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11 글|왕저(王哲)
젖소 외양간에서 사료를 살펴보는 리하이칭(왼쪽)과 해외 전문가들의 모습 사진/본인제공
2022년 1월 15일, 살을 에는 듯한 삭풍이 부는 우란부허(烏蘭布和) 사막의 날씨는 구름 한 점 없이 쾌청했다. 우란부허는 몽골어로 ‘붉은 수소’를 뜻한다. 그 자체로 포악하고 기운이 넘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러한 이름으로 불리는 우란부허 사막은 중국의 8대 사막 중 하나로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서부 바옌나오얼(巴彥淖爾)시와 아라산멍(阿拉善盟) 지역 약 1만m2 넓이에 펼쳐져 있다. 젖소의 사료를 담당하는 영양사인 리하이칭(李海慶)에게는 ‘젖소 박사’라는 별명이 있다. 그는 최근 대부분의 일상과 업무 시간을 이 사막에서 보낸다.
사막의 젖소 목장
어슴푸레 여명이 밝아오는 새벽 무렵, 리하이칭은 우란부허 사막 내의 한 목장을 찾았다. 그의 하루 일과는 젖소들의 먹이 섭취 상태를 살펴보는 것에서 시작된다. “935호는 최근 섭취량이 크게 늘었는데 구체적인 원인을 알아봐야겠군….” “1118호는 요새 여물도 많이 남기고 입맛이 없어 보이는데 원인을 찾아봐야겠다.” 목장의 상황을 살펴본 그는 또 다른 목장으로 부리나케 달려갔다.
유기농 유제품기업 영양센터의 총괄책임자인 리하이칭의 일상 업무는 여러 목장에 있는 젖소 수십만 마리의 세 끼 식사를 관리하는 일이다. 그는 스스로를 유치원 원장에 비유한다. 젖소들은 그의 손길이 필요한 어린아이들이다. 젖소들의 먹이 섭취 현황을 모니터링하며 과학적이고 균형적인 사료 설계를 통해 모든 젖소들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 그가 하는 업무의 주요 목표이다.
“우리는 목장 34곳, 사료시설 4곳, 식품공장 1곳이 있어요. 그 가운데 바옌나오얼시 덩커우(磴口)현과 주변 지역에만 22곳이 있고 그 중 11곳은 유기농 목장이고 11곳은 일반 목장입니다. 여기에 우량 품종 홀스타인 젖소 약 11만 마리가 있죠.” 그는 자신이 관리하는 목장을 손금 보듯 훤히 꿰고 있었다.
젖소를 키우는 목장이 도시에서 동떨어지고 자연 환경도 열악한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북위 40도에서 47도가 세계적으로 인정하는 우수한 ‘원유 벨트’라고 설명했다. 특히 우란부허 사막은 해당 위도 구간에 위치하고 동쪽의 풍부한 수자원을 끌어다 점적관수(點滴灌水) 기술로 목초도 재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사막 가운데 목장을 지으면 사방 수백 킬로미터 안에 산업단지나 공해로 인한 영향이 없고 수십 킬로미터에 이르는 사구(沙丘)가 ‘천연 펜스’의 역할을 해 건조한 기후와 깨끗한 공기를 조성하여 전염병 병원균의 위협도 줄일 수 있다. 젖소를 위한 쾌적하고 병에 잘 걸리지 않는 환경이 저절로 마련되니 드넓은 사막이야말로 최고의 ‘유기농 목장’실험실인 셈이다.
“공간적 측면에서 봤을 때 우수한 목장의 첫 번째 조건은 환경이 우수한 곳에 지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선천적으로 양질의 원유를 생산하는 것이죠.”
빅데이터를 활용한 낙농
“저의 석·박사 연구 주제는 모두 젖소의 영양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저는 제가 배운 것을 실무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네이멍구가 고향인 그는 네이멍구에서 학부를 졸업하고 항저우(杭州)의 저장(浙江)대학교 대학원에 들어가 석사 과정을 마쳤다. 이후 베이징(北京)의 다베이눙(大北農)그룹에서 11년을 일한 뒤 다시 닝샤(寧夏)대학교에서 박사 과정을 밟았다. 그의 박사 연구 주제는 ‘반추 동물의 영양과 사료 과학’이다. 그가 오늘날 ‘젖소 박사’라는 별칭으로 불리게 된 이유다.
그는 직장 생활을 시작한 뒤로 두 건의 지방정부 표준 제정에도 참여했다. 주요 중문 학술지에 논문 10편, SCI에 논문 2편을 발표하고 국가발명특허 8건을 취득했다.
“젖소는 생장 단계에 따라 사료와 영향 배합을 다르게 해야 합니다. 기준에서 조금만 차이가 나도 안 돼요. 현대화된 목장에서는 젖소 영양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고 전문성도 무척 강합니다. 새벽 6시부터 밤 10시까지 제가 하는 주요 업무는 젖소의 사료를 잘 배합하고 젖소들의 위장 건강을 챙기는 일입니다.” 그는 한참 동안 몇 개의 목장을 돌고 사무실로 돌아와 기자에게 설명했다. “예전에는 오로지 경험에 의존해 현장 상황을 보고 업무 방향을 가늠했지만, 인터넷 덕분에 지금은 모든 것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각지에서 수집한 빅데이터를 갖고 엄격한 계산을 통해 과학적인 방법으로 젖소의 사료를 배합하죠. 젖소를 위한 사료 리스트를 만들어 매일 사료를 만드는 각 목장의 사료팀에 전달합니다.”
그는 사료 배합에 대해 한층 깊이 분석했다. “젖소는 하루에 아침, 점심, 저녁 세 끼를 먹습니다. 상황에 따라 야식 한 끼를 추가할 때도 있고요. 검증된 빅데이터 처리 프로그램을 이용해 과학적으로 여물을 배합합니다. 젖소의 연령이나 계절별 시기, 건강 상태, 영양 농도, 필요 단백질 양에 따라 배합량이 달라집니다.”
현재 젖소의 주식은 충분한 수분과 당분이 함유된 온전한 낱알 옥수수를 잘게 다져 발효시킨 사일리지(silage·진공 저장 후 젖산 발효시킨 사료) 형태로 되어 있다. 발효 과정을 거친 사료는 젖소의 소화를 돕고 보존이 용이한 데다 겨울철에도 신선한 식감을 유지할 수 있다. 사료에 쓰이는 여타 먹이풀의 종류도 수십 종에 달한다. 미국 원산지의 알팔파(alfalfa)를 비롯해 호주 원산지의 무늬염주그라스(Arrhenatherum elatius), 중국 각지에서 나는 콩깻묵, 목화씨, 옥수수 조각과 같은 우수 사료까지 다양하다. 현지에서는 수수단 교잡종(Sorghum hybrid sudangrass), 수수, 뽕뿌리풀과 젖소의 ‘간식’으로 쓰일 몇 가지 과채도 시범 재배 중이다.
그는 오랫동안 젖소를 관찰한 결과 젖소들의 입맛이 몹시 ‘까다롭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때문에 평소 사료를 가공할 때 길이와 두께를 더욱 엄격히 신경쓴다. “젖소는 위가 4개입니다. 사료를 배합할 때는 각각의 위가 가진 기능도 고려해야 하죠.”
중국 유제품 산업의 변화
“좋은 우유를 만들기 위해 처음부터 유제품 원료의 품질을 잘 관리해야 한다는 사실은 이미 업계에서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사료풀을 심고 젖소를 기르며 생산 가공까지 직접하는 것이죠.” 그는 최근 중국 유제품 업계의 패러다임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자신도 시대에 뒤처지지 않도록 매일 국내외 최신 이론을 열심히 습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밤이 찾아오고 우란부허 사막에 적막이 드리웠다. 리하이칭은 여전히 사무실에서 다음날 방문할 목장에 대한 조사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왜 대도시를 벗어나 사막에서 일을 하냐고 묻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저희 팀은 수십년에 걸쳐 200km2가 넘는 사막을 오아시스로 바꾸고 9700만 그루의 사생(沙生) 나무를 심었어요. 150km2에 달하는 유기농 목초지를 조성하고 유럽연합(EU) 최고 기준에 부합하는 유기농 원유 생산에도 성공했죠. ‘목초 재배, 젖소 사육, 가공 생산’이 통합된 유기농 순환 가치사슬을 만들면서 얻는 보람은 그 어떤 것에도 비할 수 없습니다. 하물며 대도시에서는 더욱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죠.”
글|왕저(王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