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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내음 풍기는 월동 배추와 김장


2021-01-14      글| 쑹샤오첸(宋筱茜)

겨울하면 어떤 냄새가 가장 먼저 생각나는가? 눈밭, 북풍, 연탄연기, 그리고 배추. 이는 필자의 어린 시절 기억에 각인된 겨울 추억이다. 그때만해도 중국 북쪽지역에서는 겨울철에 충분한 채소를 구할 수 없어 월동 배추 준비가 각 가정의 가장 큰 겨울맞이 행사였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거리에 임시장터가 세워지고 트럭이 줄지어 배추를 싣고 오면 사람들이 다시 차로 한가득 배추를 사가던 풍경이 아직도 눈 앞에 선하다. 가정마다 아무리 적어도 50kg씩 사재기했다. 그래서 필자 고향에서는 “사위를 얻으려면 가뿐히 배추를 옮길 수 있는 힘 센 남자가 제격”이라는 농담까지 있었다.

단지 앞, 복도 등등 모든 실외 공간은 배추로 가득 채워졌다. 마당이 있는 집은 배추 전용 구덩이를 파기도 했다. 배추는 낮은 기온에서도 비교적 오랫동안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어 기나긴 겨울을 나야 하는 북쪽 사람들에게는 단조롭지만 안정적으로 비타민과 섬유질을 섭취할 수 있는 식량이다. 배추볶음, 배추찜, 배추전골 등등 북쪽사람들은 다양한 배추요리를 개발하여 식생활에 변화를 주었다. 지금은 겨울에도 얼마든지 각종 채소를 구입할 수 있음에도 아직까지 많은 가정에서 월동 배추를 사재기한다. 아마도 겨울만의 특별한 ‘의식’처럼 생활에 깊이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중국 북쪽지방 사람들이 월동 배추를 사재기하는 것처럼, 김장은 한국인들이 겨울을 맞이하는 전통이자 ‘의식’이다. 김장문화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매년 11월 초,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는 성대한 김장문화제가 열린다. 수천명이 모여 김치를 담그고 함께 맛보는 행사이다. 겨울 김장은 주로 배추김치다. 김장문화제가 열리는 3일간 100톤이 넘는 배추김치를 만들어낸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로 인해 수천명이 함께 김장하는 장관을 볼 수 없었지만, 많은 한국 가정에서는 여전히 전통에 따라 집에서 김장을 한다. 가족들이 분업하여 배추를 씻고 자르고 양념하고 용기에 담는다. 김치를 담그는 방법은 가족마다 비법이 달라 김치맛이 곧 가정을 상징하는 맛이 된다. 김장 날에는 반드시 먹는 음식이 있는데 바로 수육이다. 어째서 수육이 김장 필수 메뉴가 되었는지 여러 한국 친구에게 물어보았지만, 그 ‘전통’에 대해서 누구도 알지 못하고 단지 “수육이 김치랑 가장 잘 어울리니까”라고만 답할 뿐이었다. 빨간 양념이 잘 버무려진 배춧잎에 잘 삶아낸 수육을 얹어 한 입 가득 밀어 넣으면 행복감이 밀려온다. 수육 김치쌈 한 입에 마치 인생의 모든 진리가 담겨있는 듯한 느낌이다. 소박함, 선명함, 단합, 조화로움, 협력, 기다림, 수확과 나눔까지 풍성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손쉽게 기성품을 구할 수 있는 오늘날, 직접 담근 김치는 단순한 반찬을 넘어서 겨울만의, 가족만의, 그리고 전통이 주는 따스함이 있다.
 
여러분의 겨울 내음은 무엇인가? 신선한 배추의 흙내음? 고춧가루의 풋풋한 매콤함? 한 친구는 자신에게 겨울은 찐빵, 군고구마, 붕어빵의 달큼한 향이라고 했다. 또 다른 친구는 빙글빙글 돌아가는 편의점 온장고 속 따스한 빛 아래 있는 모든 것이라고 했다. 사람마다 기억과 느낌은 다 다르겠지만 따뜻함에 대한 갈망, 겨울이 지난 후 봄이 온다는 기대감은 모두 같을 것이다. 어김없이 한파가 몰아치는 이 추운 겨울날, 당신의 기억 속에도 따뜻하고 맛있는 내음이 가득하길 바란다.  
 
 

글| 쑹샤오첸(宋筱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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