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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에서 이커머스까지‘중국어로 시작된 인생의 항해’


2024-09-26      

전문 통번역사인 필자 최하영은 현재(2024년)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에서 근무하고 있다.


필자는 2015년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한 9년 차 전문 통번역사다. 중국어를 처음 배운 건 10대 초반이었는데, 어린 나이에도 중국어가 너무 재미있었다. 한국에서 우연히 중국어를 접하게 되었고 중국에 친척이나 연고가 없었기에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할 때까지 중국에서 장기 거주한 적은 없었다. 통번역계에서 ‘국내파’는 자랑스러운 타이틀이기도 하지만 아킬레스건이기도 했다. 그래서 중국을 직접 경험하고 싶다는 갈망이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주중한국대사관 공고를 보고 전문통번역관 자리에 지원했다. 2017년, 그렇게 중국 생활에 첫 발을 내딛게 되었다.


이제는 제2의 고향이 된 베이징(北京)은 나의 일터이자 학교, 그리고 놀이터였다. 대사관 근무 기간 여러 차례 한국을 오갔는데,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에 내려 택시를 타고 거처로 돌아갈 때면 알 수 없는 자유를 느꼈다. 누군가의 자녀, 친구, 연인이라는 역할을 모두 내려놓고 오롯이 내 자신과 일, 단 두 가지만 존재하는 곳. 스스로에 대해 더 명확히 인식하고 변화와 성장을 체감할 수 있었다. 그래서 모든 경험을 진지하고 즐겁게 받아들였다.


주중한국대사관은 정무부, 경제부, 영사부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필자는 초기에 영사부에 있다가 후에 정무부로 옮겨 주중대사 전담 통번역사로서 노영민, 장하성 대사를 차례로 맡았다. 이들은 모두 중국 문화에 관심과 조예가 깊고, 열정과 진심이 넘쳤다. 그만큼 정말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했지만 ‘통번역의 꽃’이라고 불리는 ‘외교 통역’을 수행할 수 있었던 건 통역사로서 큰 의미가 있었다.


외교 통역은 다소 직역을 하더라도 화자의 말을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다른 어떤 분야보다 ‘word by word’를 중시한다. 통역사가 자칫 실수하면 외교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에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마음대로 식사를 하거나 화장실을 가는 것도 어려울 정도로 빈틈없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그 긴장감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거의 매일 편두통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위급 정부 지도자와의 면담, 각종 대표 포럼 참가, 언론 매체 인터뷰, 공공외교 사회 진행, 정재계 및 문화예술 분야 통역, 대학 강연 통역 등 많은 업무를 수행하며 압축적으로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2018년 문재인 대통령 중국 국빈방문 시기에는 대통령 일정도 일부 수행했다.


통번역사로서 양국 간 의사소통의 가교 역할을 하며, 외교 현장에서 양국 관계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뿌듯했다. 훌륭한 분들을 수행하며 배울 수 있어 정말 귀중한 경험이었다. 새로운 것들을 접하고 시야를 확장하며 중국을 점점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는 점 역시 큰 즐거움이었다.


특히 지방 교류를 위해 산둥(山東)성, 광둥(廣東)성, 간쑤(甘肅)성, 칭하이(青海)성, 신장위구르(新疆維吾爾)자치구 등 3년 간 20여 곳으로 출장을 다니면서 중국 곳곳을 방문한 것은 큰 배움이 됐다. 지형, 주요 산업, 음식, 특산물, 민족, 문화, 성향 등 지역 특색이 매우 뚜렷하고 다양해서 때로는 같은 나라라는 사실이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중국에서 보낸 3년(2017~2020년)은 매 순간 흥미진진했다. 생활 속에서 매일 눈부시게 빠른 발전을 체감했다. 중국의 4대 발명품은 종이, 나침반, 화약, 인쇄술이라 하는데 2017년부터 중국의 신 4대 발명품은 고속철도, 모바일페이, 온라인쇼핑과 공유자전거라는 말이 유행했다.


특히 온라인 서비스 경험이 정말 놀라웠다. 모든 온라인 결제는 상품 선택에서 결제까지 10초면 충분했고 문자 한 통 보내는 것만큼 간단했다. 한국의 대표 이커머스 기업 마켓컬리와 쿠팡에서 당일배송을 시작하기 전, 중국 징둥(京東)은 이미 당일배송 서비스를 하고 있었다. 타오바오(淘寶)에는 만년필 볼펜 뚜껑부터 책장과 신발장 같은 가구까지 정말 없는 게 없었다. 58퉁청(58同城)에서 인력 서비스를 신청하면 기사가 방문해 가구조립을 해줬다. 몸이 아플 땐 배달 앱에서 약을 주문할 수 있었고 네일 서비스도 집으로 불러 받았다.


지난 8월 21일, 상하이(上海) 한 편의점에서 고객이 알리페이의 비접촉식 결제 서비스 ‘탭앤페이(tap-and-pay)’를 이용해 지불하고 있다. 사진/VCG


모바일 페이는 현재 한국에서도 많이 사용되지만, 3~4년 전만 해도 범용성이 낮았고 사용 단계도 복잡했다. 위챗페이와 알리페이 등 중국 모바일페이의 두드러지는 특징은 그 보급율에 있었다. 가끔 한국 친구들은 ‘중국에서는 걸인도 위챗으로 돈을 받는다며?’라고 농담 섞인 질문을 했는데 정말 그랬다. 슈퍼, 길거리 가판대, 택시 등 어디서나 모바일페이로 ‘통용’됐다. 2019년부터는 안면인식 결제도 꽤나 보편화됐다.


새로운 업종의 발전은 항상 그 시대적 요구와 한 사회의 특징을 반영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현금, 신용카드, 모바일페이의 단계를 거친 반면, 중국은 신용카드의 단계를 건너뛰고 바로 모바일페이 단계로 넘어갔다. 아리바바(阿里巴巴, 알리바바) 등 이커머스가 급성장하면서 알리페이(支付寶, Alipay)와 같은 간편 결제 서비스가 등장했고, 동시에 공유경제·음식배달·콜택시 등 기타 온라인서비스와 빠르게 연계되어 발전했다. 이로 인해 관련 업계의 성장을 견인하는 상생 구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중국의 온라인 서비스에 깊은 인상을 받고 줄곧 이커머스에 관심이 많았던 필자는 올해 초 알리익스프레스(全球速賣通) 코리아에 입사했다. 불과 4~5년 전만 해도 해외 제품은 구매대행이나 배송대행지를 통해 구매하는 것이 보편적이었지만 이제는 한국 제품을 사는 것만큼이나 편리하고 빠르게 중국 제품을 직구할 수 있게 됐다. 중국 이커머스 회사가 한국에 첫 해외직구 서비스를 런칭했다.


세상의 많은 일들은 당연해 보이지만 놀랍다. 국내에서 온라인쇼핑이 활성화된 것도 오래된 일이 아닌데 어떻게 해외 판매자의 물건을 한국어로 된 앱을 통해 주문하고 며칠 안에 집에서 받을 수 있게 됐을까? 이렇게 전에 없던 서비스를 점점 더 많이 누릴 수 있게 된 시대에 살면서 나 또한 변혁 과정의 일부로 참여하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다.


이커머스 업계의 특성상 변화가 빨라서 업무 리듬도 매우 빠르다. 사용 언어도 한국어, 중국어, 영어가 혼재돼 있고 각자의 문화적 배경도 다르다. 그럼에도 다 같이 의미있는 과정과 결과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런 동료들을 보며 청춘의 열정과 진심은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중국어를 좋아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인생의 항해는 점점 더 넓은 바다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덕분에 이 역동적인 시대를 즐겁게 살아가고 있다.  


글| 최하영,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 CEO 비즈니스 어시스턴트 및 통번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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