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11 글|장리쥐안(張利娟)
팡즈보가 하드웨어를 테스트하고 있다.사진|장리쥐안(張利娟)
“지금 사무실입니다. 정문 앞에서 기다리시면 바로 내려가겠습니다.” 2022년 1월 14일 오전 7시 32분, 기자가 약속 시간보다 1시간 정도 일찍 중국과학원(中國科學院) 공천정보혁신연구원(空天信息創新研究院)을 찾았을 때 ‘95허우(後, 95년 이후 출생자)’ 과학기술연구자 팡즈보(房志博)는 이미 자리에 도착해 있었다.
“매일 이렇게 일찍 출근하나요?”라고 물었다. 팡즈보는 “요즘은 거의 그래요. 지금 중대 프로젝트 하나가 중요한 단계에 이르러 시간이 긴박하고, 임무도 무겁고, 요구가 높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새벽녘, 하늘의 구름이 아침 햇살로 붉게 물들고 세상은 아직 평온에 젖어있지만, 과학 연구원들은 이미 작업 일과를 시작했다.
“난관을 넘어 답을 찾다”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마친 팡즈보가 사무실로 돌아왔다. 그때가 딱 8시 정각이었다.
“사무실에는 모두 6명이 있는데, 저는 작년에 졸업한 후 왔고, 나머지 5명은 제 선배들”이라고 사무실 상황을 간단히 소개한 팡즈보는 컴퓨터 앞으로 돌아가 오전 작업인 소프트웨어 코드 수정을 이어갔다. 이는 팡즈보가 졸업 후 처음 맡은 중대 프로젝트로 어떤 운반체에 베이더우 위성항법 수신기를 만드는 일이다.
세계 4대 위성항법시스템 중 하나인 중국의 ‘베이더우’는 다른 시스템이 단일 궤도 위성으로 구성된 것과 달리 중궤도 위성 MEO 외에도, 정지궤도 위성 GEO와 경사지구동기궤도 위성 IGSO 등을 갖추고 있다. 세 가지 궤도로 구성된 ‘혼합형 별자리 구조’는 중국의 위성항법 서비스 범위를 전세계로 넓히게 했다. 아울러 GEO와 IGSO를 통해 중국 및 주변 지역에서 더 뛰어나고 질 높은 항법위치확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여러 가지 다양한 특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베이더우 위성항법 수신기는 베이더우 위성항법시스템 사용자의 핵심 설비다. 베이더우 위성 신호를 수신, 추적, 변화, 측정하고 위성전문 분석 및 관련 데이터 처리를 통해 위치계산을 할 수 있다. 그에 더해 응용 시스템에서 요구하는 다른 기능의 무선 수신 장치를 완성한다.
팡즈보는 “베이더우 위성항법 수신기는 크게 항법형 수신기, 측지형 수신기, 수시(授時)형 수신기, 단보문형(短報文型) 수신기 4종으로 나뉘는데, 우리가 현재 만들고 있는 것은 첫번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항법형 수신기는 주로 운동 운반체에 쓰이는 항법인데, 운반체의 위치와 속도를 실시간으로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원거리, 고(高)운동 속도에서는 운동 운반체에 수신되는 무선 신호의 품질이 더 나빠지기 때문에 위치 확인이 더욱 어려워진다. 따라서 지상의 안정된 위치에서 동작하는 수신기보다 기술적 요구가 높다.
프로젝트의 기본적인 상황을 소개한 뒤 팡즈보는 ‘코드 수정’을 시작했다. 먼저 설계 문서를 작성하고, 며칠 뒤에 다시 문서를 검토한 후 수정한다. 외부인이 보기에는 매우 지루해 보인다. 팡즈보는 “우리가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전례없는 것이어서 참고할만한 사례가 없다”며 “아마도 과학연구는 다 비슷할텐데, 난관을 하나하나 넘어 최종적으로 답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전 10시, 팡즈보는 기자를 실험실로 안내해 하드웨어를 테스트 작업에 들어갔다. 특수하고 까다로운 환경에서 조건에 맞는 재료를 고르고, 매 전자 부품마다 어떤 모델을 쓰며, 어떤 구조를 채택할 것인지 등 각각의 세부 사항에는 엄격한 기준이 있다. 만에 하나라도 회로기판 배치에 문제가 생기면 수신기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팡즈보는 한동안 컴퓨터를 보다가 나사와 칩, 회로기판 등을 ‘만지작’ 거렸다. 어느덧 그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점심 12시 20분이었다.
해결방안 들고 회의실로 향하다
식당으로 식사하러 가는 길에서 팡즈보는 점심 식사할 시간이 30분 정도 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후에 부처에서 매주마다 열리는 정례 프로젝트 진도점검회의가 있어, 점심식사 후에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후 2시, 회의는 정시에 시작했다. 회의 시작은 평소와 같았고, 분위기도 화기애애했다. 하지만 방안을 검토하는 단계에 이르자 분위기가 갑자기 뜨거워지고 긴장이 흘렀다. 팡즈보가 발언할 때가 되자 그는 자신이 맞닥뜨린 난제에 대해 설명한 뒤 자신이 생각한 세 가지 해결방안을 함께 제시했다. 토론 끝에 그가 내놓은 두 번째 방안 및 방안방법은 상사들과 동료들에게 인정을 받았다.
회의는 두 시간 넘게 이어졌는데, 그들에게는 일상적인 일이었다.
“이 팀에 들어올 수 있었던 건 제게는 행운이었어요. 이 팀은 중대 프로젝트를 많이 해왔고, 업계를 선도하는 전문적인 경험이 풍부합니다. 그 때문에 우리가 맡은 프로젝트가 갈수록 늘고 프로젝트의 중요도 역시 갈수록 커져, 모두들 바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습니다. 그래서 어떤 난제에 부딪치더라도 가능한 스스로 먼저 해결방안을 생각하고, 해결방안을 가지고 회의에 참석합니다.” 자신의 연구 방식에 대해 언급하면서 팡즈보는 이처럼 말했다.
“베이더우는 제 삶의 이상과 하나가 되었어요”
베이징이공(北京理工)대학교 전자정보공학과를 전공한 팡즈보는 성적이 우수해 4학년 때부터 실험실에서 선배들과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팡즈보는 “처음 베이더우를 접했을 때는 ‘애송이’였다”면서 “선배들은 매번 나에게 어려운 문제를 설명해줬을 때, 나는 그걸 전부 기록했다”고 말했다. 베이더우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했고, 스스로의 지식이 부족하다고 느낀 그는 과감하게 대학원 진학을 선택했다. 팡즈보는 전자과학 및 기술 학과를 선택했다. 그가 속한 실험실은 우주 통신 분야에서 중국에서 손꼽히는 실험실로, 그는 석사과정 때부터 베이더우 시스템 구축에 참여한 바가 있다.
오후 5시가 퇴근시간이지만, 팡즈보는 6시 15분이 되어서야 일을 마쳤다. 하지만 집으로 가지 않고 식당에서 저녁을 먹은 뒤 다시 돌아와 야근을 했다. 팡즈보는 기자에게 현재 연구 중인 프로젝트를 상부에서 동시에 두 부서에 맡겼다고 말했다. 간단히 말해 ‘누가 더 잘 했는지 보겠다’는 것이다.
팡즈보는 “내 마음속에 베이더우와 견줄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면서 “자신이 관심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인생에 큰 행운”이라고 말했다. “베이더우는 이미 제 삶의 이상(理想)이 되었습니다. 과학 연구는 결승선이 없는 마라톤과 같은데, 베이더우에 아직도 남아있는 커다란 미지의 영역은 저를 매료시켰고 탐구하도록 만듭니다.” 팡즈보의 말이다.
30년에 걸쳐 위성들을 배치한 끝에 베이더우 팀은 무에서 유를 창조해 전면적이고 자체적으로 제어가 가능하며, 최고의 기술로 전세계에 서비스하는 위성항법시스템을 구축했다. 베이더우 1호부터 베이더우 3호까지 핵심 부품의 국산화 100%를 실현했다. 팡즈보는 선배들이 수많은 우여곡절과 절체절명의 위기를 겪으며, 자신들의 지혜로 베이더우 위성항법시스템을 완성시킨 것이라 생각한다. 이 모두가 젊은 과학 연구자들이 배워야 하는 것이다.
글|장리쥐안(張利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