, 풍자의 노래로 불리게 되기도 한다. 때로는 작자의 당초 의도와 무관하게 다양하고 풍성한 의미를 획득하곤 한다. 동서고금 많은 예가 있다. 후렴구 “돈나 돈나…”와 애잔한 멜로디의 팝송 <Donna Donna>는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송아지를 말할 뿐이지만 홀로코스트 속 유대인의 운명을 호소한 노래로, 70년대 이래 세계적 반전가요가 되었다. 시대상황과 겹쳐 엄청난 정치성을 얻은 한국의 <아침이슬>이 있는가 하면, 프랑스판 <아침이슬>이라 할만한 샹송 <체리의 계절(Le Temps des Ceries)>도 전형적인 케이스다. 이는 비극적 역사 ‘파리 코뮌(1871)’을 추억하는 작품인데, <아침이슬>이 그렇듯 액면 가사만으론 그 어떤 정치색 시대성도 읽을 수 없다. 체리를 수확하는 아름다운 계절의 청춘남녀들 이야기를 하고 있을 뿐인 이 샹송은 반전 메시지를 담은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 <붉은 돼지>에도 등장한다.
 
훨씬 앞선 예로 조선의 문인 정철(鄭澈, 1536-1594)의 가사(歌辭) <사미인곡(思美人曲)>이 있다. 생이별한 남편을 그리는 여인의 심정에 임금을 향한 충절을 담은 작품으로 읽혀왔다. ‘연인을 위한 사랑노래’와 ‘봉건 군주에 대한 충절의 노래’가 이렇듯 호환성이 높은 것, 역시<시경> 이래의 전통이다. <시경>은 ‘시(=문학)’와 ‘정치’라는 인류의 지극히 이질적 특성을 자연스럽게 융합하는 한편, 양자가 상호 견제·길항하며 변증법적 발전을 거듭하게 한 세계적 기원이기도 하다.
 
 

글ㅣ 임명신(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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