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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목(杜牧)-칠석(七夕)


인민화보

2017-09-18      인민화보



銀燭秋光冷畵屛 輕羅小扇扑流螢

天階夜色凉如水 臥看牽牛織女星


Yínzhú qiūguāng lěng huàpíng , qīngluó xiǎoshàn pū liúyíng

Tiānjiē yèsè liáng rú shuǐ, wòkan qiānniú zhīnǚxīng


은촉추광냉화병 경라소선박류형

천계야색량여수 와간견우직녀성

 

촛불에 깃든 가을빛이 싸늘한 병풍을 비추는 밤, 작은 비단부채로 반딧불을 밀어내노라.

밤 기운이 서늘한 물처럼 흐르는 하늘, 드러누워 바라보네 견우성 직녀성…….



늦여름 초가을의 정취를 노래한 두목(AD 803-853)의 칠언절구 <칠석>. 여름철을 배경으로 하지만 무더위를 잊게 해주는 작품이다. 보고픈 이가 있는 사람이라면 견우와 직녀의 사연을 떠올리며 애틋한 감상에 젖게 될 지도 모른다. ‘추석’이라는 별칭이 있으나 이는 ‘한가위(仲秋節)’가 아니라 글자 그대로 ‘가을밤’이라는 뜻이다. ‘칠월 칠석’은 보통 양력 8월 하순, 일교차가 심한 중국 서북지역 내륙의 장안(현재의 시안<西安>)이면 제법 선선한 밤기운을 느낄만하다.


‘冷畵屛’ ‘凉如水’…… 쓸쓸한 주인공의 내면풍경이 읽힌다. ‘輕羅小扇’, 무더위가 한풀 꺾인 마당에 왠 부채? 그렇다, ‘철 지난 부채’란 소외된 처지를 암시하는 소품이며 부채로 반딧불을 쫓는 동작은 덧없이 흐르는 시간을 견디는 습관적인 몸짓이리라.


칠석날 누워서 바라보는 밤하늘, 한 눈에 들어오는 것이 견우성 직녀성이니, 밤기운에 젖어드는 것은 필시 그리움일 터. “서늘한 물처럼 흐르는 밤기운”이란 은하수를 포함해 그 여름밤을 감싸는 정서적·물리적 분위기의 촉촉함을 적시한다. 견우직녀의 사연이 화자의 고독을 일깨우며 이에 감정이입 된 독자는 한없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마련이다. 28개 평이한 글자들의 놀라운 저력이 아닐 수 없다. 일년에 한번 견우와 직녀가 오작교를 건너 만난다는 칠석. 별자리 운행에 따른 천문현상을 러브스토리로 재구성해낸 한자문명권 고대인들의 감수성이 멋스럽다. 이 날 전후로 비가 많이 내리는 것을 견우 직녀의 눈물로 해석하는 것 또한 고대인다운 이해방식이다.


신분장벽 등 갖가지 역경을 넘어 맺어지는 연인들의 이야기는 동서고금 널리 존재한다. 결혼에 골인해 “그리하여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는 동화나 전설이 있고, 이후의 갈등을 그림으로써 인생의 리얼리티에 육박하는 문학도 있다. 견우직녀 이야기는 단순한 동화적 해피엔딩이 아니며, 그렇다고 절망적인 비극성을 띠지도 않는다. 이들의 반복되는 이별과 재회는 진부함과 설렘이 공존하는 삶의 본질을 일깨운다는 점에서 오히려 신선하다. 까마귀()와 까치()들이 온몸으로 ‘다리()’를 만들어낸다는 대목 역시 우주의 다른 일부와의 교감과 조화라는 색다른 감동을 준다.


견우성 직녀성으로 통하는 별 알테어(Altair)와 베가(Vega)는 각각 독수리자리, 거문고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이라 쉽게 눈에 띈다. 그런데 별의 밝기 및 위치, 옛 성도(星圖)의 기록 등으로 미뤄볼 때 전설 내용에 부합하는 견우성은 염소자리의 ‘다비흐(Dabih)’라는 주장이 있다. 비천한 목동 견우와 천제(天帝)의 딸 직녀라면 별의 밝기 역시 신분에 어울리게 차이가 나야 옳다. 직녀성은 천제가 머문다는 북극 가까이에, 견우성은 은하수 바깥쪽 외진 곳에 있어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알테어와 달리 3등성에 불과한 다비흐는 현대로 올수록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워져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졌고, 눈에 잘 띄는 알테어를 견우성으로 인식하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견우성이 원래 어느 별이었냐는 이미 상관이 없어진 지 오래인지 싶다. 중요한 것은 견우직녀의 사랑과 운명에 대한 깊은 공감이 수많은 시편을 수놓고 수 천년 동안 동북아시아 사람들의 가슴과 생활문화에 아로새겨져 왔다는 사실이다. 동북아 각국의 사정에 약간의 차이는 있다. 전통과의 단절이 상대적으로 적은 일본에는 유구한 역사의 ‘타나바타 마쯔리(七夕祭)’가 있다. 한국은 15세기 남원 광한루에 오작교가 세워져 <춘향전>에 등장하지만 산업화 시대를 거치며 칠석의 존재감은 거의 사라졌다. 중국 역시 신중국 체제 이래 한국과 비슷한 상황이었으나 점차 문화상품화하고 있다. 최근 칠석은 중국판 밸런타인데이 ‘칭런제(情人節)’가 되어 대중문화 및 상업주의와 떠들썩하게 결합한 상태다. 칠석의 전설이 비극적 연애이기만 했다면 이런 식의 현대적 복원은 어려웠을 것 같다.


두목, 자는 목지(牧之)로 산시(陝西)성 장안 출신이다. 칠언절구에 능했으나 문부(文賦)도 잘 지어 대표작 <아방궁부>가 있다. 군사부문에 주목하여 다수의 관련 논문과 <손자>의 주석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예나 지금이나 탁월한 시인으로 먼저 기억된다. <번천문집(樊川文集)> 20권 가운데 4권이 시집이다. 조선시대 선비들에게는 유교적 애민정신을 구현한 교과서적 존재로 두보가 있다. 동시에 두목은 사대부적 품격과 재자(才子)다운 감성을 겸비한 시인으로 사랑받았다. 두목의 시편들이 동북아 한자문명권에서 오랜 세월, 계급과 계층을 초월해 인기를 누려온 이유이다.



글ㅣ임명신(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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