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02 인민화보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룩한 중국은 최근 글로벌 거버넌스에 ‘중국의 지혜(中國智慧)’와 ‘중국 솔루션(中國方案)’을 제시해 또다시 세계를 놀라게 만들고 있다. 동시에 이는 수많은 중국 학자들의 새로운 사고를 자극하기도 한다.
얼마 전 한칭샹(韓慶祥) 중앙당교(中央黨校) 교무위원회 위원이자 부교육장(副教育長) 겸 과학연구부 주임이 책임편집을 맡아 출판된 <‘중국의 길’이 세계에 기여하는 법(中國道路能為世界貢獻什麽?)>에는 중국의 지혜와 중국식 처방이 세계에 기여할 수 있다는 학자들의 생각이 담겨 있다.
‘중국의 마지막 대(大)유학가’로 불리는 량수밍(梁漱溟) 선생은 “서양문화가 세계의 문화가 되어버린 현실에서 점점 밀려나는 중국문화를 어떻게 하면 대대적으로 탈바꿈시킬 것인가”라는 유명한 물음을 남긴 바 있다. 중국이 세계에 기여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사실상 세계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위상’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를 문화적 각도에서 바라본 문제이기도 하다.
1915년 중국이 신문화 운동을 일으키고 난 이후 중국인들의 정신세계는 ‘파괴(破)’와 ‘건설(立)’이 교차하며 격동을 거듭했다. 이 과정에서 ‘량수밍의 질문’에 대한 중국 학자들의 답안도 계속해서 변화해 왔다. 처음에는 ‘말을 할 자격조차 없었던’ 상황이었다. 그 뒤 중화인민공화국(신중국)이 건국되고 나서도 대개는 ‘혼잣말’에 가까웠다. 개혁개방 초기에는 ‘실어증(失語症)으로 말할 수 없는 상태’였다가, 21세기 들어 학자들 사이에서 중국의 발언권에 대한 자각의식은 생겨났지만, 여전히 ‘말하기는 곤란한’ 상태에 놓여 있었다.
이 책은 ‘량수밍의 물음’에 학자들이 다시 한번 내놓은 답안지다. 한 위원은 중국의 길이 세계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에는 ‘생존적 기여’, ‘발전적 기여’, ‘문화적 기여’ 세 가지가 있다고 말한다. 쉽게 말해, 생존적 기여와 발전적 기여는 중국이 경제사회 발전으로 이룩한 성과를 통해 세계적 빈곤을 해결하고 성장을 촉진한다는 얘기다.
그리고 문화적 기여란 중국 공산당의 치국(治國)이념이 전세계 거버넌스에 참고할 만한 사례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가치관 등 소프트파워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문화적 기여에 대한 관심은 생존적 기여와 발전적 기여에 비해 훨씬 높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소련 등 사회주의 국가를 제외한 개발도상국들의 현대화 과정은 대개 서양모델을 바탕으로 진행됐다. 서양이 제시한 현대화의 길은 1920~1930년대에 형성됐고, ‘시장화·자유화·사유화’를 주창하는 ‘신 자유주의’를 이론적 기반으로 삼고 있었다. 비록 이에 따라 일본이 전후 경제도약을 달성했고 ‘아시아의 네 마리 용’도 탄생했지만 신 자유주의는 결코 만능이 아니었다. 1990년대 이후 남아메리카에서 발생한 경제적 혼란과 사회적 위기에 더해, 구 소련 붕괴 이후 급격한 민영화라는 ‘충격요법’을 썼던 동구권이 순식간에 경기침체로 빠져들면서 사람들은 점차 서양의 이런 ‘만능주의식’ 발전 이론에 대해서 의구심을 품기 시작했다.
이 책은 중국의 길이 할 수 있는 문화적 기여를 서술하며 “중국의 길은 마르크스주의의 기본 원리와 중국의 실정이 결합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고 규정한다. 여기에는 중국 전통문화의 귀화상중(貴和尚中·화합과 중용을 중시함), 화이부동(和而不同·서로 조화를 이루나 같아지는 않음), 천인합일(天人合一)의 ‘인의(仁義)’와 ‘화합(和合)’의 이념이 포함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사회주의 생산력의 해방과 발전이 우리의 최대 과제’, ‘사회주의 시장경제 건설’ 등의 명제나 ‘조화로운 세계’, ‘운명공동체’ 등의 이념이 들어있다.
이 책은 “중국의 길은 서양의 성장모델을 비판한다거나 대체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대신 이 세상에 발전의 길은 매우 다양하고, 각 나라의 발전은 모두 개개의 특수성을 지닌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기술했다.
한칭샹 위원은 ‘중국의 길’의 중요한 공헌 중 하나로 ‘단일한 세계발전의 길’이라는 미신을 깨뜨림으로써 개도국에게 하나의 시사점을 제시했다는 점을 꼽는다. 즉, 모든 개도국들이 스스로 발전의 길을 탐색하고 과거의 발전모델도 수용 또는 존중하는 한편, 인민이 주체적인 지위를 갖는다는 철학 하에 자국의 상황에 가장 걸맞은 발전의 길을 택하도록 일깨웠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글|장진원(張勁文)
중국 차하얼(察哈爾)학회와 한국 국립외교원이 공동 주최하고 한국 아주경제신문사가 협찬한 ‘중한 미래발전 싱크탱크포럼’이 2017년 12월 11일 베이징(北京)에서 개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