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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자이(裴寨)촌의 ‘물 지킴이’


인민화보

2017-02-20      인민화보

자단(왼쪽)과 장구이셴이 톈신츠(田心池)가에 있다. 사진/ 장루이쓰(張睿思)

 

페이자이촌 입구에는 오성홍기가 펄럭이고 넓은 길이 쭉 이어져 있다. 왼쪽에는 2층짜리 화원식 건물이 길게 늘어서 있고, 오른쪽에는 축구장보다 넓은 광장에 전시관, 농구장, 문화창랑(文化長廊)이 들어서 있다. 하지만 불과 10년 전만 해도 이곳에 사는 100가구는 비바람이 스며드는 흙벽돌집에 살았고 수동 우물펌프로 물을 퍼다가 먹었다. 지금도 물은 페이자이촌 주민의 생존을 좌우하는 소중한 자원이다.

 

마을을 돌아다니다 보면 자기집 문 앞에 앉아 햇빛을 쬐고 있는 백발의 노인과 삼삼오오 모여 장난치는 아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마을 주민 대부분은 이렇게 한가하지 않다. 그들은 자기집 온실 하우스에서 채소와 꽃을 키우거나 상업거리에서 장사를 하거나 마을 주민이 투자한 기업인 춘장(春江)그룹으로 출근하느라 바쁘다.

 

지금의 생활에 대해 장구이셴은 “쓸 돈이 있고, 할 일이 있는데 나쁠 게 무언인가?”라고 말했다. 사진/ 친빈(秦斌)

 

쓸 돈이 있고, 할 일이 있는데 나쁠 게 무엇인가

 

오전 8시, 촌위원회에서 일하는 장구이셴(張貴先)은 익숙하게 장갑을 끼고 대걸레를 들고 페이자이촌에 있는 공공화장실 청소를 시작했다. 그녀는 하루에 두 번씩, 한번에 2시간 정도 청소해 화장실을 깨끗하게 유지한다. 장구이셴에겐 중요한 임무가 또 하나 있다. 바로 ‘물을 지키는 것’이다. 청소일이 끝나면 그녀는 전동오토바이를 타고 530m 깊이의 마을 우물로 가서 자동 양수펌프를 켜고 산에 있는 물탱크 두 곳으로 물을 퍼올린다. 물탱크에 저장한 물은 지하수도관을 통해 마을의 각 가정으로 보내진다. 마을 주민의 식사와 세탁, 상업거리의 용수는 모두 이 우물에서 제공된다. 가끔 양수펌프가 고장나면 물탱크가 찼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장구이셴은 물탱크가 다 찰 때까지 우물 옆에서 몇 시간을 대기한 후 양수펌프를 직접 잠그고 나서야 집으로 돌아온다.

 

물 지킴이 일에는 날마다 시간에 맞춰 물을 퍼올리는 일 외에 마을 수도관 유지보수도 포함돼 있다. “아주머니, 어디 있으세요? 고구마당면 가게 뒤에 있는 수도관이 터졌어요.” 고구마당면축제가 개최된 날 오후, 장구이셴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동료 자단(賈丹)에게 전화를 받았다. 그날은 당면 소문을 듣고 이를 맛보려 찾아온 외지 구매상이 많았기 때문에 수도관이 터지면 주민들의 장사에 큰 차질을 빚어질 것이 분명했다. 장구이셴은 즉시 수리공에게 전화를 걸고 상황을 살피러 갔다.

 

수도관 수리가 끝나자 날이 이미 어두워져 두 손녀에게 저녁을 차려줄 시간이 됐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녀는 뜨거운 죽과 바오쯔(包子, 왕만두), 그리고 손녀가 좋아하는 밀크티를 샀다. 주방으로 들어간 장구이셴은 과거 주방 풍경을 회상했다. “예전엔 석탄을 때 밥을 지어 연기 때문에 고생했는데 지금은 가스를 사용하니 편하고 값도 저렴하다.” 몇 분 뒤 주방에서 피망 당근 볶음 향이 거실로 퍼져나왔다.

 

장구이셴의 어린 두 손녀가 찻상 양쪽에 앉아있었다. 큰 손녀는 텔레비전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캐릭터 스티커를 붙이고 있었고, 작은 손녀는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면서 버블티를 마셨다. 장구이셴의 남편은 십여년 전에 세상을 떠났고, 두 딸은 출가했으며, 아들과 며느리는 출근해 집에 없을 때가 많아 평소 그녀는 두 손녀와 시간을 가장 많이 보낸다.

 

밤이 되면 장구이셴은 가끔 침대 맡에 놓인 라디오를 켜서 뉴스를 듣는다. 침대 협탁에는 문 앞에 있는 나무에서 딴 푸른색 모과가 몇 개 놓여 있어 은은한 향을 풍겼다. 장구이셴은 평생 검소하게 살았지만 그녀의 방에는 새 외투가 많았고 평소 하고 다니는 은 귀고리가 눈에 띄었다. “이 옷은 맏딸이 읍내에 데리고 나가 사준 것이다.” 장구이셴의 웃는 얼굴에 주름이 잡혔다.

 

요 몇 년, 장구이셴은 생계로 걱정한 적이 없었다. 촌위원회에서 받는 월급과 상업거리에 세 놓은 점포 임대수입을 더하면 일년 소득이 1만 위안(약 167만원)이 넘기 때문이다. 해마다 춘장그룹에서 마을 주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한다. 장구이셴은 “쓸 돈이 있고, 할 일이 있는데 나쁠 게 무엇인가?”라고 말했다.

 

바쁜 하루가 끝나고 장구이셴이 집으로 돌아왔다. 사진/ 친빈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하면 가족이 더 행복해진다

 

60세의 장구이셴 외에 30세인 자단도 페이자이촌의 ‘물 지킴이’다. 여름이 되면 그녀는 새벽 6시에 일어나 빈 속에 물을 한 컵 마시고 집을 나서 마을 우물로 뛰어간다. 자단이 촌위원회에서 하는 일은 사무용건물과 촌 역사전시관 실내를 청소하고, 마을 주민의 의료보험 청구 등 각종 수속을 돕는 것이다. 자단은 “마을 주민들이 이런 일에는 서툴러 촌위원회가 대신 해준다”고 말했다.

 

요 며칠 자단과 장구이셴은 페이자이시스후이(裴寨喜事汇)에서 쓸 식기를 구입하느라 바빴다. 중국의 농촌 지역은 관혼상제를 인생의 큰 일로 여긴다. “예전에는 경사가 있으면 천막을 빌려서 했다.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고, 게다가 비싸고 번거로웠다.” 2010년부터 마을은 페이자이시스후이를 마련해 주민들의 경조사를 이곳에서 진행하도록 했다. 평소에는 자단 등 촌위원이 관리한다. 페이자이시스후이는 홀이 넓고 탁자와 좌석이 완비되어 마을 주민은 사용료 몇 백 위안만 내면 재료를 가져와 요리를 해서 손님을 접대할 수 있다.

 

자단은 젊지만 마을 주민들은 그녀가 능력이 있다고 칭찬한다. 자단은 “평소 노 당원과 함께 일을 해서 빨리 일을 배울 수 있었다”면서 “촌위원회가 나에게 경험을 쌓을 기회를 많이 주었다”고 말했다.

 

자단이 마을에 남아 일한 이유는 아이를 돌보기 위해서다. 2009년 자단은 남편인 페이좐산(裴轉山)을 만났다. 그는 춘장시멘트공장의 영업사원이다. 현재 그들 부부에겐 3살난 아들과 5살난 딸이 있다. 매일 아침 자단은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고 난 다음에 일을 시작한다. 자단은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너무 적어 때론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면서 “특히 둘째를 낳고 한달도 안 지났을 때 마을 주민에게 급하게 처리할 일이 생겨 차를 타고 읍내에 나가 처리하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자단의 어릴적 꿈은 경찰이나 군인이 되는 것이었다. 지금은 페이자이에서 자리잡고 촌위원회에서 일하며 인정받고 가족도 잘 돌보고 있다. 평소 자단과 페이좐산은 아이들과 미끄럼틀을 타고 집에서 애니메이션을 보기도 한다. 때로는 온 가족이 차를 타고 신향(新鄉)시로 나가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대하와 중국식 샤브샤브인 훠궈(火鍋)를 먹기도 한다. 부모님의 생신이 되면 그들은 풍성한 만찬을 준비하고 생일 케이크도 빠뜨리지 않는다. 자단은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하면 가족이 더 행복해진다”고 말했다.

 

자단이 우물 펌프의 압력표를 조정하고 있다. 사진/ 장루이쓰

 

함께 미래를 만들어가는 두 사람

날씨가 추운 겨울이 되면 수도관이 쉽게 얼고 우물 펌프도 쉽게 고장이 난다. 이럴 때면 장구이셴과 자단은 함께 방법을 생각한다. “한번은 펌프가 고장나 아무리 해도 물탱크가 차지 않아 밤 11시까지 옆에서 지키고 있었다.” 이것은 자단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나 혼자였으면 무서웠겠지만 아주머니가 옆에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페이자이촌 촌위원회에서 여성은 그들 둘 뿐이다. 자단의 고향은 허난(河南)성 중부에 위치한 쉬창(許昌)시다. 장구이셴의 고향은 허난 동북부에서 가까운 성(省)인 산둥(山東)성이다. 중국 전통풍습에 따르면 음력 1월 2일은 친정 가는 날이지만 마을의 공동 우물을 비워둘 수가 없어 두 사람은 돌아가면서 친정에 간다.

 

장구이셴은 “나는 힘들고 더러운 일도 마다치 않았고 한번도 게으름을 피운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같이 일했기 때문에 자단은 노 당원인 장구이셴을 잘 안다. 장기간 노동으로 장구이셴은 허리가 쑤시고 다리가 아파 매일 시간에 맞춰 뼈에 좋은 약 6알과 진통제 2알을 복용한다. 장구이셴은 “힘들지만 마을 주민이 마실 물을 책임지는 일이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자단이 처음 촌위원회에 왔을 때 업무 경험이 부족하다고 생각했고 이를 솔직하게 말했다. 첫해에 계획생육(计划生育, 산아제한) 업무를 하면서 어려움을 많이 겪었을 때 장구이셴이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차근차근 하라”며 그녀를 위로하면서 아이디어를 주기도 했다.

 

마을 주민들은 그녀들이 날마다 같이 일하는 것을 보고 자단을 장구이셴의 ‘양녀’ 같다고 말한다. 장구이셴은 “자단이 나한테 잘한다. 그녀 덕분에 처음으로 햄버거를 먹어봤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매우 친하지만 일할 때 의견이 다를 때도 있다. 자단은 “우리는 싸운 적이 없다. 각자 생각을 말하고 어떤 것이 좋을지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모든 일을 열심히 하면 가족이 더 행복하고 더 즐거워진다.” 미래에 대해 자단은 이렇게 말했다.

 

자단의 전가족이 집 앞에서 가족사진을 찍었다. 사진/ 후저우멍

글/ 후저우멍(胡周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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