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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이(武夷)산 ‘만리다도(萬里茶道)’의 전생과 현생


2023-06-06      글|리이판(李一凡)

긴 세월 동안 차(茶)는 중국인의 중요한 생활방식이자 문화였다. 당·송·명 이후 차문화는 생활 곳곳은 물론 정신 측면에도 스며들었다. 차문화는 우이산의 또 하나의 키워드다. 산간 지형과 풍부한 강수량에 고온다습한 기후가 더해져 우이산 일대는 점성과 산성이 강한 홍토가 생성돼 차나무 재배에 매우 적합하다.


17세기부터 진상(晉商, 산서상인)은 우이산에서 찻잎을 구매했고 이곳을 기점으로 북쪽으로 유라시아대륙을 건너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1만3000km에 달하는 ‘만리다도’를 열었다. ‘만리다도’는 실크로드의 뒤를 이어 유라시아대륙에 생긴 또 하나의 중요한 국제 상도(商道)였다. 우이산의 찻잎과 차문화는 바로 이 황금 상도를 통해 러시아와 유럽 각국으로 전해졌다.


우이산 차는 역사가 유구하고 품종이 다양하며 세계 홍차와 우룽(烏龍)차의 발원지다. 우이산의 다양한 찻잎 중 가장 유명하고 국내외에서 사랑받는 것은 정산소종(正山小種)과 우이암차(武夷巖茶)다.


우이산 생태 다원 사진/VCG


우룽차와 홍차의 ‘최고 산지’

홍차는 전 세계에서 소비량이 가장 많은 차로 홍차의 시조는 바로 우이산 정산소종이다. 정산소종은 소나무를 훈제해 만든 것으로 ‘송목향, 계원탕(松木香, 桂圓湯)’이 특징이다. 역사 기록에 따르면, 정산소종은 17세기 네덜란드 상인이 유럽으로 가져가 영국 황실에서 유행했고 점차 유럽 각국으로 전파됐으며 현재는 ‘오후의 차’라는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청나라 가경(嘉慶) 전기, 중국에서 수출한 홍차의 85%가 정산소종이라는 이름으로 팔렸으니 해외시장에서 얼마나 인기가 있었는지 알 수 있다.


우이암차는 우룽차 중 최상급 차다. 차 농가는 우이산의 기암절벽의 돌 틈에 차를 심어 재배한다. 우이암차의 이름은 여기서 비롯됐다. 우이암차는 향이 진하고 풍부하며 감미롭다. 차를 마시면 달콤함이 먼저 빠르게 치고 나왔다가 여운이 길게 남아 특유의 ‘암운(巖韻)’을 형성해 차 애호가들이 즐겨 찾는다.


우이암차 중 다훙파오(大紅袍)는 단연 최고다. 우이산 다훙파오 풍경지구 내 주룽커(九龍窠) 절벽에 수령 360년 된 다훙파 모수(母樹) 여섯 그루가 있다. 2006년부터 다훙파오 모수에서 채집을 중단하고 전문 인력이 과학적으로 관리와 보호를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채집한 찻잎 20g은 중국 국가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현재의 다훙파오 차나무는 대부분 다훙파오 모수에서 잘라 무성 생식해 기른 것이다.


갓 따낸 신선한 우이암차 찻잎 사진/VCG


차와 여행이 어우러져 새로운 풍경을 이루다

랴오훙(廖紅) 푸젠농림(福建農林)대학 뿌리생물학 연구센터 주임은 2001년 우이산을 처음 방문했을 때 신선의 세계처럼 펼쳐진 자연 풍경과 공기에 떠다니던 차 향기를 잊을 수가 없다. 2015년 우이산을 다시 찾은 랴오훙은 이곳이 자신의 기억과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생태가 예전만 못했고 차의 품질도 떨어졌다”고 회고했다.


차 산업이 발전하면서 생산량 증가만 맹목적으로 추구한 결과였다. 랴오훙은 “난개발, 화학 비료와 농약 과다 사용이 빈번하게 발생했고 이로 인해 생태 환경이 파괴되고 찻잎의 품질이 저하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2016년 우이산 국가공원 체제 시범작업이 시작되면서 차를 재배했던 대다수의 산들이 국가공원 보호 범위에 편입됐다. 찻잎은 현지인의 가장 주된 소득원이었고, 국가공원 건설은 생태환경을 더 엄격하게 보호하겠다는 뜻이었다. 생태를 보호하면서 차 농업을 발전시켜야 했다.


그는 “우리가 가진 장점을 활용한 생태 다원 모델을 만들어보는게 어떨까?”하고 생각했다. 이런 바람을 갖고 랴오훙은 우이산의 거의 모든 곳을 다니며 일련의 시험을 했다. 랴오훙은 콩 뿌리 결절로 질소를 고정하고, 콩을 풋거름으로 삼아 땅에 묻는 등 방법을 통해 토질을 개선했다. 늦가을 초겨울에 유채 씨를 뿌리고 이듬해 봄 유채꽃이 피면 유채를 밭에 되돌리고 인과 칼륨을 보충했다.


그는 “겨울에는 유채를 심고, 여름에는 콩을 심고, 여기에 전문적으로 개발한 차나무 유기비료를 더하자 그해 찻잎 생산량과 품질이 뚜렷하게 향상됐다”고 말했다.


이로써 랴오훙의 생태 다원 모델은 명성을 얻게 됐다. 현지 정부의 지원으로 우이산 각지에 있는 다원에 ‘차+숲’, ‘차+풀’ 형식의 모델이 보급돼 다원의 생태가 개선됐다.


생태 다원 건설로 차의 품질이 향상됐을 뿐 아니라 여행산업도 발전했다. 생태 다원을 거닐면 차향과 꽃향기가 동시에 느껴지고 양 옆으로 우뚝 솟은 멋진 풍경이 마치 공원을 산책하는 것 같다. 웨딩 촬영, 차 만들기 체험, ‘암운’ 음미, 농가 음식 체험 등 다양한 생태 다원이 우이산의 ‘필수 코스’로 자리잡아 여행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생태 다원 모델이 개선을 거듭하고 보호와 발전이라는 균형된 길을 모색하고 있는 우이산에 현재 더 많은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글|리이판(李一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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