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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장을 흐르는 어화의 노랫소리


2024-04-10      

2023년 12월 31일, 68개 대나무 뗏목으로 구성된 약 1km 길이의 황금색 ‘거대한 용’이 리장 지류인 위룽허(遇龍河)를 S자 형태로 휘감으며 유영하고 있다. 사진/VCG


요즘 대부분 양숴(陽朔) 어민들은 고기잡이로 생계를 유지하지 않는다. 대신 ‘가마우지 고기잡이’라는 오래된 전통을 계승하고자 1992년부터 매년 리장(漓江) 어화절(漁火節)을 개최해 대규모 가마우지 고기잡이 대회를 진행한다.


어둠이 내려앉자 어민들이 뱃머리에 가스등을 걸어 물고기를 모은 뒤그물을 쳐 가둔다. 그러면 가마우지가 강으로 뛰어들고 어부들이 줄지어 소리를 지르며 대나무 장대로 수면을 때린다. 어부의 신호에 가마우지는 쏜살같이 물 속을 가르며 고기를 잡아 물 밖으로 올라온다. 어민들은 익숙하게 가마우지 입에서 물고기를 꺼내 대나무 광주리에 넣는다. 어느새 광주리 안은 크고 작은 여러 종류의 생선으로 가득 찬다.


갓 잡아 올린 잉어는 비늘을 제거할 필요 없이 바로 기름에 지지고 특산 맥주와 각종 조미료를 넣은 다음 한소끔 끓여 낸다. 이것이 그 유명한 양숴 ‘맥주 생선(啤酒魚)’이다. ‘맥주 생선’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 껍질은 노릇하고 육즙이 풍부하게 베어 나온다. 비린내 하나 없는 비늘은 바삭바삭한 식감에 고소한 풍미가 일품이다.


‘인상유삼저’ 실제 자연에 오색찬란한 조명을 더해 산수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하고 지역의 인문적 정취를 잘 녹여낸 연출은 관객들에게 환상적인 감동을 선사한다. 사진/VCG


가마우지 고기잡이 방식은 수백 년 전부터 이어져 오고 있다. 물고기를 포획할 때 적게는 뗏목 8~9대와 가마우지 수십 마리가, 많게는 뗏목 수십 대와 가마우지 100여 마리가 동원된다. 주로 강 상류 일대에서 물고기를 잡는다. 등을 환하게 밝힌 강 위는 휘황찬란하게 반짝이고, 물결은 잠영하는 용처럼 조용하면서도 크게 일렁인다. 여기에 강변의 사람들과 물결 치는 소리가 어우러져 ‘양숴 8경’ 중 하나인 ‘리장어화(漓江漁火)’를 연출한다.


“산가(山歌)를 부르자. 이쪽에서 부르면 저쪽에서 답가를 부른다……” 아득하게 울려 퍼지는 산가는 리장 어화절의 백미다. 산가는 중국 남서지역 주민이 정을 나누는 중요한 방식 중 하나다. 양숴에 거주하는 한(漢), 좡(壯), 야오(瑤), 먀오(苗) 등 민족 저마다의 풍습이 있지만 이들 모두는 산가를 잘 부른다는 공통점이 있다.


매년 음력 8월 15일 밤 좡족의 산가회가 열린다. 좡족 남녀 청춘들이 삼삼오오 무리를 이뤄 나뭇잎을 불고 산가를 부르며 애정을 표현한다. 산가하면 ‘유삼저(劉三姐)’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유삼저는 좡족의 전설적인 미인으로 송나라 기록에서도 유삼저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산가를 잘 만들고 불러 ‘가선(歌仙)’이라고 한다. 전설 속 유삼저는 산가로 악랄한 지주에 맞서 싸웠다고 한다. 이 전설을 각색해 만든 영화 <유삼저>는 양숴를 배경으로 촬영했다. 1960년 개봉해 당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영화 속에서 산가가 강 전체로 울려 퍼지며 양숴의 아름다운 풍경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깊이 각인됐다.


현재 중국 유명 연출가 장이머우(張藝謀)가 기획 총괄을 맡은 초대형 공연 ‘인상유삼저(印象劉三姐)’가 양숴 절경을 무대 삼아 공연을 하고 있다. 익숙한 곡조가 사방 2km의 리장 수역과 12개 산봉우리 휘감는다. 천년을 이어온 전설이 자연과 과학기술이 이루어낸 하모니로 새롭게 리장에 울려 퍼진다.


글 | 차이멍야오(蔡夢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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