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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화(繁花)> 왕자웨이 미학, 한 시대의 기억과 만나다


2024-03-19      


최근 중국에서 방영된 드라마 <판화>를 본 사람들은 상하이(上海)의 추억을 회고하고 상하이 스타일에 열광하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 논의의 중심에 있는 인물은 바로 처음으로 영화 스크린에서 TV 스크린으로의 전환을 시도한 왕자웨이(王家衛) 감독이다. 그는 인물과 서사, 연출을 세밀하게 다듬고 한 시대의 기억을 생생하게 재현해 시청자들이 1990년대로 돌아간 느낌을 주었다.


<판화>는 마오둔(茅盾)문학상을 수상한 진위청(金宇澄) 원작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1990년대 상하이가 배경이다. 시대적 기회를 얻어 뒤늦게 사업에서 크게 성공한 청년 아바오(阿寶)가 사업을 하며 부침을 겪는 전기적 스토리를 다루고 있다. 아바오는 사업적으로 여러 성공과 실패를 겪는 가운데 주변인들과의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한다. 그렇게 인생의 갖가지 우여곡절을 겪은 아바오는 결국 거대한 시대의 흐름 속에서 조용히 물러나고, 주변 사람들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각자의 길과 자리를 찾아간다.


드라마 형식이지만 <판화>에서는 왕자웨이가 과거 영화에서 구사했던 미학적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 먼저 인물에 있어서는 시대적인 면모에 부합한 정신적 특징을 드러낸다. ‘도쿄의 밤(夜東京)’ 식당을 경영하던 링즈(玲子) 사장부터 와이마오(外貿) 건물을 떠나 따로 창업하는 왕(汪)씨에 이르기까지, 모두 독립적이고 용감히 도전할 줄 아는 매력적인 인물이다. 낙관적이고 필사적으로 도전하는 이들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희망과 영감을 가져다준다. 서사에 있어서는 시간과 공간이 교차하는 회상을 구성하기 위해 플래시백을 삽입하는 등 다양한 기법을 사용해 아바오와 여러 인물들 간 10년에 걸친 만남과 헤어짐의 스토리를 풀어낸다. 연출에 있어서는 전체적으로 1990년대 필름 영화의 질감을 표현해냈다. 왕자웨이 특유의 영상처리 기법은 장면의 시적 감성을 더한다. 슬로우 셔터와 프레임 추출 등의 기법은 영상에 시간감을 부여해 화면의 내용과 감정을 더욱 깊이 있게 만든다. 인물이 아닌 배경에 프레임을 맞추거나 거울을 사용하는 효과는 복잡한 화면 공간 구조를 만들고 환경을 입체적으로 묘사한다. 정교한 조명 효과와 어둡고 짙은 색감은 고유의 분위기를 완성시킨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드라마는 영화와 같은 미학적 질감을 가지게 된다.


또한 <판화>는 집단적이면서도 개인적인 1990년대 말 상하이의 시대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상하이의 상징적인 건물과 옛모습 그대로 복원된 황허루(黄河路), 상하이 사투리를 구사하는 상하이 출신 메인 배우들… 이러한 요소들로 몰입감은 한층 더 높아진다. 또한 ‘터우신(偷心)’, ‘짜이후이쇼우(再回首)’, ‘즈미부후이(執迷不悔)’ 등 중국의 1990년대 명곡들은 많은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드라마 <판화>는 감독 자신의 명확한 스타일, 옛 시대에 대한 추억과 지방 문화를 절묘하게 조화시켜 왕자웨이 스타일, 상하이 억양과 중국의 정신을 확연히 드러내는 탁월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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