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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음악의 정수와 혼이 담긴 사죽관현


2025-04-25      



중화 민족 문화는 유구한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예악(禮樂) 문화 역시 오랜 전통을 자랑한다. 이 가운데 전통 민족 악기는 풍부한 예술적 함의를 지니고 있으며 천년의 문화적 깊이를 담고 있다. 고사성어 ‘사죽관현(絲竹管弦)’은 고대로부터 전해오는 전통 악기 고금(古琴), 슬(瑟), 피리, 퉁소를 나타내는 금슬적소(琴瑟笛簫)의 통칭으로 중국의 민속 악기를 폭넓게 부르는 말이자 음악을 가리키는 말이다. 사죽관현에 관한 최초의 기록은 왕희지(王羲之)의 <난정집서(蘭亭集序)>에 등장한다. “비록 사죽관현의 화려한 연주가 없더라도 술 한 잔 기울이며 시 한 수 읊는 것만으로도 그윽한 정을 나누기에 충분하다.” 금슬적소는 고대 문인의 취미로 문인들은 고아한 예술적 경지를 추구하고 마음의 지기를 찾았다. 유백아(俞伯牙)와 종자기(鍾子期)의 ‘고산유수(高山流水)’는 고금을 통해 우정을 나누는 아름다운 이야기로 후세에 널리 전해졌다.


강남 사죽과 정서 표현

사죽(絲竹)은 가장 중요한 고대 중국 악기다. 한족 전통 현악기와 대나무로 만든 관악기의 통칭이다. 악기 종류의 명칭인 ‘사죽’은 선진(先秦) 시기 문헌에서 최초로 등장했다. ‘사’는 현악기를 가리키는 말로 발현악기와 찰현악기를 포함한다. ‘죽’은 관악기를 가리킨다. 목동의 대나무 피리, 먀오(苗)족의 생황에서 현대 대중음악에 이르기까지 대나무 악기의 감미로운 연주가 있었다. 중국의 관현악은 사실상 대나무 관악 음악으로 가장 순수하고 원시적이며 동시에 자연에 가장 가까운 천상의 소리다. 사죽악은 대부분 섬세하고 부드러우며 수려하고 우아하며 정교한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기쁘고 즐거운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최적화된 합주 형태의 민족 기악이다. 민간 관현악의 총칭으로도 불리며 전국 각지의 도시와 농촌에 널리 퍼져 있다. 사죽악 종류에는 강남 사죽, 광둥(廣東) 음악, 푸젠(福建) 남음(南音) 등이 있다.


강남 지역은 기후가 따뜻하고 강수량이 풍부해 대나무 생장에 매우 적합하다. 적(笛), 소(簫), 생(笙), 쟁(箏), 고판(鼓板), 징후(京胡), 얼후(二胡), 반후(板胡) 등 중국의 전통 악기는 대나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강남 지역의 사죽 음악은 섬세하고 부드러우며 우아한 선율로 유명하며 중화 전통 음악의 보물이다. 이 지역의 사죽악은 현악기와 대나무 관악기가 주를 이루며 독특한 연주 기교와 편곡을 통해 강남 지역의 생활상을 생동감 넘치게 표현한다. 얼후의 유려한 음색, 피리의 청아한 소리, 양금(揚琴)의 경쾌한 리듬이 어우러져 하나의 살아 움직이는 악장을 형성한다. 활기찬 시장에 있는 것처럼 소박하면서도 활력이 넘치는 삶의 기운이 느껴진다.


강남 사죽은 우아하고 아름다우며 명쾌하고 원만하며 서정적이다. 연주할 때 ‘네가 단순하면 나는 복잡하게, 네가 복잡하면 나는 단순하게’라는 민간 특유의 연주 기법을 잘 살려 모든 악기가 자신의 특징을 한껏 드러낼 수 있으면서 서로 조화를 이룬다. 이를 통해 곡의 깊이와 색채가 더해져 다성부처럼 들리면서 곡의 표현력이 한층 풍부해지고 강화된다. 강남 사죽은 전형적인 강남 수향 문화의 특징을 갖고 있어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다.


실크로드와 동서양 음악의 융합

중국 고유 악기와 서역에서 전해진 악기를 구분할 때, 보통 한 글자 악기는 중원의 본토 악기고, 두 글자 악기는 서역에서 전래된 악기라는 이야기가 있다. 이렇듯 적소생고(笛簫笙鼓)와 얼후, 쇄납(嗩吶), 비파(琵琶)는 유래가 다르다. 실크로드는 상업과 무역의 통로였을 뿐 아니라 음악·문화 교류의 연결체였다. 상단이 왕래하면서 중원의 사죽 아악(雅樂)과 서역의 열정적인 음악이 서로 부딪치고 융합돼 독특한 매력을 지닌 음악이 성황을 이뤘다. 비파, 호금(胡琴) 등 악기의 동쪽 전파에서 <예상우의곡(霓裳羽衣曲)>이라는 곡의 탄생까지, 실크로드 선율은 국경을 초월해 다채로운 문화의 정수를 엮어내고 전승과 혁신의 조화 속에서 동서 문화 교류의 웅장한 서사시를 펼쳐냈다.


실크로드를 따라 들어온 대표적인 악기인 비파는 고대 음악 발전에서 큰 역할을 했다. 비파는 남북조(南北朝) 시대에 실크로드를 통해 페르시아에서 지금의 신장위구르자치구(新疆維吾爾自治區)를 거쳐 중국으로 전해졌다. 비파가 중원에 전파된 뒤 황제와 황족에서 일반 백성에게까지 빠르게 전파돼 큰 사랑을 받았다. 비파가 중원에 갓 들어왔을 때는 유목 민족 악기의 특징인 횡포(橫抱, 가로로 안는 방식)가 남아 있었다. 말 위에서 연주하는 음악이어서 사람이 오른손으로는 현을 뜯고 왼손으로는 현을 누르면서 악기의 받침점 역할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둔황(敦煌) 벽화를 보면, 북제(北齊)에서 당(唐)나라까지의 비파 연주 모습은 모두 가로로 안고 있다. 비파를 지금처럼 다리에 세로로 놓고 연주하게 된 것은 중원 전파 이후 농업 문명의 생활 방식에 맞춰 변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실크로드 음악은 고대 동서양 문화 융합의 중요한 매개체로 깊고 다양한 영향을 미쳤다. 실크로드 음악 체계는 중원의 아악과 만나 당나라 연악(燕樂)의 번영을 이뤘고 시사(詩詞)와 희곡(戲曲)을 발전시켰다. 선율을 통해 종교와 철학, 생활 방식을 전파해 문명 간 배움의 다리가 됐다. 실크로드의 음악은 광활한 대지를 넘어 각 지역의 정신문화를 꽃피우고 각국 사절단의 언어 없는 소통 도구가 돼 민족 간 정서의 깊은 울림을 만들어냈다.


오늘날에도 ‘사죽관현’은 고상한 취향으로 여겨지지만, 과거와 달리 그 향유층이 넓어졌다. 더 이상 상류사회의 전유물이 아닌 일반 가정에서도 아이들 음악 교육을 위한 첫걸음으로 사죽관현 악기를 접하고 있다. 국제 무대에서 중국의 전통 민족 음악은 독특한 음색과 풍부한 리듬, 아름다운 선율로 전 세계를 매료시키며 중국을 널리 알리고 세계 문화 교류를 촉진하는 데 기여했다. 


글|칭산(靑山)

사진 | 인공지능(AI)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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