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1년 7월 23일, 상하이 프랑스 조계지 모처의 한 주택에서 중국공산당 제1차 전국대표대회가 개최되며 중국공산당의 공식 창건을 알렸다.

이로부터 77년 전인 1848년 2월,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집필한 『공산당 선언』이 영국 런던에서 출판됐다. 전세계를 향해 공산당원의 견해와 목적, 의도를 공개적으로 피력한 이 저서는 향후 공산주의자들이 신봉하는 경전(經典)으로 자리잡았다.

19세기 서방세계를 휩쓴 자본주의의 물결은 노동력을 제공하는 대신 임금을 받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방대한 수의 현대 노동자들을 양산했다. 대량 기계생산과 세밀한 분업체계는 찰리 채플린이 영화 <모던 타임즈>에서도 묘사한 것처럼 노동자들을 한낱 기계의 부속품으로 전락시켰다. 자본가들은 생계를 유지하고 후대를 잇는 데 필요한 생활물자비만 제공하면 노동자의 잉여노동가치를 무한히 착취할 수 있었고, 이 때문에 노동자들은 극빈 상태에 놓이게 됐다. 마르크스는 『공산당 선언』에서 “자산계급(부르주아)은 자신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무기를 만들었다. 게다가 이 무기를 사용할 사람들도 만들었다. 이들은 바로 현대 노동자, 즉 무산계급(프롤레타리아)이다”라고 말했다. 노동자들은 그치지 않고 투쟁을 이어갔다. 마르크스는 자산계급이 만들어 낸 무산계급이 자산계급의 ‘무덤을 파는 자(掘墓人)’가 되고, 인류 해방의 사명을 짊어지게 될 것이라 예언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이런 예언은 19세기 말 유럽에서 현실화됐다. 노동자계급을 바탕으로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를 신봉하는 민중 당파세력이 놀라운 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무렵 마르크스주의 학설도 보다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노동자계급 정당이 신봉하는 이론으로 자리잡았다. 사람들은 “공산당으로 조직된 노동자계급은 영광스러운 미래의 창조자가 될 것이며, 역사와 과학은 공산주의의 최종 승리가 역사적 필연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는 마르크스의 단언을 굳게 믿었다. 1917년 발생한 러시아 10월 혁명은 공산주의가 최후에는 승리할 것이라는 사람들의 믿음을 더욱 굳건하게 했다. 1918년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유럽 사회가 몹시 혼란을 겪고 있던 시기 이 모스크바발(發) 혁명의 거대한 물결은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19세기를 돌아보면 “서구 열강의 침입과 봉건통치의 부패로 중국은 점차 반식민지·반봉건사회의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강산이 파괴되고 민생은 도탄에 빠졌으며, 중국 민족은 전례 없는 수난과 고초를 겪었다.” 1919년에는 파리강화회의에서 중국에 불평등조약을 강요한 것을 계기로 5·4운동이 촉발되었다. 신해혁명에 이어 또 한번 중국에서 일어난 혁명의 물결이었다.

5·4운동 이후 제국주의와 봉건주의 통치 전복과 국가 번영의 뜻을 세운 지식인들은 쉴 새 없이 밀려드는 외국 사조(思潮)와 이론을 접하며, 인류사회의 발전 법칙을 규명하는 것은 오로지 마르크스주의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아 갔다. 마르크스주의는 제국주의와 봉건주의를 배척하고 부강하며 번영된 중국을 만드는 사회혁명 이론인 동시에 사람들에게 혁명정당을 조직하는 올바른 방법을 제시해 주었다. 결국 이들은 마르크스주의를 중국공산당 설립의 사상적·이론적 무기로 채택했다.

5·4운동 전개 과정에서 청년학생들과 지식인, 도시노동자들은 함께 연합해 제국주의와 봉건주의에 맞섰다. 양무운동이 발단이 되고 신해혁명 이후 추진된 중국민족공업발전을 통해 중국에 근대 산업노동자가 생겨나게 되었으며, 이들은 도시의 중요한 사회역량을 형성했다. 신해혁명 전후로 활발해지기 시작한 신식 교육 덕에 신(新)사상과 신지식을 갖춘 청년지식인층이 길러졌고, 이 중 뛰어난 지식인들은 훗날 중국의 운명을 바꾸는 지도자로 성장했다. 선구적 지식인들은 중국 노동자계급의 확고한 혁명정신과 거대 역량을 깨닫고 노동자들에게 마르크스주의를 전파했으며, 민중 운동에 적극 뛰어들어 마르크스주의와 중국 노동운동을 함께 추진했다. 또 이때 참여한 인물들은 중국공산당 수립에 중요 구성원이 되었다.

1920년 10월 이대소(리다자오·李大釗) 등이 베이징에 공산당 초기 조직을 구성한 이후 우한(武漢), 창사(長沙), 지난(濟南), 광저우(廣州) 등지에도 각각 공산당 조직이 설립되었으며, 일본과 프랑스 등지에 거주하는 화교들도 공산당 초기 조직을 설립했다. 공산당 초기 조직이 잇따라 등장함에 따라 중국공산당의 공식 창건을 위한 준비작업이 착실히 수행되었다.

1921년 7월 23일 코민테른(공산주의 인터내셔널·Communist International)의 도움으로 각지에서 온 13명의 초기 공산당 구성원들은 전국의 50명 당원을 대표해 상하이에서 중국공산당 제1차 전국대표대회를 개최했다. 대회에서 채택된 ‘중국공산당강령’은 “노동자·농민·사병(士兵)을 조직하여 자본가계급 정권을 전복시켜야 하며, 당의 근본적인 정치적 목적은 사회혁명의 실행”이라는 점을 천명했다. 1차 대회는 중국에 마르크스·레닌주의를 행동지침으로 하고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를 투쟁 목표로 하는 통합된 무산계급 정당이 탄생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중국공산당은 중국 민족이 내우외환과 초유의 사회적 위기를 겪는 상황 속에서 탄생했다. 또 마르크스·레닌주의가 중국 노동자운동과 함께 결합되는 과정에서 등장한 산물이기도 하다. 이로 미루어 중국 공산당의 창건은 중국 근대사회의 변천과 국제공산주의운동 발전의 필연적인 결과라 할 수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6년 7월 1일 중국공산당 창건 95주년을 축하하는 기념식에서 “중국이 공산당을 탄생시킨 것은 천지개벽의 대사변(開天辟地的大事變)이다. 천지개벽의 대사변은 근대 이후 중화민족의 발전 방향과 진행 과정을 크게 뒤바꿨고, 중국인민과 중화민족의 앞날과 운명은 물론 세계 발전의 흐름과 구도 역시 크게 뒤바꿔 놓았다”며 중국공산당 창건이 지닌 깊은 역사적 의의를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