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을 쬐고 바람을 맞아 수분이 증발하면 실처럼 가늘면서도 탄력있는 면발이 만들어진다.
민난(閩南, 푸젠성 남부) 사람들의 주방에는 기름, 소금, 간장, 식초 외에 한가지 절대 빠질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몐셴(가는 국수)이다. 몐셴은 민난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통 수제 식품으로, 손님을 접대하거나 축하할 일이 있을 때는 물론 친구 등에게 선물하기도 하는 가품(佳品)이다. 민난 사람들은 매일 아침 ‘몐셴후(麵線糊, 국수 죽)’ 한 그릇을 먹고 난 뒤 비로소 바쁜 하루를 시작한다. 이 지역만의 방법으로 만들어지는 가늘고 긴 면발은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맛이자 기억이 된다. 판자오양(潘招揚) 부부의 삶을 바꾼 것 역시 몐셴이다. 이들 부부는 몐셴으로 ‘행복’을 만들고 있다.
몐셴 제작 공정의 첫 번째 국수 뽑기. 가늘어진 반죽의 양끝을 이은 뒤 비비고 문지르고 늘리는 동작을 반복하면 국수 가락이 4가닥, 8가닥, 16가닥으로 늘어난다. 사진/자오즈충(趙智聰)
푸젠(福建)성 난안(南安)시 러펑(樂峰)진 푸산(福山)촌. 이곳에 몐셴으로 이름난 곳이 있다. 바로 판자오양과 그의 아내 라오야펑(饒雅鳳)이 운영하는 르텅(日騰)국수공장이다. 매일 새벽 4시면 부부는 밀가루 반죽을 시작한다. 1시간쯤 숙성되길 기다렸다가 정성스레 반죽을 손질하고 두껍게 뽑은 면발을 다시 대나무 막대에 걸어둔다. 그리고는 점심 즈음, 실외에서 몐셴을 뽑은 뒤 저녁 무렵이 되면 그날 만든 몐셴을 잘라 한 묶음씩 포장한다. 밤 11시가 돼서야 비로소 하루의 일과가 끝난다. 반죽을 하고 몐셴을 뽑고 다시 자르고…… 한 그릇의 맛있는 몐셴후가 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생각 보다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 한다. “우리가 하는 일이 보기에는 간단한 것 같지만 막상 하려면 쉽지 않다. 힘 조절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맛있는 국수를 뽑을 수 없다.” 면을 뽑는 것과 같은 숙련된 기술이 필요한 일은 지금껏 남의 손에 맡겨 본 적 없는 판자오양이다.
라오야펑(饒雅鳳)이 몐셴을 만들고 있다. 밀가루 반죽을 두 손으로 빠르게 치대고 문지르고 비비고 늘리면 점점 가느다란 국수의 형태를 띠기 시작한다. 사진/자오즈충(趙智聰)
올해 42세의 판자오양은 벌써 20년째 몐셴을 만들고 있다. 그는 철이 들던 때부터 밀가루와 인연을 맺었다. 중학교 졸업 이후 가족들과 함께 몐셴을 만들기 시작한 그는 1998년 타지에서 일을 하며 지금의 아내 라오야펑을 만났다. 두 사람은 결혼했고 곧 두 딸이 태어났다.
2006년, 판자오양 부부는 타지에서 일을 하고 가게까지 열었지만 실패했다. “촌 지부서기와 계획생육(가족계획)협회 회장의 말을 듣고 생각을 바꾸게 됐다.” 판자오양은 부모님이 물려준 몐셴 만드는 기술로 생계를 꾸리기로 결심했다. 정부 지원과 함께 몐셴에 대한 열정 덕에 판자오양 부부는 가업을 물려 받아 수제 몐셴 4대 계승자가 되었다.
2008년 판자오양 부부는 몐셴가공공장을 세웠다. 이후 2011-2013년 진·촌 계획생육협회의 도움으로 대출을 받음으로써 자금 여유가 생겼고, 이후 마을 주민들을 고용하면서 생산규모를 확대했다. 2013년 9월, 난안시 계획생육협회는 르텅국수공장을 생육관심시범기지로 선정했고, 산아제한정책을 잘 따른 가정(計生戶)으로 참관단을 조직해 르텅공장 견학 기회를 제공했다.
판자오양의 딸이 굵게 뽑은 국수를 대나무 막대에 널어 말리고 있다.사진/자오즈충(趙智聰)
2014년 6월에는 고향 사람들과 함께 전통 수제 몐셴산업협회를 결성했다. 이를 통해 생산품질을 제고하고 제품포장을 통일했으며, 동시에 협회 회원간 마케팅 정보를 공유하고 자재 공동구매로 생산비용을 절감, 마을 주민들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잘 말린 몐셴을 분류한 뒤 잘라서 묶음 포장을 하고나면 몐셴 제작의 모든 과정이 끝난다.사진/자오즈충(趙智聰)
판자오양 부부의 노력과 각 급 생육계획협회의 도움으로 공장 매출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그가 만든 몐셴은 취안저우(泉州) ‘최고의 기념품’, 난안시 ‘10대 도시 선물’로 선정됐고 난안시 제5대 시급(市級) 무형문화유산목록에도 올랐다. 또한 취안저우 ‘여행상품설계창작대회’ 우수상, ‘대륙 10대 우수농산품’ 등을 수상 했다.
“함께 발전하는 것, 마을 주민들 모두 부자가 되는 것, 난안 전통 수제 국수 브랜드로서 전세계로 뻗어나가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라오야펑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묻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