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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기담(中國奇譚)>애니메이션에서 중국의 미학을 느끼다


2023-02-23      글|랴오슈팡(廖秀芳)



2023년 초 개봉한 <중국 기담>이라는 애니메이션이 중국 애니 애호가들의 뜨거운 관람 열기 속에 회자되며 많은 긍정적 평가와 찬사를 받았다.


<중국 기담>은 총 8부작으로, 감독마다 다른 애니메이션 스타일로 구성되어 있다. 이 8개의 스토리는 각각 독립적이지만 모두 중국 전통 문화와 관련이 있다. 중국 고대 전설의 요소를 녹여내어 중국식 판타지 색채를 드러낸다. 단지 전통의 재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대적 감각이 돋보인다. 이 현대적 감각은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에서의 높은 기술 수준 뿐 아니라 스토리 속에 담긴 현대 생활의 논리, 느낌과 생각에서 구현되는데, 이것이야말로 관객들의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지점이다.


제1화 <작은 요괴의 여름(小妖怪的夏天)>은 손으로 그린 수묵화 스타일의 미술적 기법으로 관객이 친밀감을 느낄 수 있도록 제작됐다. 내용은 <서유기(西遊記)>의 당승(唐僧) 사제(師弟) 4인(당승,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이 경전을 구하러 가는 이야기의 연장으로 볼 수 있는데, 여기서 주인공은 요괴 대왕을 도와 당승 고기를 요리하려던 작은 요괴 멧돼지다. 그는 갖은 노고를 마다하지 않고 대왕을 위해 화살을 만들고 나무를 자르고 솥을 닦고 향신료를 구했지만, 그의 지혜와 노력에도 돌아오는 칭찬이나 보상은 아무 것도 없다. 오히려 상부의 억압과 박해를 당한다. 그의 동료인 까마귀는 대왕이 당승을 잡기 위해 쳐놓은 함정을 몰래 엿보다가 끌려가 죽임을 당한다. 이 잔인한 최후를 알게 된 멧돼지는 자신의 운명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한편 이 모든 작업 과정에서 당승 사제의 행적에 관한 얘기를 계속 들어왔던 멧돼지는 제천대성(손오공)에 대한 숭배의 마음을 갖게 된다. 결국 그는 마지막 순간에 악을 등지고, 후광이 빛나는 당승 사제를 향해 죽음을 무릅쓰고 달려간다.


이야기 속 멧돼지는 대왕산(大王山)의 위계질서 최하단에 위치한, 모욕과 피해를 당하는 작은 요괴다. 그의 노력과 보상은 전혀 비례하지 않는다. 이러한 모습에서 우리는 현대사회에 대해 생각하고, 직장에서의 각종 불공평함을 생각하게 된다. 이와 같이 영화는 우화의 성격을 통해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해석의 여지를 확장시킨다. 결말에서 손오공은 대왕산을 평정하고 악의 가득한 요괴를 손보며 목숨이 위태로운 멧돼지를 구한다. 이렇게 전반부의 잔혹했던 스토리에는 따뜻함과 희망이 더해지고, 정의가 결국 악을 물리친다는 메세지가 전달된다. 근면성실한 멧돼지 역시 한때 자신이 지내던 요괴산에서 벗어나 새로운 생활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이러한 스토리로 영화는 첫 화가 공개되자마자 관객의 호평을 얻었다.


제2화 <거위, 거위, 거위(鵝鵝鵝)>는 무성영화다. 검정색, 하얀색, 빨간색 등 3가지 색상 만으로 중국의 고전소설 형식 중 하나인 지괴(志怪, 괴기한) 이야기를 재연했다. 거위를 배달하던 행상인은 거위산에서 길을 잃고, 절름발이 선비로 변한 여우 입에서부터 각자가 사랑하는 존재들을 거듭 토해낸다. 행상인이 사랑 때문에 망설이는 사이 모든 것이 거위산에서 사라진다. 이는 문학성이 풍부한 이야기다. 사랑, 욕망, 사람의 마음에 관한 이야기는 시대를 가리지 않고 곱씹어볼 만한 주제다. 다른 에피소드들 역시 각자 독특한 애니메이션 스타일로 전통적인 중국식 상상력과 현대 중국인들의 깨달음을 담고 있다. <중국기담>은 애니메이션을 통해 중국 미학을 엿보는 좋은 방식이라 할 수 있다.    

 

글|랴오슈팡(廖秀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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