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11 글|자오샹후이(趙向輝)
내 여자친구는 나와 수백 km 떨어진 도시에 있는 대학에 다녔다. 그래서 매월 마지막주 주말이면 나는 기차를 타고 여자친구를 만나러 갔다. 조금 더 함께 있고 싶은 마음에 밤에 타서 새벽에 도착하는 열차를 애용했고 일반석 열차 가격도 가난한 나에게 적합했다.
그날은, 승차권을 보니 경험상 분명 창가 좌석이었다. 밤새 가야하는 나에게 좋은 자리가 분명했다.
밤 11시, 기차는 정시에 기차역에 도착했다. 기차 안으로 들어가자 승객 대부분이 잠들어 있었다. 내 좌석에는 한창 숙면 중인 중년 남성이 앉아 있었고, 중간에는 두세 살가량의 꼬마가 제일 끝자리에 있는 중년 여성의 품에 머리를 기대고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
“저기, 여기 제 자리인데요.” 나는 남성을 가볍게 치며 말했다.
남자는 두 눈을 게슴츠레 뜨고 잠시 멍하다가 “아” 하더니 몸을 일으켰다.
여자의 눈빛이 남자를 따라 움직이며 말했다. “아이를 안고 있을테니 앉으세요.”
“그냥 자게 놔둬요. 조금 참죠.” 남자는 좌석 밑에서 빵빵한 부직포 비닐가방을 꺼내 복도에 깔고 앉아 등과 머리를 좌석 옆에 기댔다.
나는 내 자리에 앉아서 머리를 창에 기대고 이어폰을 꽂은 채 노래를 부르며 잠잘 준비를 했다.
30분 정도 뒤 아기가 깨자 아이 엄마가 “쉬할래?” 하고 물었다. 아이가 “응” 하고 대답하니 아이 엄마는 아이를 데리고 화장실로 갔다.
남자도 깨서 물병을 꺼내 물을 마신 다음 계속 잤다.
화장실에서 돌아온 아이는 엄마 품에서 계속 잤다. 그러나 남자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나는 속으로 ‘아빠가 정말 무심하네. 애 엄마한테 피곤하냐, 바꿔서 안을까, 아이 물 안 먹이냐고 묻지도 않네’ 하고 생각했다.
잠결에 누군가 내 다리를 툭툭 치는 게 느껴져 눈을 뜨니 아이가 박자에 맞춰 다리를 까딱거리고 있었다.
아이 엄마를 보니 깊이 잠들어 있었다. 그때 그 남자가 마침 복도에서 일어섰다. 나는 그를 보았고 그도 나를 보았다.
나는 그 남자가 아이의 다리를 놓아 줄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기다려도 남자는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아 나는 아이의 다리를 가리키며 눈짓했다. 남자는 아이의 다리를 잘 놓아주고 다시 비닐가방 위에 앉았다.
새벽 5시, 기차가 내 목적지 전 정거장인 쯔궁(自貢)시에 도착한다는 알림이 나왔다. 남자는 짐을 챙기며 내릴 준비를 했다. 여자와 아이는 여전히 꿈나라에 있어 내릴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이 남자가 가정적이라 부인과 아이를 몇 분이라도 더 재우고 도착한 다음 깨우려는 줄 알았다.
역에 도착하자 남자는 짐을 들고 밖으로 나섰다. 그런데 여자와 아이를 깨울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나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일부러 부인과 아이를 두고 내리려는 거 아니야? 아님 정말 잊었나? 어찌 됐든 시간을 지체해선 안 되잖아. 일단 아이 엄마를 깨운 다음에 말하자’고 생각했다.
내가 아이 엄마의 팔을 흔들자 아이 엄마가 눈을 떴다. “내리셔야죠.” 내 말에 여성이 “아직 안 도착했어요”라고 대답했다. “저 남자분과 가족 아니세요?” 내 물음에 아이 엄마는 대답했다. “모르는 사람인데요”라고.
글|자오샹후이(趙向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