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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나라 시절 자금성의 새해 풍경


인민화보

2019-04-01      인민화보

자금성구궁 오문과 연시루 전시홀 밖을 청궁(淸宮) 연속화로 장식했다. 사진/돤웨이(段崴)

1년 중 중국인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전통 명절은 바로 춘제(春節·설)이다. 춘제가 되면 사람들은 모두 당연하다는 듯 춘련(春聯)을 붙이거나 만두를 빚고 함께 설 명절 특집 프로그램을 시청하곤 한다. 그렇다면 수백 년 전 대청제국(大清帝國) 시대 황궁에서는 어떤 식으로 새해를 맞이했을까? 얼마 전 고궁박물관에서 개막한 ‘하세영상(賀歲迎祥): 자금성(紫禁城)의 새해 풍경’ 전시회에서는 시공간을 뛰어넘어 과거 황궁 안 사람들의 새해맞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옛날과 오늘날 모두 궁정에서든 민간에서든 ‘송구영신(送舊迎新)’은 중국인들의 영원한 새해맞이 주제이다. 국가의 상징으로 불리던 고대 제왕들의 황궁 새해맞이는 가정과 국가 모두가 새로운 해를 맞이한다는 이중적 의미를 지닌 일이었죠.” 산지샹(單霽翔) 중국 고궁박물관 원장은 이번 전시회에 대해 “900점에 이르는 문물을 통하여 청나라 궁정의 새해맞이 풍습을 두루 돌아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직접 보고, 듣고, 향기를 맡으며 과거와 소통하고 새해의 설렘을 물씬 느낄 수 있는 전시”라고 소개했다. 관람객들은 전시회에서 평소 익숙한 일상적 장면이나 사물들은 물론, 전에 보지 못했던 새롭고 놀라운 발견도 할 수 있다.

오문 전시홀 안에 전시된 궁등 사진/돤웨이

‘복’ 자 외에 역대 황제도 각종 춘련과 춘조(춘제에 붙이는 붉은 종이에 좋은 말을 적은 것) 등을 썼다. 사진/돤웨이

황궁의 춘제 분위기
춘제가 되면 집집마다 ‘복(福)’자를 써서 붙이는 풍습은 황실도 예외가 아니다. 청나라 궁정에서는 매년 음력 섣달 초하루가 되면 황제가 ‘백성에게 복을 하사한다’는 뜻의 ‘사복창생(賜福蒼生)’ 이란 붓으로 용전(龍箋) 위에 첫 번째 ‘복’자를 써서 건청궁(乾清宮)에 붙이고, 다시 십여 개의 ‘복’자를 써서 다른 궁에 붙였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청나라 강희(康熙), 옹정(雍正), 건륭(乾隆), 가경(嘉慶), 도광(道光) 5황제의 ‘복’자가 전시됐다. 5개가 모인 ‘복’자는 ‘오복임문(五福臨門)’을 상징한다.

이 밖에도 춘제 때는 어디서나 각양각색의 춘련이나 춘조(春條, 춘제 때 붉은 종이에 길한 문구를 써서 벽에 붙이는 것), 문신(門神)들을 볼 수 있다. 다양한 모양과 재질, 장식과 색깔로 구성되어 황궁을 장식하는 수많은 궁등(宮燈)도 빼놓을 수 없다.

궁등은 건청궁의 단폐(丹陛, 고대 궁전 문 앞 계단에 박힌 직사각형의 큰 돌)에 커다랗게 세웠었다. 소실된 지 200년 가까이 된 천등(天燈)과 만수등(萬壽燈)을 이번에 고궁박물관이 처음으로 복원했다. 천등과 만수등을 세우는 행사는 청나라 초·중기 가장 성대한 새해맞이 행사 중 하나로서, 등을 세우고 철거하는 데만 8000명이 넘는 인력이 동원됐다. 도광20년(AD 1840년)에 이르러 황제가 행사를 폐지하면서 이런 장관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고, 행사에 쓰였던 문물도 여기저기 흩어져 점차 사람들에게서 잊혀 갔다. 그러나 다행히 면밀한 조사를 거쳐 고궁의 작업인력들이 각종 문헌에서 천등과 만수등의 사용 방법, 역사적 변천 과정, 각 부위의 상세한 치수를 찾아내고, 창고에서 등신(燈身) 모형과 등에 붙이는 문구인 등련(燈聯)의 견본, 등간(燈桿) 원본을 발견한 결과, 강건성세(康乾盛世)의 새해맞이 풍경은 전시회에서 훌륭하게 재현됐다.

새해가 되면 중국인들은 ‘퇀위안판(團圓飯)’을 먹곤 한다. 퇀위안판은 ‘온가족이 함께 모여 먹는 식사’를 의미하는데, 새해 때는 황제도 황실 가족들과 함께 퇀위안판을 먹곤 했다. 전시회에서는 각종 문물을 복원해 종친연(宗親宴)이 열린 자리에 금룡대연탁(金龍大宴桌)과 종친연탁(宗親宴桌)을 마련하고, 그 위에 건륭48년(AD 1783년) 황제의 식사와 관련된 기록을 참조하여 100여 점이 넘는 각종 문물을 전시해 장관을 연출했다.

이 무렵 궁궐에서는 ‘신년음악회’도 열리곤 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고대 최고의 황실 음악인 중화소악(中和韶樂) 연주가 펼쳐졌다. 새해를 맞이해 왕공대신(王公大臣)들이 태화전(太和殿)에서 황제에게 예를 올리거나 건청궁의 식구들이 황제에게 예를 갖출 때는 음악 연주가 필수였다. 중화소악은 총 18개의 악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번 전시에서 선별·복원된 편종(編鐘), 편경(編磬), 건고(建鼓), 축(祝) 또는 음축(音祝), 어(敔) 또는 음어(音語), 휘(麾) 또는 음휘(音輝) 등 개성이 뚜렷한 6개의 악기는 진열대에서 장엄한 기세를 뽐냈다.

이번 전시회에 전시된 청나라의 강희, 옹정, 건륭, 가경, 도광 5명의 황제의 복 자는 ‘오복임문’을 상징한다. 사진/돤웨이

자금성 내 각처의 대문에 대련과 문신을 붙여 장식했다. 사진/돤웨이

따스하게 살아 숨쉬는 문물
고대 황제들의 모든 말과 행동은 어느 하나 국정(國政)과 관계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새해 무렵 봉인(封印)의식을 통해 휴식을 알리긴 했지만, 황제들은 여전히 정무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명창개필(明窗開筆) 장면도 복원됐다. 명창개필이란 황제가 새해에 처음으로 글씨를 쓰는 의식이다. 황제는 만년청필(萬年靑筆)로 세상 모든 백성들의 복을 기원하는 길한 문구인 길어전(吉語箋)을 썼다. 길어전을 다 쓰고 나면 이를 황갑(黃匣)에 넣어 봉했는데, 누구도 함부로 열어볼 수 없었다. 오늘날에 이르러서야 길어전은 비로소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게 됐다.

춘제는 중국에서 온 가족이 모이는 행사이자 신나는 축제이기도 하다. 만인의 위에 군림하는 황제도 이날 만큼은 편하게 명절을 즐겼다. 전시장에 진열된 ‘빙희도(冰嬉圖)’는 음력 섣달 초파일 태액지(太液池)에서 빙희(冰嬉), 즉 빙상놀이를 즐기는 풍경이 담겼다.

금구영고배 사진/돤웨이

새해 축하말 도장 사진/돤웨이

춘제 때는 사람들이 모여 희곡을 관람하기도 했다. 전시물 중에는 귀중한 희곡의상 사료이기도 한 아름다운 무대의상 8점도 있다. 여기에 무대나 악기, 극본, 희곡을 소재로 한 그림인 희화(戲畫) 등을 둘러보면 당시 희곡을 관람하던 시끌벅적한 풍경이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진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애니메이션이나 영상, 음악, 빔 프로젝터, 아로마, 적외선 센서 등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관람객들에게 ‘오감 체험’을 선사한다는 점도 눈에 띈다. 건청관에 마련된 ‘궁 안의 새해 풍경’ 디지털 몰입형 체험관에서는 관람객들이 자금성의 다채로운 새해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도 준비되어 있다. 관람객들은 디지털 기술, 가상 영상, 모션 캡처 등을 통해 100년 전 명절을 맞이하는 자금성으로 들어가 당시의 풍경을 3D 형태로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청궁 종친연 전시 사진/돤웨이

오문 전시홀에 전시된 자금성 새해맞이 행운 선물 사진/돤웨이

자금성 새해맞이 행운 선물 사진/돤웨이

현대 기술을 활용해 청나라 궁정의 화려한 명절 풍경과 황실의 풍모, 고대인들의 생활 모습을 그대로 복원한 부분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고대 유물이 더 이상 동떨어진 개체가 아니라 역사의 숨결이 깃든 ‘생명’을 부여 받은 것이다. 관람객들은 친숙한 역사적 풍경 속에서 문물이 주는 따스한 감촉과 오래 전 중국인들의 새해 소망, 조국에 대한 축복, 삶에 대한 희망 등을 느낄 수 있다.

고궁박물관의 런완핑(任萬平) 부원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사실 저희 박물관의 반성의식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합니다. 평소 관리상의 편의를 위해 분류를 지나치게 세분화한 탓에 문물들이 분산 전시되어 본래의 역사적 풍경에서 멀어진 측면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이런 문물이 현재의 자신과 별 관계가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 안에 있어보면 문물들이 과거 사람들의 삶의 일부라는 사실을 깨달을 것입니다. 문물이 태어날 때부터 문물은 아니었습니다. 삶과 격리되어 있거나 독립되어 있는 물건은 더더욱 아니었습니다. 문물들끼리도 서로 긴밀하게 연관이 되어 있고 저마다의 관계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게 문물들이 어우러져 재현된 역사적 풍경을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에게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글|이메이(藝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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