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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랄곤탕(熱辣滾燙)> 실패해도 괜찮지만, 패배주의적 태도는 거부한다


2024-04-10      



코미디언 출신 자링(賈玲)은 2021년 <안녕, 리환잉(你好, 李煥英)>을 연출해 54억 위안(약 9880억원)의 흥행 성적을 거둔 뒤 “애틋한 가족 서사는 영원히 순수한 매력이 있다”고 밝혔다. 그가 1년여 만에 완성한 신작 <열랄곤탕>이 2024년 2월 개봉했다. 이 영화는 ‘코미디+여성 서사’를 잘 버무려 인물들의 소소한 삶을 깊이 있게 파고 들었다. 적절한 유머코드와 진정성 있는 연출로 관객들에게 ‘긍정의 힘’이 주는 삶의 가치를 선물했다.


<열랄곤탕>은 인생의 밑바닥으로 떨어진 여자 주인공 두러잉(杜樂瑩·자링 역)이 권투를 시작해 대회에 참가하면서 인생의 의미를 되찾는 성장 스토리를 그린 영화다. 줄거리를 보면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는 참신한 소재는 아니다. 2014년 일본의 화제작 <백엔의 사랑>을 리메이크한 영화로 주요 소재인 ‘권투’도 그대로 가져와 ‘중국판 백엔의 사랑’으로 녹여냈다.


먼저 <열랄곤탕>의 성장 스토리에는 탄탄한 ‘화면 밖 드라마’가 있다. 카메라가 꺼져도 주연 배우의 연기 열정은 일상까지 이어졌다. 그동안 뚱뚱하고 익살맞은 모습으로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자링은 각색된 시나리오를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주인공 두러잉이 과체중과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실제 상황처럼 생생하게 그려내 캐릭터 현지화에 성공했다. 자링은 배역을 실감나게 그려내기 위해, 먼저 105kg까지 증량하고 줄거리 전개에 따라 다시 감량하는 기염을 토하며 자신의 ‘인생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러닝 타임이라는 시간 제약 때문에 영화 속 두러잉의 피나는 훈련은 ‘찰나’로 사계절에 한정돼 담겼지만, 인물과 배우가 분투하는 과정이 시시각각 하나로 합쳐져 영화 서사에 대한 엄청난 몰입감을 가져다 주어 성숙한 영화산업에 더 많은 진정성과 성실성의 부분도 보여 주었다.


게다가 <열랄곤탕>은 여성 캐릭터 향상에 일정한 공헌을 했다. 남자 주인공인 하오쿤(昊坤)은 명예와 재물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꿈을 좇는 트레이너 역할을 맡았지만, 두러잉이 후회없이 권투에 헌신하자 하오쿤은 현실을 고려해 자신의 마지노선을 포기한다. 사랑과 가족으로부터 수 차례 상처받은 두러잉은 처절한 몸부림 끝에, 결국 권투로 홀로서기하며 다시 인생의 출발점에 선다. 원작과 달리 이 영화에서는 사랑을 선택하지 않는다. <열랄곤탕>은 구호만 외치는 것이 아니다. 두러잉은 막연히 추종하고 의존했던 어긋난 감정에서 스스로를 되돌려 놓았다. 이는 중국 상업영화가 여성 서사를 다루는 새로운 추세이기도 하다. 입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그려내기 위해서 이제 다른 요소는 동반될 필요가 없다.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그녀들이 스스로를 더욱 돋보이게 할 뿐이다.


‘한번쯤은 꼭 이기고 싶다’ 두러잉의 명대사로 <열랄곤탕>이 추구하는 핵심적인 이상이 담겨있다. 즉 인생은 실패해도 괜찮지만, 해 보기도 전에 미리 포기하는 패배주의적 태도에 무릎을 꿇을 수 없다는 거다. 두러잉은 천신만고 끝에 링에 오르지만 기량차가 너무 큰 상대에게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하다, 겨우 한 번 반격한 뒤 경기 종료까지 죽을 힘을 다해 버틴다. 당연히 두러잉은 시합에서 졌다. 그러나 패배주의적 태도에 굴하지 않는 강인함을 보여주면서 그녀를 무시했던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모두가 행동하기 전에 실패를 미리 예견하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시대에서 대단한 뚝심을 보여준 두러잉의 모습은 단순한 승패의 개념을 다시 썼다. 서투른 사람이 여기저기 부딪치는 모습은 무감각해질 정도로 안정된 세계를 뒤흔든다. 이것이 바로 <열랄곤탕>이 두러잉이라는 사회적 루저를 ‘우리시대 영웅’으로 지목한 의미이자 중국 영화계에 던지는 시사점이기도 하다. 중국의 영화산업은 장르화 전략을 통해 빠르게 성숙했지만 여전히 영화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기대하고 있다.


글|저우이신(周奕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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