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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의 도시' 샤오싱에 다녀오다


2023-11-20      



지난 10월 항저우(杭州) 아시안게임 야구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저장(浙江)성 샤오싱(紹興)에 놀러갔다. 루쉰(魯迅)이 태어난 고향으로 잘 알려진 샤오싱은 그야말로 ‘루쉰의 도시’나 다름없었다.


샤오싱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발걸음을 한 곳은 루쉰의 생가가 있는 ‘루쉰고향(魯迅故里)’이다. 샤오싱에서 태어난 루쉰은 유년기를 이곳에서 보냈다고 한다.


입구에는 담배를 태우는 루쉰의 흉상이 새겨진 대형 화강암 벽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들로 붐빈다. 입구를 지나 루쉰 생가가 위치한 골목을 찬찬히 둘러봤다. 루쉰이 어린 시절 뛰어놀던 ‘백초원(百草園)’, 그가 글공부를 한 동네 서당 ‘삼미서옥(三味書屋)’이 모두 이곳에 위치해 있다. 루쉰의 생애와 문학 세계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루쉰 박물관도 세워져 있다.


루쉰의 이름을 따서 만든 도로인 루쉰중루(魯迅中路)를 쭉 따라 가다보면 ‘함형주점(咸亨酒店)’도 나온다. 소설 ‘공을기(孔乙己)’의 무대가 된 바로 그곳이다. 공을기는 과거시험에 목매며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몰락한 선비다. 밥벌이도 못하면서 이곳에서 황주(黃酒)와 후이샹더우(茴香豆) 한 접시를 외상으로 시켜먹고는 했다.


이곳의 대표 메뉴가 황주와 후이샹더우이다. 이곳에서 황주와 후이샹더우를 시켜놓고 마치 공을기가 된 마냥 미소 지으며 기념사진을 찍는 관광객을 보니 루쉰의 소설 속 현장을 이곳에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했다.


특히 루쉰이 즐겨마신 황주는 샤오싱을 대표하는 술이다. 샤오싱주라고도 불리는데, 가는 곳마다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샤오싱에는 ‘취한 새우(醉虾)’, ‘취한 게(醉蟹)’처럼 음식 이름에 ‘취할 취(醉)’가 들어가 있는 요리가 많은데 대부분은 도수가 별로 높지 않은 샤오싱 황주로 재료를 삶거나 쪄서 만든 요리라고 한다.


황주를 넣어 만든 황주 커피, 황주 밀크티, 황주 아이스크림도 이곳의 특산품으로 유명하다. 한 가게에 들어가 황주 밀크티를 한잔 주문했다. 종업원이 밀크티 잔에 미니 황주병을 꽂아주는 게, 마치 마가리타를 담은 잔에 코로나 맥주병을 꽂은 코로나리타 칵테일 느낌도 난다. 밀크티에 황주의 단맛까지 얹혀져 달콤하기 짝이 없다.


샤오싱은 이처럼 루쉰과 문학작품을 연계한 테마관광으로 지역문화를 알리고 지역경제 활성화도 모색하고 있었다. 루쉰을 테마로 한 관광상품이 인기를 끌면서 올해 일주일이 넘었던 중국 중추절(中秋節)과 국경절(國慶節) 연휴에 샤오싱을 찾은 관광객만 23만명이 넘었다고 한다.


루쉰의 고향을 다녀온 필자의 소감을 들은 한 중국인 지인은 “샤오싱만큼이나 중국에 유명한 문학도시가 있다”며 201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중국 현대 소설가 모옌(莫言)의 고향, 산둥(山東)성 가오미(高密)현을 추천해주기도 했다. 모옌은 필자도 좋아하는 작가다. 그는 고향의 전설을 바탕으로 중국 근현대사를 생생하게 소설에 그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훙가오량(紅高粱)’ ‘개구리(蛙)’, ‘톈탕 마을 마늘종 노래(天堂蒜薹之歌)’ 등이 대표적이다. 기회가 되면 다음엔 산둥성 가오미에 가서 모옌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보고 듣고 느끼는 시간을 가져보길 기대한다.  


글|배인선, 한국 아주경제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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