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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오만과 편견


2023-02-23      

필자가 속한 차하얼(察哈爾)학회는 비관영 외교 및 국제관계 싱크탱크로 최근 몇 년 동안 조선반도(한반도)와 중한 관계 분야에서 특히 지명도가 높아졌다. 그러나 최근 갑자기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임무가 하나 더 늘었다. 뜬금없이 중국 정부를 위한 ‘통일전선(통전)’ 업무라는 것이다. 이 임무는 한 한국 언론매체의 보도를 통해서야 알게 됐다. 기사에서는 차하얼학회와 한국 연세대학교가 공동 설립한 연구센터를 예로 들어 중국의 학회가 한국 학술계와 정계까지 깊숙이 파고들었다면서 연세-차하얼센터의 각종 교류 활동을 관영기관이 배경인 ‘통전 공작’이라고 과장했다. 정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더 의아했던 점은 이 기사를 쓴 기자가 필자에게 사실 확인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언론인의 기본 원칙도 필요 없다는 말인가? 사실을 확인했다면 중국의 ‘샤프 파워(Sharp power)’를 강조한 기사를 쓸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언론이 과장한 곳은 차하얼학회 만이 아니다. 중국 레스토랑은 ‘비밀 경찰’로, 중국어 강의는 ‘체제 선전’이라고 의심했다.


‘세이프가드 디펜더스(Safeguard Defenders)’라는 국제인권단체는 최근 중국이 해외 100여 곳에 비밀경찰서를 설치했고 한국도 그중 한곳이라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해당 단체의 인터넷 사이트를 보면 이곳은 소규모 비정부기구(NGO)이고, 본부는 스페인이며, 중국을 겨냥해 설립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수의 서방 언론이 이 단체의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고 시류를 따르는 것을 좋아하는 한국 언론도 중국의 인권 문제를 들출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 언론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중국 레스토랑 ‘동방명주’를 겨냥해 그곳을 중국 공안이 한국에서 불법으로 운영하는 비밀경찰서라고 보도했다. 또한 ‘동방명주’ 레스토랑은 중국의 재한 교민협회 본부이자 서울 화조(華助)센터 소재지라며, ‘세이프가드 디펜더스’가 “화조센터는 중국 공안과 연결하는 다리”라고 한 것을 인용 보도했다. 주한중국대사관과 ‘동방명주’는 관련 사실을 부인했지만 한국 측은 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고, 한국 언론은 추측성 보도와 미리 설정해둔 결과에 맞게 표면적인 정보를 짜깁기한 기사를 보도했다.


역사적인 이유로 한국은 일본처럼 동양 국가지만 정치체제와 이데올로기는 서방에 가깝다. 예전부터 한국 국내의 ‘탈 중국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1990년대 냉전체제 와해와 세계화 물결로 인해 이데올로기를 기반으로 한 진영 대립이 약해지고 국가 간 화해와 협력이 진행됐다. 중한 관계도 이런 배경 속에서 국교 정상화를 이뤘다.


현재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은 중국과의 ‘경쟁’을 다시 시작해 체제와 이데올로기 대립이 갈수록 첨예화되고 있다. ‘신 냉전’의 유령이 정치, 경제, 군사 등 각 분야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한국은 윤석열 정부 수립 이후 ‘자유, 민주, 인권, 시장경제’ 등 ‘공동가치’가 전례 없이 강조돼 ‘가치관 외교’를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한미동맹 강화와 재편을 이유로 미국 쪽으로 급속히 기울어졌다.


변화의 냄새를 포착한 한국의 일부 언론은 중한 대립 정서를 부추기는 소재를 찾았고 마침 ‘세이프가드 디펜더스’가 최근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래서 한국의 일부 언론은 새로운 마녀사냥에 나선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중한 관계는 빠르게 발전했지만 동시에 크고 작은 마찰이 일어 양국 국민 간 혐오와 대립 정서가 생겼고 언론매체가 이를 부추긴 점도 있다.


국가 간 가깝고 먼 것은 역사적인 이유, 집권 철학 차이, 자국 이익 고려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그러나 제3자를 겨냥하고 심지어 제3자를 ‘희생 제물’로 삼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게다가 중한 양국은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나 뗄 수 없는 이웃으로 중한 관계가 악화되면 양국, 조선반도, 동북아시아의 안정 발전에 백해무익하다.


언론은 당연히 자신이 가치를 두는 방향이 있고, 좋고 나쁨을 선택하는 것도 언론의 자유다. 그러나 이런 자유는 사실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이는 뉴스의 기본 원칙이다. 시류에 편승해 양떼처럼 ‘언론 오합지졸’이 되면 안 된다.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태도를 취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 이는 언론매체의 ‘오만과 편견’이다.


서방에서는 언론을 ‘제4의 권력’이라고 한다. 언론은 정부와 사회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권력을 감독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론이 정부의 추종자가 되어 덮어놓고 영합하는 것은 스스로 날개를 꺾는 것일 뿐 아니라 정부의 자만을 조장해 편파적인 정책을 낳고 더 나아가 극단 성향으로 치닫게 할 수 있다. 이는 수많은 역사적 사실이 증명하는 바다.


권력은 감독이 필요하다. ‘제4의 권력’인 언론이 그 오만과 편견을 어떻게 감독하고 교정할 것인가도 연구와 생각이 필요한 부분이다. 

   


글|장중이(張忠義), 차하회 부비서, 조선반(도)평화연구 센터 주임, 연세-차하센터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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