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  >> 칼럼 >> 본문

두보(杜甫)―춘야희우(春夜喜雨)


인민화보

2019-06-10      인민화보



好雨知時節,當春乃發生。隨風潛入夜,潤物細無聲。
Hǎoyǔ zhī shíjié, dāngchūn nǎi fāshēng. 
Suífēng qiánrùyè, rùnwùxì wúshēng.
호우지시절, 당춘내발생. 수풍잠입야, 윤물세무성.
野徑雲俱黑,江船火獨明。曉看紅濕處,花重錦官城。
Yějìngyún jùhēi, jiāngchuánhuǒ dúmíng. 
Xiǎokàn hóngshīchù, huāzhòng jǐnguānchéng.
야경운구흑, 강선화독명. 효간홍습처, 화중금관성.

단비가 제 시절을 아는 듯, 봄이 되자 이내 내리누나.
바람 따라 밤의 장막에 스며들어, 소리 없이 섬세하게 만물을 적시는 봄비.
들판길 덮은 구름 온통 까맣고, 강물 위의 배 등불 홀로 빛나네.
내일 새벽 붉게 빗물 젖은 꽃무리를 보겠군, 금관성의 꽃빛깔이 선명하겠군.


안사의 난으로 어지러운 세상을 정처없이 떠돌던 두보(AD 712-770)가 사천(四川)성 금관성(錦官城, 오늘날의 청두成都)에 일시적으로 안착해 맞은 두 번째 봄(716년), 이때 봄-밤-비를 노래한 걸작이 태어났다. 첫머리부터 명구 중의 명구로 시작된다. 好雨知時節, 우선 喜雨가 아니라 好雨인 점에 주목하자. 많이 쓰일 것 같은 친숙한 어휘 ‘好雨’지만, 찾아보니 역대 시가들 가운데 의외로 겨우 2개의 용례가 검색되었다. 두보의 이 작품과 500년 후 원나라때 금석학자 오구연(吾丘衍, AD 1272-1311)의 오언율시 <好雨>. 2편뿐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흔치 않은 표현임엔 틀림없어 보인다. 그 당시로 보면 일종의 파격인 셈인데, 효과는 심원했다. 好+雨의 결합으로 천하 명구가 생겨났고 작품 전체의 성취도를 이끌었다. 반가움의 대상, 대상화된 雨=喜雨라면 好雨는 ‘好人’의 경우처럼 좋은 일을 하는 (착한)雨, 주체화된 雨다. 한마디로 ‘知時節’이 가능한, 의인화된 존재인 것이다.

봄+바람, 봄+꽃도 좋으나 ‘봄+비’의 감흥만은 못 하다. 봄+비+밤은 더할 나위 없는 조합이다. 건조한 봄날, 뿌옇게 들떠있던 천지가 어둠 속에 가라앉을 때 만물의 솟구치는 생기는 숨을 고른다. 아늑하고 여유로운 봄밤에 단비까지 더해지면 감성충만의 조건 완성! 미세먼지를 씻어주는 봄비라서 반가운 현대인이지만 봄비의 감성코드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다. 반면, 고대의 노동하는 생활인들에게 봄비는 생계(농경)에 직결되는 생명수. 그래서 喜雨를 넘어서는 특별한 어휘가 필요했던 것이리라. 好+雨의 조합에서, 여느 문사와 다른 두보를 새삼 확인하게 된다. 이런 류의 조어 능력은 천재만으로 될 것 같지 않다. 삶과 버무려져야, 먹고 살기 위한 육체노동의 수고와 가치를 알아야 가능한 영감이다. 당시 그가 스스로 밭을 갈고 농민들과 교류했던 체험과 무관할 리 없다.

느긋하고 평화로운 전반부에 비해, 후반부는 분위기의 반전과 비범한 기교가 눈길을 끈다. 野徑-雲-俱-黑은 江船-火-獨-明과 깔끔한 대구를 이루며 서로의 의미를 돋보이게 한다. 쓸쓸한 풍경이지만 절망감은 안 느껴진다. 처음부터 ‘好雨’가 깔아 놓은 기조 덕분인가보다. 나아가 이튿날 새벽 빗물 젖어 한층 선명하게 빛날 꽃들을 상상하는 것은 삶의 작은 소망, 겸허, 어쩌면 모처럼 성도에서 얻은 작은 안정에 대한 감사의 자세 같기도 하다. 曉-看-紅濕處와 花-重-錦官城 또한 대구와 글자 운용이 절묘하다. 紅濕은 비에 젖은 붉은 해당화나 모란꽃이었을까? 紅濕에 더한 ‘處’로 한 두 송이 정도가 아니라 자리를 차지한 채 무리져 피어 있는 모습을 연상시키고, 그 꽃들이 錦官城에 초래한 광경의 총체적 묘사 역시 ‘重’, 딱 한 글자가 동원되었다. 매우 탁월하고 독창적이며 곱씹어볼 대목이다.

지명 錦官城이 중요한 시어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 또한 인상적이다. 한나라말 비단(錦) 직조를 관장하던 관청이 있던 곳이라 해서 錦官城, 기록에 따르면 예로부터 뽕나무가 많았고 양잠단지와 전세계 양잠의 원조라는 자부심 역시 현재진행형이다. 갑골문에서 보는 뽕나무 桑과 봄 春의 원형이 부분적으로 흡사하다는 것은 그 기원의 깊은 연관성을 말해준다. ‘뽕나무에 싹이 나는 것’이야말로 상고시대 중원사람들이 체감하는 봄의 실물 아니었을까? <春夜喜雨>라는 봄노래의 걸작과 錦官城의 인연은 이래저래 예사롭지 않다.

<春夜喜雨>와 ‘錦官城’이 어우러진 영화가 있으니, 바로 2009년 허진호 감독의 <호우시절(A Good rain knows)>이다. 봄비의 계절마다 환기될 만한 이 멜로영화에서 ‘두보의 도시’를 만날 수 있다. 중국 출장길의 ‘동하’가 成都의 杜甫草堂에서 기적처럼 ‘메이’와 재회한다. 미국유학시절 연정을 느꼈으나 귀국한 채 연락이 끊긴 그녀였다. 두 사람이 감정을 확인해 나가는 과정은 촉촉하고 감미로우며 풋풋하기조차 하다. 제목(테마)과 스토리 전개, 대나무숲 우거진 杜甫草堂 등 영화의 구석구석 두보의 ‘好雨知時節’이 녹아 있다. 남녀 주연(정우성-高圓圓)의 단정하고 청순한 외모, 잔잔한 연기도 잘 어울린다(극중 남자주인공 이름을 배우이름 그대로 ‘雨盛’이라 했더라면 싶긴 하다). 단비 같아 좋은 게 연애뿐이랴,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단비를 만날 수 있다. 그것은 누군가의 인생에 단비가 되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喜雨’보다 역시 ‘好雨’였으면 좋겠다.


글ㅣ임명신(한국)

240

< >
TIM图片20190514145251.png

100년 교류사를 통해 본 중·한 협력의 미래

2월 25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한국국제교류재단, 한국정치학회, 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소 등의 전문가 18명으로 구성된 대표단이 상하이(上海)를 방문해 상하이 황푸(黃浦)구 마당(馬當)로 306룽(弄) 4호에 위치한 대한민국 임시정부 유적지를 참관했다.

읽기 원문>>

중·한, 손잡고 ‘맑은 하늘’ 협력 강화한다

2월 26일, 리간제(李干杰) 중국 생태환경부 부장이 베이징(北京)에서 조명래 한국 환경부 장관과 회담했다.

읽기 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