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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 작가 김수진의 ‘페이퍼 아트의 길’


2022-10-10      

최근 월간 <중국> 본지 기자는 한국 여성 작가 김수진을 인터뷰했다. “제 이름은 김수진이다. 한국에서는 흔한 이름이지만 저와 같은 한자를 쓰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수놓을 수(繡)에 별 진(辰)으로 하늘에 별을 수놓다라는 뜻이다.” 강한 베이징(北京) 억양을 가진 이 한국 작가는 자기 이름의 뜻을 흥미진진하게 설명하면서, “아버지가 이 이름을 지으시면서 ‘아이가 자라서 설마 날마다 밤을 새지는 않겠지?’라고 말씀하셨는데 정말로 자식이 날마다 밤을 새며 일하는 종이 예술가가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셨을 것이다”라고 했다.


김수진의 <종이의 감각> 전시 현장 사진/김수진 작가 제공


김수진, 올해 만 35세이지만 여전히 활력이 넘치는 20대 소녀 같은 그녀. “17살에 중국에 왔으니 인생의 절반 이상을 중국에서 보낸 셈이다.” 예술, 중국 생활, 양국 문화 교류에 관해서  ‘페이퍼 아트를 사랑하는’ 김수진은 자신만의 독특한 견해를 갖고 있다.


17세, 홀로 중국 유학길에 오르다

김수진은 중학교 때부터 미술학원에 다녔다고 한다. 또래에 비해 빠른 편은 아니었지만, 중학교 2학년 때 그녀는 직접 그린 포스터로 다수의 상을 받으며 “그때는 단순해서 포스터는 광고디자인에 속하니 앞으로 광고 디자이너가 되야겠다라고 생각했다.” 중국 무협소설을 좋아한 그녀는 중국에 있는 예술학교에서 공부하고 싶었다. 하지만 부모님은 반대하였고, 꿈을 이루기 위해 그녀는 3일 밤낮을 굶고 버텨가며, 그렇게 해서 중국 생활의 첫걸음을 떼게 되었다.


김수진 작가는  고등학교 생활에 행복한 기억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녀는 기숙사형 고등학교에 입학해 중국인 친구들과 함께 살았는데 “그때는 싸우기도 했지만 지금은 가족 같은 사이가 되었다. 친구들은 나를 외국인 취급하지 않았는데, 그게 제일 기쁘고 감사한 부분이기도 하다.” 김수진은 지금도 그때 친구들과 연락을 유지하고 있다. “스튜디오를 오픈했을 때 친구들이 말도 없이 냉장고를 보내주기도 했다. 주소도 제 스튜디오 공식계정에서 직접 찾아서 서프라이즈로 보내주었다.” 어릴 때 중국에서 유학한 덕분에 김수진은 소중한 친구들을 만나게 됐고 덕분에 중국 생활에서 소속감도 갖게 됐다.


페이퍼 아트와의 인연

“종이는 감정이 있고 온도가 있는 매개체다. 저는 페이퍼 아트를 통해 일종의 ‘시각적 텍스처’를 만들어서 제가 전달하고자 하는 생각을 표현한다.” 페이퍼 아트를 말하는 김수진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김수진 작가는 대학교와 대학원에서 모두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작품을 위해 재료를 준비할 때 우연히 한 쪽은 흰색, 한 쪽은 푸른색을 가진 아름다운 한지를 발견했는데, “그렇게 아름다운 종이는 처음 봤다. 저는 그 종이에서 우주와 바다를 봤다.” 이때부터 김수진은 종이에 매료되 종이로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고, 그녀의 작품은 여러 차례 상을 받기도 하였다. “제지술은 고대 중국의 4대 발명품 중 하나지만 현대인들이 제지에 관한 이해는 부족한 편이다.” 김수진 작가는 종이를 사랑하고 자신의 작품을 통해 종이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과거, 김수진은 자신을 제지 예술가라고 했지만 지금은 페이퍼 아티스트라는 호칭을 더 좋아한다. 때론 기성 종이로 작품을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외국인이라는 특정 꼬리표가 붙는 것을 바라지 않고 순수한 예술가의 신분으로 알려지길 원한다고 한다. 김수진 작가의 주요 작품은 화이트 시리즈, 블랙골드 시리즈와 대형 설치 미술 작품 이렇게 3가지로 나뉘어 진다고 한다. 그 가운데 백색 시리즈인 <감정의 결(情肌·理緒)>은 종이의 제지 기법을 응용하여 다양한 질감을 만들어 사람의 감정을 표현한 시리즈라고 한다. 이 시리즈는 김수진 작가의 석사 졸업 작품이기도 하며 지금까지도 다양한 버전으로 작업하고 있는 장기 프로젝트라고도 한다. “이 작품들의 질감은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것도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도 있다.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이 다 다르기에 전시회에서 관객이 직접 작품을 만지면서 작품이 표현하는 것이 어떤 감정인지 느끼길 바랬다.”


중국에서 19년 동안 생활해 온 그녀는 중국의 커뮤니티와 시장을 잘 아는 편이다. “중국의 디자이너는 조금 알지만 저에게 한국의 누구 누구를 묻는다면 저는 정말 모른다.” 김수진 작가는 최근 10년 동안 중국의 디자인계는 매우 빠르게 발전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수상한 중국 디자이너들이 많이 있다. 그들의 작품도 세계적으로 많은 인정을 받았다.” 김수진도 이들 중국 디자이너의 작품을 매우 좋아한다며 “그들의 작품속에는 동양문화의 정서가 함축되어 있다”고 말한다.


김수진 작가의 블랙골드 시리즈 작품 <노을(霞)>과 <일출(日出)> 사진/김수진 작가 제공



스튜디오에서 개인전까지

2017년 김수진 작가는 개인 스튜디오인 ‘더 진 스튜디오(The JIN Studio)’를 오픈했다. 처음에는 상하이(上海)의 인민광장에 스튜디오를 오픈하였는데 “공간이 너무 좁아 어떨 때는 작품을 다 펼칠 수도 없었다.” 이 10평 정도의 작은 스튜디오에서 대표작들이 많이 탄생했다. 올해 김수진 작가는 스튜디오를 교외로 옮겼다. “지금 스튜디오는 40평 정도로 마음껏 창작을 할 수 있다.” 현재 그녀는 마음이 맞는 친구 한두 명과 이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올 상반기, 김수진 작가는 상하이 류하이쑤(劉海粟)미술관의 ‘쑤상하이 커뮤티니(粟上海社區)미술관’에서 첫 번째 개인전을 개최했다. 이 전시는 그녀에게 매우 뜻깊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녀의 개인전 주제인 <지·각(紙·覺) 종이의 감각>은 종이의 감각이며, 또한 인간의 직감을 뜻한 단어로서 언어 유희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번 전시된 작품의 대부분은  10년 전 제지를 갓 공부했을 때 소장해  놓은 종이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그녀는 “종이는 푸얼차(普洱茶, 보이차)처럼 시간이 흐르면서 색과 속성이 변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종이의 가치는 올라간다”고 말했다. 올해 9월, 김수진 작가는 박사학위 공부를 위해 칭화(淸華)대학교로 진학했다. “그래서 이 개인전은 저에게 상하이 생활의 작은 맺음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수진 작가에게 중국은 고향 같다고 한다. 앞으로도 중국에 오래 머물 것이라고 한다. 창작과 학업 외에 김수진 작가의 중국 생활에는 ‘선생님’이 되는 계획도 있다고 한다. “저는 중국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제가 받은 사랑을 다른 이들에게도 나눠주고 싶다.” 김수진은 자신이 가진 경험으로 중국 청년 예술가들이 창작 중 직면하는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고 싶고, 중한 문화 예술 교류의 가교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글|차오멍웨(曹夢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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