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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왜 ‘신질 생산력’을 발전시켜야 하는가?


2024-03-07      

   

2024년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 정부업무보고의 최대 강조점은 ‘신질 생산력(新質生產力, 새로운 질적 생산력)’이다. 올 한해 계획의 제일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언론에서도 집중적으로 이 단어를 보도하고 있다. 신질 생산력이란 말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23년 9월이었다. 당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헤이룽장(黑龍江)성을 방문해 “과학기술 혁신의 새로운 자원을 결합하고 전략적 신흥산업과 미래산업을 선도해 새로운 질적 생산력을 형성하자”고 말했다.


한국인은 ‘신질 생산력’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생산력’이라고 하면 그 맥락을 이해하기 어렵다. 이 개념은 마르크스주의 이론에서 나왔다. 노동자는 생산력의 핵심이다. 하지만 생산수단은 자본가 소유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자본주의의 근본적 모순이 있다. 즉, 사회화된 대량생산과 생산수단 사유제 사이의 모순이 존재함을 마르크스 이론은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혁명을 통해 자본주의하의 생산관계를 바로잡아야 사회주의가 완성되고, 그 상태에서 생산력이 충분히 발전하면 모두가 잘사는 공산주의가 완성된다. 이것이 중국인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생산력의 의미다.


그런데 중국은 전통적 사회주의 이론을 중국 현실에 맞게 개량한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견지해 오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은 2022년에 열린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20차 당대회)에서 절대빈곤을 극복한 ‘샤오캉(小康) 사회’ 건설 완성을 선포했다. 그리고 2035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즉, 선진국의 기초를 닦고 2050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건설하겠다는 장기 비전도 선보였다.


그렇다면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건설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수많은 과제를 나열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야 하고 군사적으로 강해져야 한다. 더욱이 미국의 견제 속에서 이를 달성해야 한다. 선진국의 기술을 가져다 사용하는 방식의 발전으로는 더 이상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그렇다면 자체적인 과학기술 강국이 돼 중국 스스로 첨단기술을 생산에 투입할 능력이 필요하다. 이 능력은 과거와 같이 노동과 자본을 양(量)적으로 동원하는 것과는 다르기에 ‘신질 생산력’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2006년 자주창신(自主創新)이나 최근 강조되고 있는 고품질발전, 이중순환(雙循環) 발전 구도와 일맥상통한다.


정부업무보고는 ‘신질 생산력’을 어떻게 정의하나

중국 국무원은 2024년 정부업무보고에서 신질 생산력 실현을 위해 1) 산업망ㆍ공급망 업그레이드 2) 신흥산업 및 미래산업 육성 3) 디지털 경제의 혁신적 발전 추진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하나씩 간략히 알아보자.


산업망ㆍ공급망의 업그레이드는 미국의 보이콧 속에서도 생산활동에 차질이 없도록 하자는 뜻이다. 이를 위해 부족한 분야를 보완하고 우위에 있는 분야 보강하며 새로운 분야를 개척 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특히 선진 제조업 클러스터 육성과 국가급 신형공업화 시범구 건설이 눈에 띈다. 조만간 이에 걸맞는 시범구가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거대한 계획 외에도 중소기업의 전정특신(專精特新, 전문화ㆍ정밀화ㆍ특색화ㆍ참신화) 발전을 도모해 전체적으로 중국제조국제적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신흥산업과 미래산업에서는 스마트 네트워크와 신에너지 자동차 부문의 우위를 지키고, 수소에너지ㆍ신소재ㆍ신약개발 부문에서 앞서 나간다. 바이오ㆍ우주 비즈니스ㆍ저고도 비행에서 새로운 성장을 도모한다. 또한 미래산업 육성 계획을 수립하고, 양자기술ㆍ생명과학 등 분야에서 새로운 진출 경로를 개척한다. 특히 미래산업 선도구를 설립한다. 이를 위해 창업투자, 지분투자의 발전을 권장하고, 중점 업종에 대한 통일적 배치와 투자 인도를 강화해 생산능력 과잉과 중복 건설을 방지한다는 계획이다.


디지털 경제의 혁신발전에서는 디지털의 산업화, 산업의 디지털화, 디지털 기술의 실물융합이 강조됐다. 빅데이터ㆍ인공지능의 응용기술을 발전시켜 ‘인공지능(AI)+’로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디지털 산업 클러스터를 육성하려 한다. 또 플랫폼 기업의 혁신과 취업창출 및 국제 경쟁력을 지지한다고 표명해 최근 논란이 된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우려를 불식시켰다. 마지막으로, 전국적으로 통일된 전산망을 구축한다고 했는데, 이것이 실현되면 이미 높은 수준에 도달한 중국의 행정효율성은 더 높아질 것이다.


신질 생산력 청사진, 그 전망은?

중국이 ‘새로운 질적 생산력’ 달성에 성공할 것인지를 두고 엇갈린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볼 때 중국의 과학기술 경쟁력이 높은 수준에 오르고 있다는 증거가 많다.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는 2023년 3월 주요국의 과학기술 경쟁력을 평가하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총 44개 영역에서 평가를 진행한 결과 37개 영역에서 중국이 가장 높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미국은 나머지 7개에서만 수위를 차지했을 뿐이다. 논문 및 연구기관의 질과 양을 객관적 기준으로 삼은 이 보고서의 분석 결과는 중국이 과학기술 분야에 들이고 있는 노력을 진지하게 평가해야 함을 말해준다. 이밖에도 많은 산업별 분석 보고서에서 중국이 인공지능과 5세대 이동통신(5G) 등 첨단분야에서 미국과 버금가는 혹은 능가하는 경쟁력을 가지고 있음이 나타난다. 2018년 중국은 35개의 관건적인 기술 ‘차보쯔(卡脖子ㆍ목을 조르는)’ 리스트를 발표됐다. 잠정통계에 따르면 현재 이미 21개 ‘차보쯔’ 기술 문제 성공적으로 해결됐다. 2023년 SMIC는 미국이 제재하던 7나노미터(nm)칩을 만들었고, 화웨이(華爲)는 이를 탑재해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반면 부정적인 증거도 없지 않다. 생산력의 증가는 곧 생산성의 향상으로 나타나야 하는데, 2000년대 급속히 증가하던 생산성이 최근 들어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증거를 종합하면, 중국은 효율적인(efficient) 집행보다 효과적인(effective) 집행을 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기술개발을 위한 투입량을 늘리면 효율적이진 않지만 궁극적인 효과는 나타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글 | 최필수, 세종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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