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20
현재 전 세계에 대립과 분열이 만연되고 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전례 없이 강하게 대립하고 있으며 민족과 계층 분열도 가속화되고 있다.
국제사회도 역시 이데올로기로 선을 가르고 이념으로 편을 가르며 가치관으로 진영을 나누고 있다. 국가적으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 편을 갈라 줄을 서고, 민족적으로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충돌에 판이한 입장을 보이며, 신 냉전적인 사유와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보수와 진보, 부자와 빈자, 다양한 이익집단 간 대립과 분열이 가속화되고 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진보 세력보다 보수 세력에 힘을 실어주면서 분열과 대립이 한국 사회의 뚜렷한 특징이 됐다는 느낌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첫날부터 ‘자유’와 ‘민주’, ‘법치’와 ‘시장경제’ 등 가치관을 강조했다. 올해 한국의 ‘광복절’ 연설에서는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세력들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고 밝혔다. 사람들은 대통령이 지적한 ‘공산전체주의’라는 단어를 접하면서 그가 야당을 포함한 진보 세력과 단체를 겨냥한 것이 아니냐고 의심했다.
윤석열 정부가 시행한 일련의 조치들은 사람들의 의심을 증폭시키는 모양새다. 대통령 취임 1년 6개월 동안 대통령은 야당과 공식 회견이나 회담을 한번도 갖지 않아 야당은 “대통령이 야당을 무시하고 있다”고 여러 차례 지적했다. 야당 대표 이재명에 대한 사법조사 역시 강도를 더해 이재명은 검찰의 ‘고강도 추적’을 받아 여러 차례 조사를 받고 기소 당했다. 이에 이재명은 올 8월, 야당 탄압을 중단하라며 24일 동안 단식 시위를 했지만 이재명에 대한 사법조사도 야당과 만나지 않는 ‘좋은 구실’이 된 듯 했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 양당의 정치 투쟁이 가열됐다.
정부 인사 인선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은 남북 관계를 담당하는 통일부 장관, 안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국방부 장관 등에 보수 색채가 강한 인물을 다수 기용했다. 야당이 국회에서 다수를 점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인사안을 대통령이 강행 통과시켰고, 국회에서 통과된 야당의 주장을 반영한 의안을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통해 부결시키기도 했다.
한국의 노동조합은 진보 세력의 든든한 지지자였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대기업에 호의적 입장이었고 노동조합의 파업에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또한 노동조합의 자금 사용 상황을 조사하고 건설 시공 등에서 빚어진 산업 노동조합의 비리를 강하게 처벌했다.
언론은 이데올로기와 이념 투쟁에서 필수적인 수단이다. 진보 성향을 띤 언론 역시 현 정부의 ‘환대’를 받지 못했다. 한국 교통방송의 프로그램 진행자가 사실상 외압으로 사퇴했고, 문화방송(MBC)의 한 프로그램은 검찰 조사를 받았으며, 경선 기간 윤석열을 보이콧한 인터넷 매체는 기소를 당했고, JTBC 사무실과 기자실은 검찰의 압수 수색을 당했으며, 공영 방송인 한국방송공사(KBS)도 정부를 비판한다고 집권당의 공격 대상이 됐고 임원이 대거 교체됐다. 야당은 현재 검찰의 언론 압수 수색이 일상이 됐다고 비난했다.
이념 투쟁은 현재는 물론 과거 역사까지 이어졌다. 이런 보수화 기류는 역사 인물에게도 영향을 미친 듯하다.
독립운동가 정율성 역사공원을 건설하려던 광주광역시는 보수 진영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쳤다. 보수 진영은 정율성이 중국 군대와 ‘남침’한 북 군대를 위해 군가를 만들어 ‘공산주의’와 관련이 있으니 그는 ‘침략자’라고 규정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고국으로 돌아와 안장됐지만 이번에도 보수 진영은 그가 소련 볼세비키에 가담했다는 이유를 들어 육군사관학교에서 그의 흉상을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 진영은 진보 색채를 지닌 인물은 약화시키는 반면, 이승만 기념관 건설은 대대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이승만의 역사적 공적을 강조하면서 그를 재평가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뚜렷한 보수 이념과 색채는 대북 정책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진보 진영의 대표였던 문재인 정부와는 180도 달라졌다고 할 수 있다.
보수 진영은 문재인 정부의 종전선언 체결에 대한 노력을 ‘반국가 세력’의 행위라며 문재인 정부의 온화한 ‘달빛정책’을 뒤집고, 북을 다시 ‘주적’으로 규정하고 지속적으로 압력을 가하고 있다. ‘국가안보전략서’ 신규 버전에서는 북핵 미사일 개발을 ‘가장 시급한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고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등 내용을 삭제했다. 문재인 정부가 북과 합의한 ‘우발적 사건’ 예방을 위한 ‘9·19 군사합의’ 역시 ‘무용지물’이 됐다. 한국은 북이 이를 준수하지 않고, 한국의 정찰 및 감시 능력이 제한된다고 생각해 현재 이 합의는 폐기될 가능성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의 보수화를 꾀하고 보수 세력 역시 한국 사회에서 뿌리가 깊고 기반이 두터우며 생명력도 강하지만, 한국의 진보 세력은 한국의 민주화에 기여를 했고 국민들의 지지도 만만치 않다. 윤석열 정부의 강경한 태도는 오히려 한국인의 균형 심리를 자극했다. 최근 진행된 서울시 강서구 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야당 후보자가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이것은 한국 국민이 진영 간 이념 대립에 피곤함을 느끼고 있으며, 정부와 정계가 민생 문제에 집중해 경제 사회의 건강한 발전을 바란다는 점을 시사한다.
글|장중이(張忠義), 차하얼학회 부비서장, 조선반도(한반도)평화연구 센터 주임, 연세-차하얼센터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