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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속, 한국의 ‘이색’ 졸업식 풍경


2020-07-14      글|쑹샤오첸(宋筱茜)

가을학기제를 시행하는 중국에서는 매년 여름 졸업식이 열린다. 그런데 올해는 조금 특별한 졸업식 풍경이 펼쳐졌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많은 대학들이 졸업논문 심사와 졸업식을 부득이 온라인으로 진행하면서 기나긴 배움의 여정을 마치고 사회인으로 나아가는 학생들은 첨단 기술을 통해 학교와 마지막 인사를 나눌 수 밖에 없었다. 이에 쓰촨(四川)의 한 대학은 현장 졸업식이 끝난 뒤 우한(武漢)에 교직원들을 파견해 후베이(湖北) 출신 졸업생들을 위한 특별 학위 수여식을 열어주기도 했다.

중국과 학제가 다른 한국은 매년 봄철에 새 학기가 시작된다. 이 때문에 일반 학교의 졸업식은 보통 2월에 열리고, 대학의 경우 매년 2월과 8월 하순 두 차례에 걸쳐 학위 수여식이 열린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무섭게 퍼져 나가던 지난 2월 한국 주무부처는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신속하게 대응했다. 2월 5일 한국 교육부는 각 대학에 졸업식과 신입생 환영회 연기·취소를 권고했고, 대학들도 이에 적극 동참하며 졸업생들은 사상 초유의 ‘학위 수여식 없는 졸업식’을 맞이해야 했다. 서울의 일부 고등학교에서는 졸업식 규모도 축소해 강당이나 체육관에 모이는 대신 학급별로 조용히 식을 진행했다. 초등학교나 유치원에서는 운동장에서 단체 사진을 찍는 것으로 졸업식을 대체했다. 학생과 학부모들도 이런 조치를 수긍은 하지만 그래도 못내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한국은 역대로 교육을 중요시해왔다. 물론 의식(儀式)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졸업식은 학생과 가족들에게 매우 중요한 ‘행사’중 하나다. 졸업을 하고 상급 학교로 진학하는 일은 큰 기념일로 인식되고 대학교부터는 더욱 그렇다. 또한 중국 대학은 졸업 가운을 대부분 학교에서 지급하기 때문에 디자인이나 옷감이 전국적으로 통일되어 있다시피 하지만, 한국에는 가운을 대여하거나 맞춤 제작을 할 수 있는 학위복 전문점이 따로 있다. 필자도 한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할 때 학교 근처의 오래된 학위복 전문점에서 ‘박사 가운’을 맞춰 입었다. 학교가 졸업 가운에 대한 독점권이 있는게 아니어서 대학마다 선후배 사이에서 입소문이 난 유명 가게가 한두 군데씩 있었다. 그런 가게들은 대학별, 학위별, 학과별 졸업 가운의 디자인과 색상에 관해 빼곡한 자료를 갖고 있어 학생이 학교와 학과를 말하기만 하면 곧바로 딱 맞는 가운을 대여해 주는 매우 편리한 시스템이었다. 맞춤 가운을 주문하고자 한다면 팔 길이에서 머리 둘레, 원단과 금박 무늬까지 세세한 부분을 다양한 가격대로 선택할 수도 있고, 매우 공들여 만들기 때문에 두고두고 소장하기도 좋다. 필자가 다녔던 여대의 경우 유명한 업체라면 일찍부터 전화해야 졸업식 메이크업, 헤어, 꽃다발, 기념사진 촬영 등을 겨우 예약할 수 있었다. 졸업식 당일에는 캠퍼스 주변에서 꽃다발을 파는 상인들과 카메라를 든 사진사들을 흔히 볼 수 있고, 여대에는 진주가 박힌 하얀 리본 스카프를 파는 보따리장수도 있다. 이처럼 한국에서는 졸업식이 모두의 축제처럼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진다.
 
필자의 모교인 한국의 한 대학은 지난 2월 졸업식 전에 대학 측에서 직접 디자인한 새 졸업가운을 발표했다. 100년 넘게 사용하던 기존 디자인 대신 새로운 시대상을 반영해 개교 이래 134년 만에 처음으로 ‘신상품’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의 확산이 계속되며 안전상의 이유로 졸업식이 취소되자 새 졸업 가운의 ‘공식 데뷔 시기’도 8월 말 하반기 졸업식으로 밀리게 됐다. 조금 안타까운 결정이긴 하지만 비상시국에 대학이 보여준 책임감 있고 이성적인 태도는 후대에 귀감이 될 만한 좋은 대학 정신을 보여준다.
 
필자가 졸업하던 그해 캠퍼스 정문 바깥 골목 사이사이로 꽃들이 화사하게 피어 그야말로 ‘꽃길’을 걷는 듯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화려한 꽃과 모임을 찾아보기 어렵지만 졸업생들에게 보내는 박수와 축하의 메시지만큼은 그 마음 그대로일 것이다. 잠시 우리의 앞을 가렸던 안개가 하루빨리 걷히고, 모든 졸업생들의 앞에 끝없이 아름다운 꽃길이 펼쳐지기를 기대해 본다. 
 
 

글|쑹샤오첸(宋筱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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