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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스쿠터, 라오유펀(老友粉), 두리안의 도시


2023-06-06      



중국은 넓다. 각 도시마다 특색있는 경관, 다양한 문화와 역사가 숨쉰다. 필자도 지난 20년 가까이 틈날 때마다 중국 구석구석을 여행했다. 현장에 가면 여행책자에서 볼 수 없는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 아닌가.


얼마 전 다녀온 광시(廣西)좡(壯)족자치주 난닝(南寧)도 그중 하나다. 사실 광시는 한국인에게 구이린(桂林) 관광이나 류저우(柳州) 대한민국 임시정부 소재지로 더 유명하다. 난닝은 광시의 중심도시지만, 우리에겐 낯설다. 난닝을 ‘전기스쿠터 천국’, ‘미식의 고장’, ‘과일의 도시’로 알고 있는 한국인이 몇이나 될까.


난닝 시내를 걷다 보면 전기 스쿠터 무리가 떼 지어 달리는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현지 주민 친(秦) 씨는 “난닝 전체 전기 스쿠터 보유량만 400만대다. 자가용 보유량은 고작 200만대”라고 말했다. 난닝 인구가 약 800만명이니, 사실상 한 가구당 기본으로 1~2대 전기 스쿠터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의 전기 스쿠터 관련 정책을 난닝에서 가장 먼저 시범 도입한 후 전국에 시행하는 배경이다.


과거 도로 인프라 건설이 더뎌 교통 상황이 열악했던 난닝은 원래 ‘오토바이 도시’로 유명했다. 하지만 2002년 오토바이 이용이 금지되면서 자연스럽게 전기 스쿠터가 오토바이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특히 출퇴근길 교통체증도 피할 수 있어서 현지 주민들은 자가용보다 전기 스쿠터를 애용한다. 게다가 난닝은 1월 평균 기온이 10도를 웃돌 정도로 일년 내내 따뜻한 기후를 자랑하니 전기 스쿠터를 타기 안성맞춤이다. 전기 스쿠터를 위한 충전소, 주차공간은 물론, 전용도로도 완비돼 있다. 난닝에도 버스, 지하철, 택시 등 대중교통이 많지만 전기 스쿠터만큼 편리한 게 없다고 한다.


“난닝하면 라오유펀이지!” 난닝으로 출장 간다는 필자의 말에 중국인 지인이 건넨 말이다. 라오유펀, 우리나라 말로 ‘오랜 친구(老友)의 국수(粉)’란 뜻이다. 필자는 직접 난닝 시내 라오유펀 국수집을 찾아가봤다. 종업원이 빨간 국물에 삶은 쌀국수 면발과 함께 다진 고기, 죽순, 파, 고추, 다진마늘을 얹어 내어줬다. 국물만 한 모금 마셨는데, 생전 처음 느껴본 맛이다. 짭조름하면서도 매콤달콤한 맛과 함께 시큼한 향이 코를 확 찌른다. 계속 먹다 보니 ‘처우더우푸(臭豆腐, 취두부)같은 강한 향도 나는 것 같다. 뉴러우몐(牛肉面)과 비슷한 맛일 것이라는 필자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광시에 머무는 일주일간 라오유펀을 서너번 먹었는데, 차츰 그 오묘한 맛에 빠져든다. 마치 한국서 처음 평양냉면을 먹고 ‘맹물맛인데 도대체 이걸 왜 먹을까?’라고 생각하다가 차츰 그 맛에 중독된 것과 같았다.


난닝에선 ‘과일의 자유’도 마음껏 누릴 수 있다. 과일 값이 워낙 싸서 누구나 과일을 실컷 먹을 수 있단 뜻이다. 특히 베이징(北京)에서는 비싸서 못 먹는 ‘과일의 왕’ 두리안을 난닝에서는 매일같이 먹었다. 베이징 슈퍼마켓에서 1근(500g)에 40~50위안(약 7000~9500원)짜리 두리안이 난닝에서는 25~30위안 안팎에 불과하다.


광시는 베트남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데, 중국이 지난해부터 베트남산 두리안 수입을 허용하면서 태국산 두리안보다 값싼 베트남산 두리안이 시장에 마구 쏟아졌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가격도 내려간 것이다.


사실 필자는 고약한 냄새 때문에 두리안을 싫어했다. 하지만 난닝에서 맛본 두리안은 갓 수확해서 그런지 베이징에서 먹었던 것처럼 과육이 물컹물컹하지도 않고 훨씬 더 신선하며 고약한 냄새도 나질 않았다. 난닝에서 먹는 두리안이라면 필자도 앞으로는 두리안을 ‘사랑’하게 될 것 같았다.  


 글|배인선, 한국 아주경제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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