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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오카오와 수능의 데자뷰


2019-08-15      

한 평생을 사는 동안 사람들은 누구나 전환점을 맞기 마련이다. 찰라의 만남에도 한눈에 반해 서로 사랑에 빠지고 이어 인생의 반려자가 되는가 하면, 누구나 부러워하던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분야로 진출한 것이 크나큰 성공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사람에 따라 중요한 전환점은 다양하지만 적어도 한국인들과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대학입학 시험도 그런 커다란 변곡점 중 하나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중국은 학기 시작을 9월부터 시작하기에 대학입학 시험을 뜻하는 ‘가오카오’(高考)는 6월 초에 치러진다. 올해 6월 7~8일 각 지역별로 가오카오가 실시됐고 22일부터 성적이 나오고 있다. 시험이 치러지는 시기는 한국의 대학수학능력평가(이하 수능)과 중국의 가오카오가 가장 대척점에 서 있는 부분이다. 중국과 달리 새학기가 3월에 시작되는 한국은 11월 중 국가 대입 시험인 수능이 치러진다. 중국 수험생들에게 ‘가오카오’가 초여름이 시작되는 후텁지근한 열기로 기억된다면 한국 수험생들에게 ‘수능’은 서늘함과 차가움의 이미지로 다가올 것이다. 한국에서는 아직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기도 전인 11월에도 유독 수능 시험 당일 날씨가 추워지는 경우가 많아 ‘입시한파’라는 단어가 있을 정도다. 수험생들의 스트레스와 원망이 하늘에 사무쳐 매년 시험 때마다 날씨가 추워지는 것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을 정도다. 

중국의 가오카오는 응시생만 1031만명인 어마어마한 규모의 시험이다. 나라별로 비교해볼 방도는 없지만 단일 시험으로는 당연 세계 최대 규모의 시험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수능 응시생 수는 2018년에만 53만명에 불과(?)하지만 두 시험 다 국가와 수험생과 가족들이 총력전을 펼친다는 점에서 유사점이 많다. 

가오카오와 수능이 유사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로는 두 나라 모두 오래 전부터 사상적으로 유가(儒家)의 영향을 깊이 받아왔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공자의 어록을 기록한 <논어> 첫 장 첫 구절이 ‘學而時習之 不亦說乎(배우고 이를 실천하며 살면 즐겁지 아니한가?)’일 정도로 유가는 ‘배움’을 가장 높은 가치로 여기는 사상이다. 여기에 한국과 중국은 학문을 ‘입신양명(立身揚名)’의 기준으로 삼아온 역사적 배경을 공유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초로 개인의 학문을 시험으로 평가해 관료들을 채용하는 과거제를 만들어 냈고 이는 한반도(조선반도)의 왕조들에게도 깊은 영향을 미쳤다. 어느 정도 신분의 제한은 있었지만 높은 학문의 경지에 이르면 누구나 강력한 권한을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은 수많은 젊은이들로 하여금 학문에 매진토록 했고 이는 양질의 인재를 확보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

1976년 정계에 복직한 덩샤오핑(鄧小平)이 서둘러 10년간 폐지됐던 가오카오의 부활을 결정한 것도 이런 역사적 배경을 깊이 성찰한 탓이라고 생각한다. 77년 27만명의 신입생들을 선발한 이래로 중국은 가오카오 덕에 매해 개혁개방의 선봉대로 충실히 역할을 수행할 인재들을 차곡차곡 쌓아갈 수 있었다. 한국의 학력고사와 수능으로 이어지는 대학입학 시험도 매해 수많은 천재들을 배출해 내며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동북아의 빈국을 세계 10위권의 부강한 나라로 변화시키는데 큰 공헌을 했다. 

하지만 최근 한국의 수능과 중국의 가오카오 모두 도를 넘어선 경쟁으로 인한 부정·부패, 학벌주의 등 늘어나는 부작용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국에서는 빈부격차가 심각해지고 사교육 시장의 양극화가 극심해지면서 가난한 집 아이들이 좋은 대학에 진학하지 못해 또다시 가난에 빠지는 악순환이 고착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최근에 한 방송사가 방영한 ‘스카이 캐슬’이라는 드라마가 비정상적인 사교육 시장의 치부를 고발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된 것도 이런 부작용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중국 역시 한국과 비슷한 고민을 갖기는 마찬가지다. 수능과 가오카오가 ‘개천에서 용난다’는 한국 속담처럼 계층이동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게 될 경우 한국과 중국 모두 사회가 정체되고 약자들의 불만이 고조되는 심각한 문제를 떠안게 될 수 밖에 없다. 양국 발전의 토대가 된 수능과 가오카오가 어떻게 이런 난제를 풀어갈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글|김중호(CBS 노컷뉴스 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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