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  >> 칼럼 >> 본문

진관(秦觀)—작교선(鵲橋仙)


인민화보

2018-10-12      인민화보


纖雲弄巧,飛星傳恨,銀漢迢迢暗度。
金風玉露一相逢,便勝卻人間無數。
柔情似水,佳期如夢,忍顧鵲橋歸路。
兩情若是久長時,又豈在朝朝暮暮。
Xiānyún nòng qiǎo fēixīng chuánhèn, yínhàn tiáotiáo àndù. 
Jīnfēng yùlù yìxiāngféng, biànshèng què rénjiān wúshù.
Róuqíng sìshuǐ, jiāqī rúmèng, rěngù quèqiáo guīlù. 
Liǎngqíng ruòshì jiǔchángshí, yòuqǐ zàizhāozhāomùmù.

섬운농교, 비성전한, 은한초초암도. 금풍옥로일상봉, 편승각인간무수.
유정사수, 가기여몽, 인고작교귀로. 양정약시구장시, 우기재조조모모.

얇은 구름 아롱지는데, 견우직녀성 애달픈 마음 전하며, 아득한 은하수를 살금살금 건너노라.싸늘한 바람 찬이슬 속 만남이지만, 세상의 무수한 부부들보다 나으리.애틋한 마음 물길처럼 흐르고, 이 순간은 꿈이런가, 귀로의 오작교를 차마 쳐다보지 못하네.두 마음 오래오래 변치 않는다면, 아침저녁 보고 사는 인연에 비할 것 있으랴.

얇은 구름(纖雲)이 오묘한 모습으로 아롱지는 밤하늘, 음력 7월7일(2018년은 8월 17일)이면 서서히 하늘을 날아가는 별들(飛星)을 볼 수 있다. 은하수를 건너는 견우성(Altair, 독수리자리)과 직녀성(Vega, 거문고자리)이다. 일년에 한번, 차가운 하늘가의 싸늘한 바람, 찬이슬(金風玉露) 속 만남이지만 세상의 그 어떤 남녀 인연보다 낫단다(便勝卻人間無數). 물길 같이 굽이치는 애틋함 그리움(柔情似水)이라니 얼마나 생생하고 절절한가! 도도한 강물에 비유되는 은하수 이미지와 연동되어 강렬한 울림이 있다. 일년 내내 하루 종일 붙어 사는 인연이 부럽지 않을 만한 ‘일년 한번’의 만남, 그 운명에 대한 깊은 공감, ‘칠석의 전설’은 수 천년 동북아시아 사람들의 가슴을 적시며 많은 명시를 낳았다.

널리 사랑 받는 칠석 노래의 하나가 바로 이 <鵲橋仙>, 송나라 진관(AD 1049-1100)의 작품이다. 중국어로 시문학을 ‘詩詞’라 하는데, ‘詞’는 유행가 가사, 한마디로 보다 ‘통속적인 詩’라고 보면 된다. 詞의 리듬은 보다 통속적(선정적), 어휘는 더욱 구어적이기 마련이다. 당나라를 거치며 내용적·형식적으로 극치를 이루지만 매너리즘에 빠지게 된 詩를 대신해 새롭게 부상한 게 詞였다. 5언이나 7언의 절구 또는 율시 등으로 정형화된 시(漢詩)와 <鵲橋仙>의 운율이 다르다는 걸 첫 눈에 알 수 있다. 글자수 4-4-6-7-7로 배열된 이 노래는 5-5-5-5나 7-7-7-7 형태의 정형시와 리듬 선율이 전혀 다를 수밖에 없다. 서구 근대음악의 오선지 같은 악보체계가 없어 실제 선율은 잊혀졌으나, 시와 사의 다름은 경우에 따라 예술가곡과 발라드풍 가요 혹은 ‘흘러간 옛노래’(트롯)와 최신 힙합의 차이 정도에 비할 수 있지 않을까. 

‘鵲橋仙’은 사패명(詞牌名), 즉 리듬-멜로디(격률)의 이름이다. ‘纖雲弄巧’로 시작하는 노래를 ‘鵲橋仙’ 선율로 부르는 것으로, 다른 선율에 얹어 부를 수도 있다. 한 글자가 한 음절이며 기본적으로 하나의 독립된 의미를 구성하는 중국어의 특성상 ‘가사 바꿔부르기(改詞)’가 편리하다. 글자수 배열만 맞추면 되니까. 현대에 오면서, 이미 완성된 詞에 새로운 리듬과 선율을 얹는다, 즉 ‘작곡’의 의미로 뜻이 뒤집어 지기도 한다. 

근년 들어 칠석은 중국 각지에서 ‘연인의 날(情人節)’로 인기몰이 중이다.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리는가 하면, 인터넷 쇼핑몰들이 대대적인 특별 이벤트 및 특가세일을 벌어는 등 비즈니스 찬스로도 각광받고 있다. 요 몇 년 청명·단오·칠석 등 신중국 수립 이후 오랫동안 잊혀진 명절들이 되살아 나는 것은 고전문화 및 전통을 되살리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시진핑(習近平) 정부 출범과 함께 제시된 ‘중국몽(中國夢)’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배포·주입되는 시대상의 일부이기도 하다. 금년 칠석에는 매스미디어가 어떻게 나올지, 유명 인터넷쇼핑몰들이 어떤 대박을 터뜨릴지 기대된다.

별자리 운행이라는 자연 천문현상을 영원한 러브스토리로 재구성한 고대인들의 감수성에 경탄할 따름이다. 동서고금 무수한 러브스토리가 있을 터, 신분장벽이니 ‘운명의 장난’ 같은 시련을 딛고 결혼에 골인, “그리하여 두 사람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면 동화나 민담이고, 결혼 이후의 갈등을 통해 삶의 속살을 보여준다면 근대적 의미의 소설(문학)이 될 것이다. 견우직녀 이야기는 동화적 해피엔딩도 아니며 절망적인 비극도 아니라는 점이 흥미롭다. 그들이 이어갈 이별과 재회는 기다림과 설렘의 미학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동시에 진부함과 신선함이 공존하는 삶의 본질을 일깨우는 드라마다. 

진관은 강소(江蘇)성 고유(高郵) 사람이다. 자를 태허(太虛), 나중에 소유(少游)라 했고 호를 회해거사(淮海居士)라 했으며 한구(邗溝)거사라는 별칭이 있다. 완곡하고 함축적인 작품세계로 알려진 이른바 ‘완약파(婉約派)’의 거두로 꼽힌다. 시문집 <淮海集>40권과 사집<長短句(=淮海詞)> 등이 전한다.


글ㅣ임명신

240

< >
网站专题.png

‘중한 연(緣)문화제’, 빙설의 정으로 인연을 이어가다

땅거미가 내려앉자 아름다운 빛깔의 빙등(冰燈, 얼음 등)이 어둠에 가려있던 룽칭샤(龍慶峽)를 밝게 비췄다. 빙등은 마치 하늘을 수놓은 무수한 별 같았다. 2월 3일 밤, 한국 충남국악관현악단과 뜬쇠예술단이 한국 전통공연인 ‘사물놀이’의 빠른 리듬에 맞춰 무대에 등장한 것을 시작으로 ‘빙설정-중한 연 문화제’가 막을 올렸다. 이제 중한 연 문화제는 얼음과 눈을 다리 삼아 중한 양국의 우정을 이어가는 자리가 되었다.

읽기 원문>>

‘국경을 넘은 예술교류’ -중한 유명교수 2인의 공동 도자기전시회

중국과 한국 양국의 유명교수 두 사람의 공동 도자기 전시회가 1월 13일 베이징 허비싱도자기예술관에서 열렸다. 중국 징더(景德)진(鎭)에서 온 닝강(寧鋼) 교수(징더진도자기대학교 교장)와 한국 단국대학교 도예과 박종훈 교수의 도자기 작품 총 90점이 선보인 이번 전시회는 작품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두 학구파 예술가들의 독특한 예술 특징을 보여주고, 서로 다른 역사·문화 배경 하에 자리잡은 도자기 예술의 표현방식 및 심미세계를 확인하기 위한 취지로 기획되었다.

읽기 원문>>