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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색방화(國色芳華)> 모란과 함께 성장하는 여성들의 서사


2025-04-25      



올해 초, 당나라 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국색방화>가 첫 방영 이후 단숨에 장안의 화제로 떠올랐다. 이 작품은 화려한 의상과 소품, 정교한 세트장을 통해 당나라 전성기를 그대로 재현했다. 여기에 속도감 있는 스토리 전개와 여성들의 섬세하고 깊이 있는 성장 서사로 평단과 대중 모두에게 호평을 받았다.


<국색방화>는 상인의 딸인 여주인공 허웨이팡(何惟芳)이 남주인공 장창양(蔣長揚)의 도움을 받아 모란 재배 사업을 시작하고, 궁극적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고 나라에 보답하는 ‘제세보국(濟世報國)’의 꿈을 이룬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품의 주요 플롯은 허웨이팡이 성장해가는 과정을 따라 전개된다. 항상 참고 양보하던 대갓집 규수에서 스스로 자신만의 사업 영역을 구축하는 독립적 여성으로 거듭나기까지, 그녀의 ‘각성’은 결코 단번에 이뤄지지 않는다. 그녀는 수많은 좌절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모든 것을 조금씩 쌓아 올린다. 이 작품은 현대적인 여성주의 시각이 반영된 서사 전략을 택했다. 즉, ‘능력 있는 남자와 아름다운 여자’라는 재자가인(才子佳人)의 전통적 틀을 깨고 ‘점주(店主)와 투자자’라는 관계를 새롭게 설정했다. 이러한 서사 논리는 허웨이팡을 돕는 장창양의 행동에 역사적 타당성을 부여하고 사업가로서 성장하는 허웨이팡의 여정을 완성시킴으로써 여성의 자립에 대한 시청자의 기대치를 충족한다.


특히 작중 여성들이 각각 고립된 개인이 아니라 어려움 속에서도 서로를 의지하고 함께 운명의 굴레를 떨쳐내는 모습으로 묘사된다는 점도 중요하다. 허웨이팡은 주막에서 일하던 시절 남편으로부터 가정폭력의 시달리던 친우얼(秦五兒)과 함께 폭력에 맞서 싸워 나간다. 창업 과정에서 의협심이 넘치는 여걸 스타일의 주푸(朱福)와 화만축(花滿築)이라는 모란꽃 가게를 운영한다. 기루(妓樓) 주인 윈낭(芸娘)은 친우얼이 시가와 결별하도록 도우며 그들을 향해 “이것이 여자들 사이의 의리와 우정”이라 쏘아붙인다. 이러한 시놉시스는 여성들끼리 경쟁하고 질투하던 기존 서사에서 벗어나 여성끼리 서로 돕고 연대하는 ‘쉬파워(She Power, 她力量)’를 형성하며 여성주의적 서사를 바탕으로 한 집단 성장의 논리를 부각시킨다.


이 작품은 시각적 표현에 있어 당나라 시기 미학의 정수를 섬세하게 재현하며 역사적 디테일을 통해 독창적인 ‘중화적 심미’를 체험토록 했다. 의상은 당나라 때의 유물이나 회화 사료를 두루 참고하고 중국식 미학의 정수를 드러냈다. 가령 장창양의 의상에는 당시 실크로드를 통해 장안(長安)으로 전해진 페르시아 스타일의 단과문(團窠紋)과 연주문(聯珠紋)이 사용됐다. 단과문과 연주문은 점이나 작은 원을 구슬을 꿰듯이 연결해 만든 문양이다. 또 향이 타 들어가는 시간으로 미루어 시간을 측정하는 데 사용된 ‘백각향(百刻香)’을 통해 ‘향 문화’를 드러냈을 뿐 아니라, 허웨이팡이 신중하고 마음을 가다듬고 어려운 고비를 극복하는 과정도 은유적으로 나타냈다. 여성 인물들의 분장도 매우 정교하게 표현했다. 술을 마신 여자처럼 얼굴을 붉게 칠하는 주훈장(酒暈妝)이나 이마, 턱, 콧등을 하얗게 칠하는 삼백장(三白妝) 등은 당나라 시대에 유행하던 화장법이다. 이러한 세심한 노력을 통해 작품은 예술적 측면에서도 훨씬 더 생생한 역사적 현실감을 부여하며 시청자들에게 몰입감 넘치는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국색방화>는 성당(盛唐) 시대의 찬란한 미학을 안방극장에 펼쳐내 여성 성장 서사를 깊이 있게 조명한다. 만개한 모란의 이미지를 통해 봉건적 억압을 넘어 주체적으로 꿈을 향해 치열하게 나아가는 여성의 굳건한 의지를 시각화했다. 이 작품은 시대의 한계를 뛰어넘으려 분투하는 여성 개인의 모습을 섬세하게 담아내는 동시에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여성들의 연대와 치유의 힘을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글|왕거(王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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