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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룡점정(畫龍點睛)’에 담긴 생활 철학


2022-10-14      



일상에서 ‘화룡점정’은 자주 등장하는 사자성어로 어떤 사소한 동작이 커다란 영향을 가져올 수 있음을 표현할 때 많이 쓰인다. 이 표현은 회화에서 기인한 것으로, 원래는 양대(梁代) 화가 장승요(張僧繇)의 회화 필법의 훌륭함을 뜻했지만 훗날 사회문화 각 분야로 뻗어나가 비유적으로 글을 쓰거나 말할 때 핵심적인 대목에서 몇 마디 말로 실체를 밝히고, 내용을 생동감 있게 만들어 디테일이 성패를 좌우한다는 의미가 되었다. 또한 과감히 혁신하고 작은 것부터 시작해 디테일까지 중시함으로써 예상치 못한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생활 철학이 되기도 한다.


장승요의 네 마리 용(龍) 벽화

‘화룡점정’이라는 단어는 장언원(張彥遠)의 <역대명화기(歷代名畫記)>에 등장한다. 이 고서는 중국 최초의 회화 통사(通史)다. 당나라 이전의 회화 발전 역사를 기록하고 있으며 회화 이론과 감장(鑑藏) 특징을 해석하여 서화 발전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중 장승요의 ‘화룡점정’ 이야기는 특히 흥미롭다.


장승요는 남조 양대에 오중(吳中)의 유명한 화가로서 오흥태수(吳興太守)를 지냈다. 고개지(顧愷之), 육탐미(陸探微), 오도자(吳道子)와 함께 ‘화가사조(畫家四祖)’로 추앙받고 있다. 장승요와 오도자는 소체(疏體)를 대표하며, 나머지 두 사람은 밀체(密體)를 대표한다. 그는 불교를 소재로 한 그림을 잘 그렸다. 대표작은 <오성이십팔숙신형도(五星二十八宿神形圖)>다. 그는 강남 일대 사찰에 많은 벽화를 그렸다. 장승요는 회화의 단일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독자적으로 길을 개척해 많은 장점을 취할 수 있었다. 그는 서예가 위부인(衛夫人)의 <필진도(筆陣圖)>에서 영감을 받아 서예용 붓놀림을 그림에 사용했다.


당시 황제였던 양무제(梁武帝)는 불교를 신봉하고 많은 사찰을 건립했는데, 모두 장승요에게 벽화를 그려달라 요청했다. 또한 제왕들의 초상화를 그려달라고 청했는데 모두 묘사가 매우 생생해 진짜와 같았다. 어느 해, 양무제가 장승요에게 금릉(金陵) 안락사(安樂寺) 벽에 그림을 그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아주 짧은 시간에 네 마리의 살아있는 금룡(金龍)을 그렸다.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그림들을 구경하러 갔지만, 의아하게도 이 네 마리의 용은 모두 눈이 없었다. 사람들이 그에게 왜 눈을 그리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눈을 그려 넣으면 용이 하늘로 날아가 버릴 것이라고 대답했다. 모두들 그의 대답이 터무니없다고 여겨 계속해서 그에게 눈을 그려달라고 청했다. 거절할 수 없었던 장승요는 용 두 마리의 눈을 그려 넣었다. 삽시간에 광풍이 거세게 불고, 하늘에 먹구름이 잔뜩 끼며, 천둥 번개가 쳤는데, 눈이 그려진 두 마리의 용이 결국 벽을 깨고 나와 이를 드러내고 발톱을 치켜세우며 구름과 안개를 타고 날아갔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 이 기이한 일에 놀라 다시 벽을 보니 아직 눈이 그려지지 않은 용 두 마리만 남아 있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장승요의 회화 기법의 출중함을 쉽게 알 수 있다. 이사진(李嗣真)은 “기개가 독특하고 웅장하며, 사모(師模)가 심오하니, 어찌 육법(六法)만을 정비(精備)하다 하겠는가, 실로 만류(萬類)가 모두 훌륭하며, 천변만화하고, 괴상수형(詭狀殊形)하다”라고 칭송했다. 장승요의 회화 작품을 칭송하는 것은 화법이 정교하고 아름다운 것에 더해, 천변만화하고, 유연하며 다양하고, 창의적인 면을 구현해내는 데 있다.


디테일과 혁신을 중시하다

후대 사람들은 장승요의 화룡(畫龍) 이야기에 근거한 ‘화룡점정’이라는 사자성어를 작품의 훌륭함을 칭송하는 기초에서 더 나아가 비유적인 말이나 문장으로 인용했다.  핵심적인 대목에서 세세한 부분까지 잘 처리해 요지를 밝히며, 내용을 더 생생하고 힘있게 해 전체적인 효과를 더욱 생동감 있게 한다는 의미로 사용한다. 또한 일종의 혁신적인 사고를 반영하는데, 눈을 섬세하게 묘사해 그림 전체를 비약적으로 변화시키고 효과적으로 창의력을 높인 것도 이 이야기가 대중에게 주는 시사점이다. 


디테일은 성패를 좌우한다. 디테일은 자잘함과 번거로움으로 인해 늘 사람들에게 경시당하며, 심지어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장승요 작품 속 용의 눈처럼 디테일은 어쩌면 사물 발전의 돌파구일지도 모른다. 만약 그가 눈을 제대로 그리지 못했다면 용이 그처럼 생생하게 살아나 하늘로 날아가며 많은 사람들로부터 칭송을 받을 수 있었을까? 작은 부분에서부터 디테일을 파악하면 승리의 열쇠가 될 수 있다.


혁신은 미래를 이루어낸다. 이야기 속에서 장승요가 용을 그렸으나 눈은 그리지 않았고, 여러 사람 앞에서 눈을 그려 넣었다는 사적이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졌다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이 색다른 행동은 그의 그림이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일화가 되게 했다. 장승요는 이전에도 수준 높은 벽화를 많이 그렸지만, 이처럼 많은 유명세를 타진 못했다. 그만큼 이 남달리 특별한 행위는 그의 회화 인생에 한 획을 그었다. 먼저 용의 몸체를 그린 뒤 눈을 그리고 기법의 사용에 주의하며, 그림의 형식과 방법에 있어 혁신을 한 것이 이 그림을 성공시킨 중요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화룡점정’은 늘리고, ‘화사첨족(畫蛇添足)’은 줄이고

정교한 ‘화룡점정’으로 환골탈태하면 성공의 확률을 높일 수 있다. 디테일을 과도하게 강조해 전체를 소홀히 하거나, 기발함만 쫓다가 정작 본질을 잃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의 효과를 이른바 ‘화사첨족’이라고 부른다. ‘화사첨족’은 뱀을 그릴 때 발을 덧그리는 쓸데없는 짓을 가리킨다. 무익할 뿐 아니라 부질없는 짓을 하는 것을 말한다.


‘화룡점정’에 있어 디테일에 신경 쓰면서 적정선을 지키고, 최적의 지점을 찾아 최선을 다해야 한다. 만약 적절치 못한 곳을 강조하면 되레 터무니 없이 엉터리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선택이 정확하고 척도를 파악하는 것 역시 ‘화룡점정’이 현대인에게 시사하는 바다.


회화 전설에서 현대의 사회생활에 대한 시사점까지, ‘화룡점정’은 이미 하나의 이야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욱 동양적 심미 철학을 드러내며, 디테일까지 중시하고 있다. 중국 전통 미학을 논할 때, 형상과 기교에 대해 언급하는 것 역시 가장 작은 요소에서 출발해 거시적 현상을 논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작은 것을 통해 큰 것을 보는 사고 방식은 예로부터 지금까지 내려오는 것이다. 그에 더해 새롭고 기발한 방법으로 천변만화한 기법을 통해 새로운 내용을 만들어 내고, 옛 것 중에서 쓸모없는 것은 버리고 좋은 것은 찾아내 새로운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것도 중국식 미학의 중요한 구성 부분이다. 따라서 ‘화룡점정’의 본질은 디테일을 통해 광범위한 의미의 심미적 패러다임을 표현하는 것이다. 디테일과 혁신으로 적정선을 지키면서 척도를 파악하면 사물의 발전을 촉진할 수 있다. 


글| 우한(吳晗), 상하이(上海) 사회과학원 문학연구소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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