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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코니 농사, ‘시멘트 숲’ 속 청년들의 전원몽(田園夢)


2022-08-31      

누군가 “화초 재배의 극치는 채소 재배”라고 한다.


중국에서 퇴직 후 집에 있는, 농사 경험과 시간이 있는 노인이 도시 채소 재배의 ‘주력군’이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재택근무 시간이 늘면서 이 대열에 합류하는 청년이 늘고 있다.

안후이(安徽)성 허페이(合肥)시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 내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사진/ASIANEWSPHOTO


젊은 ‘도시 농부’들

입하(入夏) 이후 충칭(重慶)에 사는 ‘95허우(95後, 1995년 이후 출생자)’인 천(陳) 씨 집 발코니는 녹색으로 가득해졌다. 고수와 부추가 쑥쑥 자랐고 하늘고추가 열매를 맺은 것이다. 수박 모종이 처음 열매를 맺자 그녀는 웨이신(微信) 모멘트에 “첫 열매는 영양분이 없다는데 잘라내야 할까요?” 하고 질문을 올렸다.



코로나19 기간 천 씨처럼 ‘도시 농부’로 변신해 자기집 발코니에 채소를 심는 젊은이가 늘었다. 타오바오(淘寶)가 발표한 <2022 발코니 채소 재배 보고서(2022陽臺種菜報告)>에 따르면 올 1분기 각종 채소 종자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폭증했고, 구매자 수도 3년 연속 100% 이상 증가했다. 소비자군은 ‘85허우(85後, 1985년 이후 출생자)’에서 ‘95허우’가 주였다. 웨이보(微博)에 ‘청년 왜 채소 재배에 열광할까’라는 주제의 조회수가 1억을 넘었다.



‘채국동리하, 유연견남산(采菊東籬下, 悠然見南山).’ 동진의 시인 도연명(陶淵明)이 묘사한 아름다운 전원생활은 예나 지금이나 수많은 사람들의 이상이다. 도시에서 성장한 천 씨는 발코니 채소 재배를 “시멘트 숲에서 전원의 꿈을 실현하는 것”에 비유했다. 그녀는 채소를 자유롭게 심어 먹느냐에 연연하지 않고 노동이 주는 정신적인 만족감에 더 큰 의미를 두었다. “씨를 구입하고 뿌리는 것에서 키우고 수확하기까지 기대가 가득한 과정이다.”



천 씨처럼 올 봄, 후난(湖南)성에 사는 직장인 청(成) 씨도 자기집 발코니에서 채소 재배 스킬을 보여주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하는 동안 네티즌들이 올린 각양각색의 작은 발코니 화원을 보고 청 씨도 발코니를 채소 구역으로 바꾸기로 결심했다. “어릴 때 집에 조롱박을 심었다. 수확철이 되면 마당이 조롱박으로 가득했다.” 그래서 그녀는 50여 위안(약 9600원)을 들여 인터넷에서 조롱박 묘종 2그루를 구입하고 수확철만 기다렸다.



조롱박 외에 청 씨는 발코니에 토마토, 버섯, 잭푸르트도 심었다. “손수 심은 씨앗이 시간과 온도의 변화에 따라 싹을 틔우고 가지와 잎이 나고 결국 열매를 맺는 것을 보면 든든한 마음과 성취감이 든다. 정말 기쁘고 치유되는 느낌이 든다.”



청 씨의 채소 재배 즐거움은 ‘어린 시절 기억’에서 비롯됐다. 농촌에서 자란 그녀는 하교 후 집에 돌아오면 엄마의 채소밭에서 일을 도왔다. 현재 그녀는 철근 콘크리트에 둘러싸인 도시에서 살고 있지만 어린 시절 전원의 목가적인 생활이 늘 그리웠다.



최근 더우인(抖音)에 ‘채소 재배’ 관련 영상 조회수가 60억에 달한다. SNS 앱 샤오훙수(小紅書)에서 ‘발코니 채소 재배’를 검색하면 채소 재배 지식, 공략, 도구 관련 기록이 4만여 편 정도 나온다. 사진과 동영상으로 기록한 발코니 채소 재배 일상을 모멘트에 올려 채소를 재배하면서 느낀 점 등을 나누는 것도 청년 사이의 새로운 사교 방식으로 자리잡았다.



1989년생인 에코(Echo, 닉네임)는 선전(深圳)에 사는 일러스트레이터다. 자기집 5㎡ 규모의 북향 발코니에서 기른 채소와 열매를 인터넷에 공유해왔다. 코로나19 봉쇄 기간 에코의 샤오훙수 계정은 팬이 5만명 이상 늘어 일약 ‘채소 재배 인플루언서’가 됐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에코는 2개월 가까이 집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그러자 저장해 놓은 마늘과 감자에서 싹이 났다. 낭비 금지라는 원칙에 따라 그녀는 인터넷에서 본 방법으로 싹이 튼 부분을 흙에 심었다. 며칠 뒤 흙을 뚫고 싹이 나왔다. 식사 준비를 하면서 새싹을 따서 반찬을 만들자 어릴 때 먹었던 맛이 났다. 2016년부터 화초를 심었던 그녀는 그때부터 먹을 수 있는 식물을 심기로 했다.



도시 주민이 발코니에서 채소를 재배하려면 햇빛, 통풍 등 조건의 제약을 어느 정도 받는다. 에코의 샤오훙수 동영상이 관심을 받는 이유는 그녀가 햇빛이 부족한 북향 발코니에서 자신의 전원꿈을 실현하는 과정을 실제 행동으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일조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에코는 발코니에 식물용 보조등을 5개 설치하고 식물의 생장 법칙에 따라 식물에게 8시간 동안 빛을 보충해주었다. 밀폐된 발코니라 벌이 수분을 못하자 직접 식물을 수분해 결실율을 크게 높였다.



올 3월 코로나19가 재유행하자 에코와 그녀의 남편은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날마다 발코니에서 딴 파와 청경채에 달걀 한 개를 더하고 국수 한 그릇을 끓이면 한 끼 식사가 완성됐다. 오후에는 레몬과 박하를 따다가 오후의 차를 만들어 발코니에 놓인 의자에 앉아 잠시 휴식을 즐겼다. 여기서 자란 채소는 그들의 삶에 편안함을 주었다.



시난(西南)대학교 원예과 판위(潘宇) 주임은 발코니 채소 재배는 사실 현대 가정 원예 생활의 일부분으로 도시화 과정에서 과거 자기집 마당에서 채소를 재배했던 것이 변화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발코니 채소 재배는 감상, 식용, 실내공기 정화 등 여러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원예 요법 효과 면에서 보면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정서를 조절해준다. 판위 주임은 “주민소득이 증가하면서 사람들은 빠른 생활 속에서 전자기기를 내려 놓고 집에서 자연으로 돌아가 농사의 즐거움을 느끼고 기분을 안정시키며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것은 건강한 생활 방식”이라고 말했다.





중국인 뼛속에 새겨진 ‘농사 DNA’

<혀끝으로 맛보는 중국1(舌尖上的中國1)>의 후보(胡博) 감독은 “중국인은 어디를 가나 채소 심을 방법을 생각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중국인의 뼛속에 ‘농사 DNA’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 네티즌도 있다.



사실 발코니를 제외하고 아시아에서 아프리카까지, 유럽에서 남극에 이르기까지 중국인들은 세계 곳곳에서 ‘채소밭’을 찾을 수 있다. 창어(嫦娥) 5호가 달 토양을 갖고 귀환한 뒤 ‘달 토양에는 채소를 심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자 많은 네티즌이 실망을 감추지 못했고, 관련 주제가 웨이보의 인기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



중국인은 왜 ‘채소 재배’에 이렇게 집착할까? 이는 어쩌면 중국의 오래된 농경 전통부터 짚어야 할지도 모른다.



상고시대 신화에 ‘신농상백초(神農嘗百草)’ 전설이 있다. 염제(炎帝) 신농씨가 백 가지 식물을 직접 심고 그중 농사에 적합한 곡물을 발견해 인간에게 농사 기술을 전수해주었다는 것이다. 현대의 고고학자가 저장(浙江)성 위야오(余姚)시 허무두(河姆渡)유적 등지에서 발견한 식물 종자 유물은 중국인의 채소 재배 역사가 기원전 5000년 전후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을 증명해주었다.



이 밖에 중국은 한나라 때부터 천자가 직접 농사를 짓는 ‘천자친경(天子親耕)’ 전통이 있었다. 매년 1월 천자가 직접 논밭에 나가 농사를 지어 농업을 중시하고 농민을 독려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수많은 문인 묵객도 전원으로 은거하고 농사를 짓는 생활을 이상적인 귀결점으로 보았다. 저명한 전원 시인 도연명 외에 송나라의 대문호 소식(蘇軾)도 좌천되자 성 동쪽의 경사진 밭을 개간해 농사를 지어 생계에 보태 ‘동파거사(東坡居士)’라는 별호가 생겼다.



고대에는 위로는 천자부터 아래로는 백성까지 농업과 양잠업을 매우 중시했고 이런 ‘농업 정서’가 중국인의 핏속에서 대대로 연결돼 지금까지 이어졌다. 현대에 중국 인구가 증가하면서 ‘누가 중국을 먹여 살릴 것인가’라는 질문을 하는 서양 학자가 있었다.



신중국 건국 이후 삼농(三農, 농업·농촌·농민) 문제가 역대 지도자들이 주목한 주요 문제였다. 수많은 연구자와 농업 종사자의 노력으로 중국은 세계 7%의 농경지로 세계 22%의 인구를 먹여 살려 자신의 손으로 ‘밥그릇’을 단단히 챙기는 것에 성공했다.



중국에는 “손에 식량이 있으면 마음이 불안하지 않다”는 말이 있다. 수천년 동안 농경 전통을 중요시하고 뼛속에 새겨진 ‘농사 DNA’는 중국인이 한 뼘의 가용 토지의 가치를 최대화시킬 줄 알게 했다. 이번 코로나19 기간 유행한 ‘발코니 채소 재배 열풍’은 어쩌면 청년들이 오랫동안 집에 머물면서 행하는 자기 치유일 뿐 아니라 수천년을 이어온 ‘농사 DNA’의 자각일지도 모른다.


글|차이멍야오(蔡夢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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