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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공동화 마을’이 걸은 회생의 길


2019-09-17      글|리강(李剛)

펑두현 칭톈촌은 호적인구 1200명이 넘는 마을이지만 현재 마을에 상주하는 청장년층 인구는 200명이 채 못된다. 마을에 남아있는 이들은 대부분 노인이나 아이들 뿐이다. 칭톈촌의 상황은 현재 중국 농촌 절반이 처한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사진/위제(喻捷)

세계적인 싼샤(三峽)댐과 가까운 충칭(重慶)시 펑두(豐都)현은 창장(長江) 유역의 유명한 역사문화 관광코스이다. 하지만 이곳은 마을 사람들이 떠나간 ‘유령도시’로도 잘 알려져 있다.

산지로 가로막힌 지리적 환경 탓에 경제가 발달하지 못해 2002년 국가빈곤탈출개발 중점 대상지역으로 된 뒤 2017년 말 가까스로 빈곤지역에서 벗어났지만, 여전히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마을이 28곳이나 된다.

작년 막 개통한 포장도로를 따라 현정부 소재지로부터 차로 2시간 반 가량을 달리면 도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작은 마을인 칭톈(青天)촌이 나온다. 마을에서는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한 각종 사업이 한창 진행중이었다.

그러나 주민 대부분이 고령의 노인들밖에 남아있지 않은 이곳에서 빈곤탈출 사업을 어떻게 전개할 것이냐가 가장 어렵고도 민감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마을 오솔길을 조성하고 있는 칭톈촌 마을주민들의 모습 사진/위제

청장년층이 빠져나간 ‘유령도시’
펑두현 북쪽에 위치한 칭톈촌은 도심에서 80km 떨어진 극빈촌이다. 마을의 공산당 지부 서기 류딩푸(劉定甫) 씨는 “이 곳에 호적을 둔 마을인구 1200명 가운데 18세에서 50세 사이 청장년층 상주인구는 200명이 채 못되고, 나머지는 전부 노인층이나 아이들”이라고 소개했다.

새롭게 단장한 마을 어귀에 들어서도 썰렁한 바람만 휘몰아칠 뿐, 도무지 사람의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 마을을 한바퀴 돌아보아도 식사를 준비하거나 아이들을 돌보고 벽돌로 담장을 쌓는 60, 70대 노인들만 가득할 뿐 청장년층은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볼 수 없다.

올해 67세인 샹정메이(向正梅) 씨는 공산당원인 남편 류정궈(劉定國)와 광저우(廣州)에서 일하는 아들 류자성(劉家生) 씨가 있다. 손녀 2명은 결혼해 따로 살고 있다. 샹 씨는 “이 아이들은 내 외손자가 아니라 외증손자다. 아이들 부모는 타지로 일하러 갔고 집에는 나와 남편만 남았다. 평소에는 밥이나 빨래 등을 하면서 지낸다”고 말했다. 현재 샹 씨는 매달 1000위안(약 17만원) 가량의 노인 연금을 받는다. 이 밖에도 자그마한 차밭을 일구고 있고, 마을에서 품삯으로 받는 수입도 있다.

류완춘(劉萬春) 씨는 올해 71세, 부인 위안광메이(袁光美) 씨는 올해 72세이다. 노부부 둘이 서로를 의지하며 지낸다. 원저우(温州)에서 일하는 딸과 사위, 충칭에 있는 외손녀는 1년에 한 번씩 이들을 찾아온다.

마을에서 만난 64세의 장수팡(張淑芳) 씨는 기자들을 집으로 초청했다. 남편 류딩푸 씨는 아내가 허리 디스크가 있어 몸을 쓰는 일을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큰아들은 10여 년 전 아이를 하나 남긴 채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작은 아들은 충칭시에 정착해 1년에 두어 번 고향을 찾는다고 했다. 담담히 얘기하는 류 씨의 눈가가 어느새 붉어지기 시작했다.

이들의 경제적 사정은 크게 어려운 편은 아니다. 매달 110위안의 사회보험과 기초 연금이 나오기 때문에 일상 생활은 그럭저럭 가능한 수준이다. 문제는 아내 장 씨의 디스크다. 치료를 위해 충칭에 있는 큰 병원까지 두 차례 찾아가 봤지만 효과는 신통치 않았다. 이 때문에 집안의 대소사는 모두 장 씨가 도맡아 처리한다. 손자의 생활비를 조금이나마 보태기 위해 가끔씩 차밭에서 잡초 제거 일을 할 때도 있다.

칭톈촌의 마을 공동화 현상은 심각한 수준이다. 중년 여성들은 자신의 건강 문제나 몸이 불편한 노인들을 돌봐야 한다는 이유로 어쩔 수 없이 마을에 남는다. 하지만 이들은 “타지에서 일을 하면 여기에서보다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칭톈촌에서 건강보험 카드를 소지한 빈곤가구는 현재 61가구 248명으로 집계된다. 2014년 이후 대대적으로 전개된 빈곤퇴치 사업의 결과 이 중 56가구 237명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빈곤퇴치 사업은 여전히 타지 취업을 지원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타지에서 일을 하면 경제적 어려움을 겪지 않을 수 있다. 대부분의 주민들에게 가난을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은 타지 취업이다.” 류 씨의 말이다.

중국 농촌에는 조손가정이 매우 흔하다. 중국의 빈곤퇴치 과정에서 타지로 일하러 간 부모 때문에 농촌에 남겨진 아이들은 또하나의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위제

정부와 주민이 함께하는 빈곤퇴치
중국의 도시화가 급속히 전개되며 칭톈촌과 같은 농촌 공동화 현상은 점점 더 보편화되고 있다. 농촌 상주인구와 청장년층 노동력은 줄어드는 반면 빈 집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제 지방 농촌에는 거의 노인이나 몸이 불편한 사람만 남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0년까지 전면적인 빈곤퇴치라는 목표를 앞두고 있는 중국은 지금이 빈곤퇴치 사업에 마지막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동화 현상이 심각한 마을을 대상으로 하는 맞춤형 저소득층 지원 정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충분한 청장년층 노동력이 없는 상태에서는 아무리 빈곤퇴치 사업을 벌여도 이를 실행할 주체가 없다. 이 문제를 고민한 끝에 최근 ‘칭톈촌 모델’이 새로운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첫 번째 모델은 정부가 거주환경 개선을 위한 농촌 기반시설 투자에 나서고 주민들은 노동력을 제공하는 대신 이에 따른 소득을 얻는 형태다. 농촌의 제반 환경이 개선되면 타지에서 일하던 청장년층의 귀농과 창업 의욕을 자극할 수 있고 정부의 투자금이 곧바로 주민들의 수입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마을의 한 간부는 이를 두고 “주민들의 공건(共建), 공치(共治), 공향(共享)를 돕는 묘안”이라고 표현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강습소(講習所)’라 불리는 마을 공공시설이다. 주민 전체의 토의를 거쳐 마을 곳곳에 버려졌던 낡고 더러운 가옥은 회의·여가·문화 생활이 가능한 공간으로 새롭게 탈바꿈했다. 류 씨는 “방치된 집들이 관광 촉진을 위한 홈스테이 시설로 재탄생하기도 했고, 붕괴 위험에 처한 집들은 리모델링이 예정되어 있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마을 길가에서 돌계단을 쌓아 오솔길을 만들고 있는 주민들의 연령대는 모두 60세 이상이었다. 이들은 기자에게 일당 80~90위안을 받는다고 했다. 체력적인 소모가 클 텐데 힘들지 않으시냐고 묻자 “그래도 집에서 노는 것보단 낫다”는 솔직한 대답이 돌아왔다. 

두 번째 모델은 마을 주민들이 자신의 토지를 찻잎 재배 전문 기업에 집단 양도하고 농가당 1무(亩, 666.67m2)당 80위안의 양도비를 받은 뒤, 주민들이 다시 찻잎 회사에 고용되어 땅 고르기나 잡초 제거 등의 일을 통해 하루 60위안 가량의 일당을 받는 형태다.

작년 펑두현 지방정부는 투자자를 모집해 마을 주민들의 토지를 찻잎 회사에 집단 양도하고 ‘3+3+4’ 구조로 수익을 분배하는 빈곤퇴치 사업을 실시했다. 앞으로 3~5년 정도의 운영을 거쳐 수익이 발생하면 마을 집단은 전체 수익의 30%(3분의 1은 빈곤가구 보조금), 마을 주민은 40%, 기업은 나머지 30%의 수익을 받게 된다. 빈곤퇴치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한 마을 간부는 “이런 모델은 기업이 손해를 보지 않으면서도 주민들의 빈곤해소에 도움을 주고 산업적인 측면에서 규모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차밭에 잡초 제거를 하러 가는 노인들이 받는 하루 60위안의 일당은 이들의 중요한 수입원이었다. 이들 중 최고령자는 75세, 가장 ‘젊은’ 노동자의 나이는 54세였다. 모두들 아들과 딸, 손자 손녀가 있지만 타지로 일을 하러 떠나고 1년에 한 차례 꼴로 고향을 찾아온다. “거의 대부분이 예외 없이 비슷한 처지”라고 누군가가 말했다.

차밭에는 작년에 벼와 옥수수를 심었고 올해는 차나무 개량종을 심을 예정이다. 토지는 다른 사람의 손에 양도되었지만 노인들은 여전히 정성 들여 밭을 가꾼다. 특히 잡초를 제거하는 일은 체력적으로 큰 힘이 들지 않는다. 차밭에서 일을 하던 한 할머니가 “이런 일은 우리처럼 나이를 먹은 사람들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하자 함께 있던 다른 사람들이 잇따라 맞장구를 쳤다.

세 번째 모델은 농민들이 스스로 행동하도록 의욕을 불어넣고 마을 주민들의 농촌 창업을 장려하는 지원 정책이다. 펑두현 상무위원 리우저우(李五洲) 씨는 “빈곤퇴치의 핵심은 일반 주민들이 마을을 위해 일하면서 스스로 보람을 느끼고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내재적인 동력을 자극하는 일”이라며 “자신의 실제 삶에 변화가 일어나면 정부의 빈곤퇴치 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주민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향 공산당위원회 부서기인 천웨샹(陳越祥) 씨는 “더 나은 삶을 꿈꾸면서도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류딩푸 씨도 “아무것도 안 하고 정부의 지원만 바라고 있다면 게으름뱅이와 다를 바가 없다. 가난에서 벗어나려면 우선 농민들이 가난을 탈피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다양하고 좋은 아이디어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쉬화진(許華金)·펑구이잉(彭桂英) 부부는 줄곧 타지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2012년 고향으로 돌아와 창업을 했다. 이들은 마을의 황무지에 소를 기르는 양우장 사업을 하고 있다. 작년 이 작은 양우장의 매출액은 30만 위안을 넘어섰다. 부부는 사업체를 꾸리면서 개인 사업자들에게 양우장 운영 노하우를 전수하고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일도 병행하고 있다.

쉬 씨는 이것이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평소에는 부부 둘이서 양우장을 경영하지만, 일이 바쁠 때는 하루 100위안의 일당을 주고 마을 빈곤가구의 주민을 고용하기 때문이다.

류자충(劉家忠) 씨는 마을 거주환경 개선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한때 타지에서 목재가공 일을 하며 높은 수입을 올리던 그는 올해 고향으로 돌아와 자신의 돈 16만 위안에 대출 6만 위안 가량을 더해 2층집을 지었다. 기본적인 의식주는 물론 각종 의료보험과 교육 혜택 등 중국 정부에서 대대적으로 추진하는 ‘두 가지 문제 해결과 세 가지 사항 보장(兩不愁三保障, 먹고 입는 걱정이 없고 교육·의료·주택 보장)’ 문제가 해결되어 마을에서는 그나마 형편이 괜찮은 편이다.

한편, 농촌 거주환경이 개선되고 생활 질서가 확립되면서 시골이라면 으레 한 마리씩 있을 법한 개를 바라보는 시선도 이전과 달라졌다. 시골 개가 행인을 무는 사고를 막기 위해 마을 주민들의 애견 교육과 함께 개 입마개 착용 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이처럼 마을은 외양뿐 아니라 문화적인 면에서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중국의 농촌 빈곤퇴치를 위한 모든 노력의 흔적은 칭톈촌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그 안에는 점점 가난의 늪에서 벗어나 새로운 활력과 희망을 더하는 중국의 새로운 모습이 자리하고 있었다.
 
 

글|리강(李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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