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  >> 칼럼 >> 본문

이백(李白) 행로난(行路難) 3수 중 제1수


2021-01-14      글ㅣ임명신(한국)

金樽清酒斗十千, 玉盤珍羞直萬錢。
停杯投箸不能食, 拔劍四顧心茫然。
jīnzūnqīngjiǔ dǒushíqiān, yùpánzhēnxiū zhíwànqián. 
tíngbēi tóuzhù bùnéngshí, bájiànsìgù xīnmángrán. 
금준청주두십천, 옥반진수직만전. 
정배투저불능식, 발검사고심망연.
欲渡黃河冰塞川, 將登太行雪滿山。
閒來垂釣碧溪上, 忽復乘舟夢日邊。
yùdùHuánghé bīngsèchuān, jiāngdēngTàiháng xuěmǎnshān. 
xiánláichuídiào bìxīshàng, hūfùchéngzhōu mèngrìbiān. 
욕도황하빙색천, 장등태행설만산. 
한래수조벽계상, 홀복승주몽일변.
行路難,行路難, 多歧路,今安在? 
長風破浪會有時, 直掛雲帆濟滄海。
xínglùnán, xínglùnán, duōqílù, jīn’ānzài? 
chángfēngpòlàng huìyǒushí, zhíguàyúnfān jìcānghǎi.
행로난, 행로난, 다기로, 금안재? 
장풍파랑회유시, 직괘운범제창해.
 
술잔 청주는 한 말(斗) 1만냥짜리, 옥쟁반 진수성찬은 1만냥어치. 
술잔 젓가락 내려놓은 채 먹질 못하고, 긴 칼 뽑아들고 사방을 바라보는 막막한 마음. 
황하를 건너고프나 얼음이 가로막고, 태행산을 오르려니 온산이 백설일세. 
한가이 낚시하던 그 분, 배 타고 태양을 향하던 꿈의 주인공. 
인생길 어려워라, 인생길 어려워라, 숱한 갈림길, 지금 나는 어디인가? 
장풍파랑 ‘그때’가 오리니, 구름 닿을 돛 올리고 푸른 바다를 건너리라.
 
 
‘자유-분방의 아이콘’ 이백(701-762)이지만, 실은 그 역시 관직을 갈망했다. 무공을 세워 출세할 기회는 줄고 문관이 중시되는, ‘시(詩)’가 곧 인격이자 능력인 시대였으니까. 그러나 이백은 현종과 양귀비 곁에서 몇 개월 궁정시인 노릇 한 게 벼슬살이의 전부. 거침없는 태도가 출세길에 걸림돌이 되었다. 공적인 삶에의 열망이 강한 반면, 그에 걸맞는 품성의 소유자는 아니었다. 이백 시 세계 전반에 흐르는 호방-달관의 낭만성은 안 풀리는 인생사에 대한 복합심리의 역설일 수 있다. 천부적 재능-기질과 후천적 좌절의 절묘한 화학반응, 희망-체념의 이중변주가 ‘시인 이백’이다. 뜻대로 승승장구했다면, 인류는 영영 ‘시선(詩仙)’을 만나지 못했을 지 모른다.
 
궁정을 나와 아예 장안을 떠난 후 울적한 나날을 보내던 744년 어느 날, 그를 위해 한 친구가 고급 술과 안주로 잔치를 열어주었다. 값진 준마든 가죽옷이든 술값 삼아 흠뻑 취해 세상근심을 잊는다던 이백이지만 이 날은 달랐다. 결국 장검을 뽑아드는 퍼포먼스가 연출된다. 시인의 웬 칼부림? 현대인의 통념으론 좀 황당한 장면이지만, 문・무인이 확연히 분리되기 이전, 사대부(문인 학자형 관료 및 그 후보군)의 정체성이 확립되기 몇 백년 전이었음을 감안하자. 단, 누구나 흔히 하는 행동은 아닐 터라 이백의 개성이 상상되는 대목이긴 하다.
 
제5-6구에서 황하와 태행산을 끌어와 자신의 불우한 처지를 비유했다면, 그 다음 구절의 고사인용은 속내의 토로나 다름없다. 팔순에 훗날의 주 문왕을 만나 거물 개국공신이 된 강상(姜尙), 그 몇 백년 전엔 훗날 은 탕왕에게 발탁돼 걸출한 재상이 된 하층민 출신 이윤(伊尹)이 있었다! 마흔 초반의 백수 이백에게 희망과 위안을 주는 사례들이 아닐 수 없다. 동시에 엄습하는 조바심… ‘행로난’은 그 순간 토해지는 탄식이다. 산다는 게 만만찮구나! 무수한 인생의 갈림길, 어디로 가야 하나!
 
좌절감의 격정 토로, 방황이 있을지언정 자포자기형 절망은 없다. 멀리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과 파도, ‘장풍파랑’은 오늘날 힘찬 출발을 상징하는 성어가 되었다. ‘그때’는 이백 살아생전 오지 않았다. 대신, 사후 중국문학사 최고 스타가 되는 과정이야 말로 ‘장풍파랑의 그때’가 아닐까?  
 
 

글ㅣ임명신(한국)

240

< >
小 横图.jpg

‘신한류(新漢流)’와 중한 청년들의 새로운 사명

1990년대 중국에 한류(韓流)가 들어오면서 ‘가을동화’,‘대장금’ 등 콘텐츠가 한국드라마 붐을 일으켰다.

읽기 원문>>

영상으로 나누는 우리들의 이야기

9월 10일 오후, 중한 양국의 여러 기관 대표들이 중국외문국에서 열린 개막 행사에서 ‘제1회 나와 중국(한국)의 이야기’ 한중 청년 영상대회의 개막을 선언했다.

읽기 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